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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외계인 Apr 19. 2024

구형 맥북을 크롬북으로 바꾸기

맥북에어 13인치 2011년형에 크롬 OS Flex 설치 및 사용기 


이전 몇몇 포스팅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요즘 구형 애플 제품들을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10년이 훌쩍 지난 제품의 디자인이 아직 세련된 것도, 또 그렇게 오래된 기기가 아직도 잘 돌아가는 것 역시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나는 몇 가지 모으는 것들이 있다. 클래식 혹은 토이카메라, 어린 왕자 책, 구형 애플 제품 등등- 그래서인지 내 주변인들이 내가 이런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여행을 다녀오면 그 나라 언어로 된 어린 왕자 책을 선물해 주기도 하고, 본인 사용하지 않거나 나에게 선물을 할 일이 생기면 카메라나 내가 모으는 것들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애플 기기들은 비교적 최근에 모으기 시작했고, 마침 지난 주말 독일 친구와 브런치를 먹으며 요즘 내가 애플 구형 제품에 푹 빠져 있다는 이야기를 한참 했었다.


특히 구형 맥북 애플 로고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 좋아 얼마 전 구형 에어 11인치도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마침 본인에게 사용하지 않는 무척 오래된 맥북에어가 있다며 원하면 나보고 가져가라는 것! 아이맥 m1이 나오자마자 새로 구입한 친구는 더 이상 오래된 맥북 에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안 그래도 요즘 구형 맥 제품들의 부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이런저런 방법으로 활용하는 블로그나 커뮤니티 글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바로 구형 맥북에 크롬 os를 설치하여 크롬북으로 변신시키면 무척 쾌적하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부품 업그레이드하는 것처럼 큰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나 같은 초보도 USB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글에 도전 의지가 불타올랐고, 11인치 구형 에어를 하나 더 구해서 시도해 보려고 다시금 11인치 맥북에어 제품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찾아보고 있었었드랬었다.


친구의 제안에 나는 솔깃했고, 우리는 다음 주 주말에 다시 브런치도 먹을 겸 만나서 맥북을 전달받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브런치를 함께 한 뒤 친구 집으로 함께 가서 맥북에어 13인치- 무려 2011년형을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맥북에어 2011년형




이것은 유물입니다


그렇다. 2023년, 애플 실리콘이 출시된 후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인텔 맥북들도 구형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마당에, 논레티나 액정을 가진 2011년에 출시된 맥북에어는... 그렇다, 유물 수준이다.


간혹 맥 커뮤니티에 입문용으로 구형맥북을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묻는 글이 종종 올라오는데, 열이면 열 명의 사람들이 모두 말린다. 심지어 2015년 이후 출시된 제품들도 차라리 돈을 조금 더 보태서 m1 에어 중고를 사라는 분위기. 물론 메인 용도의 노트북으로 사용할 것이라면 나 역시 같은 의견이다. 나는 메인으로는 회사에서 제공받은 m1 pro를 사용하고 있고, 개인작업용으로는 2019년 인텔 맥북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이나 업무는 주로 이 두 노트북으로 하고 있고, 그램이나 얼마 전 업어온 11인 맥북에어는 간단한 서핑이나 영상 볼 때 등 그저 소소한 일들을 할 때나 사용하는 서서서브용 수준이다.


이 2011년 맥북에어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크롬북으로 변신시켜보고자 하는 재미로 데려온 것일 뿐, 이것을 본격 업무를 하는데 사용할 생각은 별로 없다. 



영국에서 구입한 덕에  키보드도 영국식



무튼, 생산된 연도 이외에도 이 노트북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1. 배터리가 거의 방전 상태이다.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다고 경고가 떴다. 풀 충전하면 배터리가 1시간 정도 가는 듯하다. 다행히 배터리가 부풀어 당장 교체를 하거나 제거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2. 충전 케이블이 잘 작동하나, 애플의 고질적 문제점- 케이블이 너덜너덜하다. 이것은 조만간 테이프를 사서 감아주거나 C 타입 케이블에 예전 맥세이프 어댑터만 사서 바꿔볼까 한다.


