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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외계인 Apr 19. 2024

맥북에어 11인치 2014년식 사용기

feat.2023년, 독일에서 구입기 / 디자이너의 본격 덕질


아이폰 3gs를 사용한 후로 한동안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딱히 애플이 싫었다기보다는 일하는 환경이 윈도우가 압도적이었고, 안드로이드에 적응하다 보니 딱히 애플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지난 직장에서 어쩌다 보니 맥북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렇게 애플 제품이 점점 늘어나며 윈도우, 안드로이드, 맥 os를 넘나드는 혼종 생태계를 가지게 되었다.


직업이 디자이너인 탓인지 애플 제품들은 비주얼적으로 굉장한 매력이 있다. 제품 디자인과 인터페이스가 깔끔하고, 물론 편리함 때문인 이유가 클 테지만- 비주얼적으로도 왜 애플 생태계에 빠진 분들이 많은지 이해가 충분히 된다.


예전에 잡스 아저씨가 처음 서류봉투에서 맥북에어를 꺼내던 역사적인 순간, 또 어린 나이에 꽤 비싼 가격 덕에 사지 못했던 아이팟 제품들- 애플을 사용한 적은 없지만 왠지 구형 제품에서 그 시대를 떠올리는 나름의 향수가 있었다.


이미 개인용 인텔 맥북프로 15인치와 회사에서 받은 맥북 m1 프로 14인치가 있지만- 요 두 놈들은 성능이 좋은 대신에 애플 로고에 더 이상 불 (일명 사과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직업상 화면이 너무 작거나 (이건 뭐 외장 모니터 연결하면 해결되지만) 성능이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그래서 프로라인 만을 사용 중-) 에어 라인이나 크기가 작은 맥북들은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애플 제품들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종종 커뮤니티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사과 불 반짝! 매력 넘치는 구형 제품들을 보며, 언젠가 저놈들을 손에 넣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사실 이미 노트북은 맥북프로 2대 이외에도 가벼운 그램까지 있는 상황이라 성능이 뛰어난 프로라인은 필요 없는 상황이고, 휴대성이 떨어지는 13인치 이상의 맥북을 굳이 구입할 이유가 없게 되었다. 그러던 중 눈에 유독 들어온, 나의 모든 조건을 충족(?) 시키는 구형 맥북을 발견- 바로 맥북에어 11인치이다.




맥북에어 11인치


왜 굳이 이 모델이냐! 내가 굳이 맥북에어 11인치를 찾아다닌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1. 구형 맥북 에만 있는 사.과.불. 

이게 뭐라고 불 들어오는 그 영롱한 애플 로고가 얼마나 예쁘던지.. 신형 모델들의 애플 로고는 물론 모던한 맛이 있지만, 로고에 불이 들어오는 그 감성은 여전히 따라오기가 너무나 힘든...! 물론 맥북을 사용하고 있는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맞은편 사람만 볼 수 있는 ㅋㅋ) 어찌 보면 사용자에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는 요소이지만- 그래도 그 감성 듬뿍한 제품을 왠지 가지고 싶었고, 사실 이것이 구형 맥 북을 구입한 가장 큰 이유이다. 


듣기로는 사과 불이 들어오는 것이 액정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어서 대부분 맥북 유저분들의 전망은 아마 사과 불은 다시 컴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어차피 신형에 사과 불이 부활하지 않을 것이라면, 나에게는 구형 제품을 구입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 13인치 이하의 미니미니

14인치, 15인치, 16인치 각 1대씩. 거기에 태블릿 기기도 두 개나 있는 상황. 휴대성과 간단한 작업은 태블릿으로도 커버가 되지만 엄연히 시스템이 다른 태블릿에는 노트북으로만 커버할 수 있는 작업들에 대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구입하려면 무조건 나에게는 없는 13인치 이하의 작은 모델로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형 맥북에어에서 13인치까지는 최근에 출시가 되었지만, 12인치는 뉴 맥북 이후로 나오지 않고 있고 (하지만 뉴 맥북 역시 사과 불 로고가 아닌...), 11인치는 이미 2015년 이후에 단종되었다. 



3. 소장 가치?

그렇다면 사과 불이 들어오는 기종 중, 13인치 이하이면서 앞으로 다시 출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신형 모델이 나와도 소장 가치가 쭉-있는 모델은- 그렇다 11인치뿐이었다.


내가 구입한 모델은 11인치 (정확히는 11.6"), 램 4gb에 128gb 저장용량이 장착된 기본 모델이다. 14년식이기에 업데이트 가능한 OS 역시 빅서가 마지막이다. (그 이후 OS는 지원하지 않는다.)