3. 외관상 큰 문제는 없으나 역시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있다. 키보드 A가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지워졌고, 그 외에 크고 작은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4. 문제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점은, 이 맥북은 2011년에 출시되었다. 무려 기본 OS가 X Lion.... 와우. 2019년 맥북 역시 회사에서 세컨핸드 재고를 구입한 것이기에 나는 빅서 이전 OS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ㅋㅋㅋㅋ)



+ 덧, 사실 크롬 깔기 전에 맥 OS도 살려보려고 했는데, 보다시피 아주 예전 OS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나중에 크롬 OS 쓰다가 질리면 하이 시에라 USB 부팅 디스크 만들어서 맥 OS로 다시 돌아가 볼까 한다.






크롬 OS Flex, 설치 USB 드라이브 만들기


크롬 OS는 갤럭시 Dex 모드와 비슷한 UI 구성을 가지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처럼 이미 기본 구글 앱들이 깔려 있고, 정식 크롬 OS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설치하여 별도의 앱 설치 및 사용도 가능하다. OS 자체가 무거운 맥이나 윈도우즈와는 다르게 크롬 OS 자체가 매우 가벼워서, 저사양 기기에서도 충분히 빠르게 잘 작동이 된다.


크롬 OS Flex는 일종의 무료 버전이다. 그만큼 제약이 있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Flex 버전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 말인즉슨, 기본 구글 앱들만 깔려있으며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여느 다른 노트북들처럼 다 가능하지만, 그 외에 다른 앱은 설치를 할 수가 없다. (이 역시 방법이 있다고는 들었으나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 OS Flex 설치가 가능한 공식적인 지원 인증 모델 목록이 있다. 이는 맥북, 아이맥 등 다양한 애플 제품부터 델, LG 등 다양한 윈도우즈 제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맥북에어는 공식적으로는 2012년형 제품부터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https://support.google.com/chromeosflex/answer/11513094?sjid=2108825753951791264-EU#zippy=%2Capple


내가 사용하려고 하는 2011년형은 공식 지원 제품 목록에는 없다. 하지만 구글에서 요구하는 최소 기기 요구사항에 맞으면 설치가 가능하다. 여기저기 블로그와 카페 후기들을 종합해 본 결과 이미 2011년 맥북에어에 설치 성공한 사례들이 있었다. 




최소 기기 요구사항


아키텍처: Intel 또는 AMD x86-64비트 호환 기기

RAM: 4GB

내부 저장소: 16GB

USB 드라이브에서 부팅 가능

BIOS: 전체 관리자 액세스. ChromeOS Flex USB 설치 드라이브로 부팅한 후 문제가 발생하면 BIOS에서 일부 조정해야 합니다.

프로세서 및 그래픽: 2010년 이전에 제작된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Intel GMA 500, 600, 3600, 3650 그래픽 하드웨어는 ChromeOS Flex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않습니다.


출처> Chrome OS Flex 설치 가이드 페이지




이전 후기들을 보면 너무 어떤 기기에서는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거나, 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글들도 보았는데, 지금은 버그를 많이 고친듯하다. 예전 2011년 맥북에어에 설치한 후기를 보았을 때는 내장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글을 보아 카메라는 포기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설치 후 업데이트 한번 해주자 카메라 아주 잘 작동한다.


사실 크롬 OS Flex는 설치 방법이 아주 간단하다. 구글에도 설명이 잘 되어있어 고대로- 따라 하면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다. 설치를 위해서는 우선 설치 드라이브를 만들어야 한다.


https://support.google.com/chromeosflex/answer/11552529?hl=ko&sjid=2108825753951791264-EU&visit_id=638165802269869054-4156046261&ref_topic=11551271&rd=1



준비물은 8gb 이상의 USB 메모리와 내가 크롬 OS Flex를 설치하고자 하는 구형 기기만 되어있다면 끝! 