2023년, 그것도 굳이 독일 베를린에서- 

맥북에어 11인치 2014년식 구입기


사실 원래 나는 제일 마지막 모델인 2015년식을 노리고 있었다. 그래서 2015년식을 계속 기다렸는데, 매물은 잘 없었고... (특히 베를린에...) 그렇게 쭉- 기다리다가 2015년식 모델이 올라온 것을 보고 얼릉 업어왔다. 문제는, 아주 친절했던 독일 판매자 아저씨(라고 쓰지만 나보다 몇 살 안 많아 보이는 아기 아빠)는 컴퓨터에 대해 아-주 무지한 분이셨고, 축구 볼 때나 TV에 연결해서 사용했다는 11인치 맥북에어 사양에 대해 전혀 무지했다. 내가 구입했을 때 이미 리셋이 되어있어 만나는 당일 몇 년식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기에, 아저씨에게 "15년식이 맞는 거죠? 그게 중요해서..."라고 하니 당당하게 15년식이 맞는다고 하셨....



그.러.나. 부팅해서 다 셋업하고 확인해 보니 이놈은 14년식, 무려 얼리.... (사기당한 기분, 혹은 당한 건가?...) 하지만 14년식이나 15년식이나 구형은 매한가지이고, 오래된 구형식 맥북치고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서 킵하기로 결정했다! 구입한 가격은 아주 저렴하진 않지만, 최소한 바가지는 아님으로 패스-



외관에 눈에 띄는 스크래치 하나 없다. 사과 불도 잘 들어오고, 스크린도 문제 무, 카메라도 잘 작동한다. 무엇보다 맥세이프를 사용하는 구형 맥북들의 케이블들은 상태가 처참한 경우가 많은데 - 케이블 겉에 고무가 다 벗겨져서 안에 전기선이 그대로 다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이분은 어찌나 깔끔하게 쓰셨는지 케이블이 사용감이 1도 없다. 거기에 외장 스크린에 연결하실 때 쓰셨다는 케이블과 들고 다닐 때 쓸 수 있는 케이스도 함께 주셨는데 둘 다 상태가 아주 좋다. 남자분이신데 엄청 깔끔하신 분이거나 사용을 거의 안 하신듯하다.



픽업을 받자마자 카페로 가서 이것저것 누르며 확인!






작고 깜찍 그 자체! 

구형 모델답게 스크린 퀄리티가 아주 저질이라고... 많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고, 배터리 상태가 너무너무 좋았다. (독일 아저씨, 정말 아껴 쓰신 듯) 작고 얇고 가볍고- 사과 불 들어오고! 내가 딱 원하던 사이즈의 노트북이다.






카페가 너무 밝아 사과 불이 사진상 보이진 않지만, 영롱하다 영롱해 :) 

상판이 이렇게 예쁜데, 사용하면서는 보질 못하니 아쉽다. 하하


판매자 아저씨가 리셋을 한 덕에 체크를 제대로 못해서 카페에서 셋업을 하려고 했는데, 카페 와이파이가 너무 느려서 (독일 만세...) 5시간 기다려도 안될 것 같아 집으로 이동해서 제대로 된 작업 시작!

기존에 쓰던 애플 ID로 로그인하고, 무려 카탈리나로 되어있는 아이를 빅서로 업데이트해주었다.






빅서로 업데이트하면서 발생했던 엄청난 굉음과 발열 (구형답다!). 마침 집에 오니 먹구름이 끼고 바람도 많이 불고 으슬으슬했는데, 덕분에 아주 따듯했다. 풉-

다행히 발열과 소음은 업데이트를 마무리한 후에 사라졌다.






인텔 구형 맥북을 업데이트하다가 갑자기 꺼지고 다시 켜지지 않는 현상 (일명 벽돌 현상)이 빅서 os 초기에 많이 있었기에 왠지 마음을 졸이며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업데이트 완료! 다행히 몇 번의 시스템 자동 부팅 후에 빅서를 만나볼 수 있었다.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독일에서 구입한 덕에 자판도 독일어 자판 :) 독일어 자판은 네버- 적응이 안 되는 관계로 자판 무시하고 영어/한글 자판으로 설정해서 사용 중이다. 어차피 한글과 영어 자판은 외워서, 보고 치는 게 아니라 그냥 손 가는 대로 치니까 ㅎㅎ




10년이 다 돼가는 구형 맥북, 사용할만한가?