1. Chromebook 복구 유틸리티 설치


우선 준비한 USB를 크롬 브라우저 사용이 가능한 노트북 혹은 데스크톱에 꽂아준다. 그리고 크롬 웹 스토어에서 Chromebook 복구 유틸리티를 설치한다.


https://chromewebstore.google.com/detail/chromebook-%EB%B3%B5%EA%B5%AC-%EC%9C%A0%ED%8B%B8%EB%A6%AC%ED%8B%B0/pocpnlppkickgojjlmhdmidojbmbodfm?pli=1





2. USB에 드라이브 설치


그다음은 사실 순서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데, 여기서 설정해야 하는 부분이 한 가지 있다.




이 부분만 목록에서 OS Flex 버전으로 설정해 준 뒤, 계속을 누르면 연결된 USB 메모리에 드라이브가 설치된다.


설치가 완료된 USB 드라이브를, 크롬 OS Flex 설치를 원하는 구형 기기에 꽂아주면 준비 완료!




초간단 크롬 OS Flex 설치


USB 드라이브를 구형 맥북에 꽂아준 뒤 전원을 누른다. 전원을 누르자마자 Option (alt) 키를 꾹- 화면이 뜰 때까지 눌러준다. 이것이 바로 초기화로 가는 길-


안타깝게도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option 키를 계속 누르고 있으면 맥북에 설치돼있거나 연결돼있는 디스크 목록이 뜨고, 와이파이 연결 옵션이 함께 뜬다.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디스크 목록 중 크롬 드라이브가 설치된 USB를 선택한 뒤 Return (보통 엔터로 쓰는) 키를 눌러주면 크롬 OS로 부팅이 시작된다.






크롬 OS Flex 설치 화면이 뜨면 보통 초기 언어 설정이 영어로 되어있는데, 한국어 옵션이 있다. English를 클릭하면 목록에서 한국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후에는 사실 크롬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 하면 설치가 되기 시작한다.




설치가 완료되면 00초 후에 기기라 종료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전원이 꺼지면, 전원을 다시 켜기 전에 USB 메모리를 기기에서 제거하라고 안내 메시지가 뜬다.


전원이 꺼지면 USB 메모리를 기기에서 빼고, 다시 전원 버튼! (이번에는 option 키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


전원이 켜지면, 잠시 후 Welcome 화면을 만나볼 수 있다.





Get started를 누르기 전에 언어 설정을 한국어로 바꾸고 시작하면 드디어 구형 맥북에서 크롬 OS를 사용할 수 있다. 설치방법- 참으로 간단!





크롬 OS는 크롬 브라우저와 구글 계정을 바탕으로 사용하는 것이기에 구글 계정이 있어서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계정을 연결하거나 계정이 없다면 새로 계정을 만들어 연결하면 된다.


구글 계정에 로그인을 한 후, 와이파이, 다크 모드 등 몇 가지 설정을 마치고 나면 설정 완료 화면과 함께 시작하기 버튼 클릭!





그럼 이제 구형 맥북에서 크롬북으로의 변신 완료!





실제로 사용해 보니...


우선 첫인상은 두 가지- 갤럭시 유저라면 Dex 모드와 UI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고, 두 번째는 구형 노트북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엄청 쾌적하고 빠르다는 것!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구매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웰컴 메시지와 함께 기능과 사용법을 간단히 둘러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크롬 브라우저, 지메일, 구글 캘린더 등 구글에서 제공하는 앱들이 깔려있다.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지메일, 구글 워크스페이스, 인스타그램 등 여기저기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았다. 그로 인해 단시간에 발견한 몇 가지 장단점을 공유해 볼까 한다.





장점


1. 매우 쾌적하다. 