사실 오래된 구형 맥 북을 구입하는 데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 사용할만하다는 유저분들과 굳이 10년이 다 돼가는 모델을 업데이트에 한계를 감안하면서까지 구입할 필요는 없다는 분들. 모두 맞는 이야기이다. 빅서로 업데이트하기 전, 카탈리나에서는 슬랙과 같은 기본적인 앱도 깔 수가 없었다. 그 말인즉슨, 내년 혹은 그 후에 점점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앱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하고 구형맥북은 사실 아주 사용할만하다. 빅서로 올린 후에 버벅댄다는 글들도 꽤 보였었는데, 운이 좋았던 건지 빅서로 올린 후에도 특별히 발열이나 소음, 버벅임 없이 아-주 빠릿하게 잘 구동되고 있다. 물론 이 작고 오래된 아이 가지고 디자인 프로그램을 돌린다든지, 크롬 창울 30개 열어놓고 사용하는 헤비 한 작업을 하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영상 시청, 문서작업, 인터넷 서핑 등 라이트 한 작업은 지금 사용하는 16년식 그램보다 훨씬 쾌적하고 빠르다-가 나의 결론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맥북프로 15인치/m1 프로 14인치보다 키보드 키감이 훨-씬!! 좋다. 이 부분은 아주 기대 이상이었다. 키보드가 작아서 타이핑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생각보다 타이핑도 쉽게 되고, 키감이 너무 좋은-! 


재미있는 점은, 구형맥북은 옛날 감성(!)답게 엄청나게 광활한 베젤을 자랑하는데... 이덕에 11인치 모델인데도 m1 프로 14인치와 가로 사이즈에는 별 차이가 없다. 하하




하지만 11인치 모델이 세로 길이가 훨씬 짧고, 쭉- 일괄적으로 두꺼운 14인치 프로에 비해 뒤로 갈수록 두께가 점점 얇아져 실질적인 무게 차이는 상당하다. 11인치, 확실히 가볍다.




자주 사용하는 슬랙, 크롬 등을 깔고, 역시 자주 사용하는 왓츠앱 웹, 링크드 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이렇게 저렇게 나름 사용해 본 결과- 상당히 쾌적하고 잘 돌아간다. 카페에서 사용할 때는 약간 버벅대기도 하고 느리길래, 역시 구형은 예쁜 쓰레기 인가- 했는데. 아마도 그 카페의 느린 인터넷 속도 때문이었던 것 같다. 빅서로 올리고, 집에 와서 요리조리 나름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10년 가까이 된 모델 치고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신형 모델 못지않게 반응속도가 빠르다.


물론 이것은 '라이트'한 작업을 한다는 가정하에 쾌적하다는 이야기이다. 요 조그마하고 램도 4기가 밖에 되지 않는 아이로 포토샵이나 피그마를 본격적으로 돌리는 무모한 짓은 아마도 하지 않을 듯하다. 


(+ 나름의 테스트를 더 해보니 피그마도 포토샵도 생각보다 잘 돌아간다 ㅎㅎ 화면도 생각보다 잘 보이고! 간단한 수정은 얼마든지 가능할 듯하다.) 





주 용도는 아마도 간간이 들고 카페에 가서 지금처럼 블로그 글을 쓰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딴짓 (신형 맥북은 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많다) 하기에 방해받지 않고 공부를 해야 할 때 사용하면 딱! 일듯.





왜 굳이 돈을 내가며 이 10년 가까이 된 고인물을 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것은 개인 취향...


나는 작고 클래식한 아이들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한참 클래식/토이카메라에 빠져 돈이 생기는 족족 카메라를 구입했던 시절이 있었고, 킨더 서프라이즈 (초콜릿에 작은 장난감에 들어있는 ㅎㅎ)에 빠져 사무실 모니터 테두리를 킨더 서프라이즈에서 나오는 장난감을 붙여 다 도배해버린 적도 있었다.


나는 IT 기기 전문 가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나 기계에 욕심이 많고, 관심이 많았다. 어릴 땐 관심이 있었어도 내 돈 내산을 할 수 없었기에 눈팅을 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세월이 흘러 구형 노트북을 소장용 혹은 취미로 내 돈 내산 할 수 있을만한 나이는 된 것 같다.


맥북에어 11인치를 당당하게 손에 넣고 뿌듯해하며, 그와 동시에 내가 요즘 새로이 눈독 들이고 있는 아이는 바로 아이팟 나노 3세대! 클래식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작고 앙증맞은 크기를 자랑하는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앱등이나 애플의 노예는 아직 아니지만 (신형은 회사에서 주니 아직 스스로 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애플 구형 제품들의 클래식한 매력에 빠져 점점 수집하는 숫자가 늘어갈 것만 같은 불길한 (?) 예감이 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사고 싶으면 사야지.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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