그리고 정말 빠르고 가볍게 잘 돌아간다. 이전 맥 OS에서는 꽤나 느리고 버벅였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주 빠르고 쾌적하게 잘 돌아간다.


2. 크롬 브라우저가 다 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한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많이 사용해서 어떨지 모르겠으나, 베를린에서는 대부분의 회사가 구글 계정을 이용한다. 그 말인즉슨 크롬 브라우저만 깔리면 웬만한 업무부터 문서작성이 다 가능하다는 이야기. 우리 회사의 경우도 구글 계정을 업무 계정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크롬 브라우저에 회사 계정을 추가해 주면 개인 업무뿐 아니라 회사 업무도 다 가능하다. 특히 슬랙, Zoom 등 구글 외의 업무 툴도 대부분 브라우저에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한 다른 앱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였다.


3. 심플하다.

안드로이드나 Dex 모드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특히 따로 공부가 필요 없이 아주 쉽게 사용이 가능하다. 기능이 굉장히 단순하고 UI가 제법 직관적이라 쉽게 별도의 공부가 없이 사용이 가능했다. 구글 계정 설정하는 것과 비슷하게 설정을 누르면 '기기' 메뉴에서 웬만한 기기에 대한 설정을 다 할 수 있다. 참고로 한/영 전환은 ctrl+space 바이다.




단점


1. 프로그램 설치 제약.

이것은 사실 당연한 부분이다. 대부분 웹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데스크톱 프로그램들은 맥 OS 혹은 윈도우즈 전용이다. 크롬은 안드로이드 베이스기 때문에 보통 웹용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은 설치할 수 없다. 


2. 무거운 작업은 솔직히 힘들다.

이건 크롬 OS의 문제라기보다는 구형 기기 사양의 어쩔 수 없는 한계 덕이다. 테스트를 하며 Zoom과 Figma를 열어보았는데. 물론 둘 다 로딩 속도는 좀 걸려도 잘 돌아간다. 하지만 특히 프레임이 많이 들어있는 피그마 페이지를 열자, 맥북에서 서서히 발열과 소음이 시작- 구형 기기에 많은 걸 바랄 수는 없으니- 하지만 피그마도 돌아가긴 한다. (ㅎㅎㅎ) 피그마라는 프로그램 자체는 무거운 프로그램은 아닌지라, 간단한 수정은 가능할 듯싶다.




사실 아직까지 큰 단점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나는 대부분의 업무가 크롬 브라우저로 커버 가능해서 사실 그 좋은(!) m1 pro를 두고 다음에 회사 갈 때- 디자인 작업보다는 회의가 많은 날에 요 녀석을 데려가 볼까 싶기도 하다. 맥북프로는 좋은데 너무 무거워서 ㅠㅠ...


크롬 OS Flex 설치하고 몇 시간 동안 이리저리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쾌적하게 꽤 잘 돌아간다.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통한 문서 작성도 가능하고, 유튜브 영상들도 잘 돌아가고- 간단한 업무나 카페 갈 때는 이만한 선택이 없는 듯! 





사실 설치 이전에 크롬 OS나 크롬북 자체에 대한 후기를 많이 찾아보았는데,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 등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여야 작업환경에 맞게 사용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크롬북 자체에 대해서도 그다지 평이 좋지 못한듯하다. 하지만 이메일 작성이나 웹 서핑, 브라우저를 통한 OTT 시청 용도로써는 메인 용도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손색이 없다.


고장 없이 멀쩡하지만, 단순히 사양이 모자란 구형 제품이라고 구박받던 제품들에게 간단한 설치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사용이 가능한 정도의 제품으로 변신시켜준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듯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프로그램 설치나 사용에 제한이 있어 되려 아이들이 교육용으로 쓰기에 아주 좋을 듯하다. (딴짓금지 ㅋ)


맥북에어는 제품 자체가 무겁지 않아 앞으로 카페에 갈 때 아마 무거운 맥북프로보다는 당분간 이 새로운 맥-크롬북을 데리고 다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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