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 옥토버페스트, ft.사랑해요친구들 26 Sept 2024
대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 때문인지 나는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큰 마음먹고 아예 오늘은 놓자는 심정으로 페스티벌을 찾아가는 게 아닌 이상, 사람 많은 곳을 피해 갈 수 있다면 20분 거리가 1시간이 걸려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다.
독일에 산 지 어언 8년 차. 독일과 유럽의 많은 곳을 여행해 보았지만, 옥토버페스트와는 연이 없었다.
우선 옥토버페스트는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 그 말인즉슨 사람도 많고- 술 취한 사람도 많고... 그리고 페스티벌 장내에 크고 작은 텐트들에서 놀고 즐기는 맛인데, 예약 없이 들어가려면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하고- 텐트를 예약하려 한다면 거의 일 년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쉽지가 않다.
숙소와 가는 교통편도 만만치 않다. 교통편은 기차, 비행기, 차 등 경우의 수가 그래도 많은 편이라 어떻게든 가기야 가겠지만, 숙소는 옥토버페스트 시즌만 되면 말도 안 되는 컨디션의 호텔(이라 쓰고 호스텔이라 읽는다)들이 하룻밤에 20-30만 원, 에어비앤비도 옥토버페스트 특수를 노리는 호스트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도 올해, 이 삼박자가 참 말도 안 되게 맞아버렸다.
베를린 첫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친구가 몇 년 전 일 때문에 뮌헨으로 이사를 했다. 친구 회사가 뮌헨에 있다 보니, 직원들을 위한 복지의 일환으로 매년 옥토버페스트 시즌만 되면 직원들을 위해 텐트에 테이블을 예약해 함께 옥토버페스트를 즐긴다고 한다. 게다가 모든 직원들은 게스트 1명, 즉 +1을 데리고 갈 수 있다는 것. 작년에도 친구가 초대를 해주었지만, 부모님과의 여행 때문에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했었는데 올해 고맙게도 친구가 옥토버페스트에 오겠냐며 기꺼이 초대를 해주었다. 이로써 텐트 내 테이블 예약 해결.
다음은 교통편. 베를린에서 뮌헨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은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다. 기차를 타면 대략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기차는 보통 미리 예약하면 할수록 가격이 저렴하다. 나의 경우 겨우 3주 남짓 전에 교통편을 알아보기 시작해서 조금은 비싼 가격에 기차를 예약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KTX 정도 되는 가격이라, 거리나 빠른 기차 속도를 생각하면 아주 많이 부담이 되거나 하는 가격은 아니다.
마지막은 대망의 숙소. 사실 숙소 때문에 올해도 옥토버페스트를 거의 포기할 뻔했었다. 친구의 초대를 받고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맙소사... 별 3개도 안되는 무늬만 호텔인 호스텔이 2박에 60만 원이 넘어갔다. 에어비앤비도 상황은 마찬가지- 침대가 있는 방도 아니고, 거실의 소파에서 지내는데 1박에 15만 원... 원래 뮌헨은 숙소가 저렴한 도시는 아닌데, 거기에 옥토버페스트 특수가 더해져 정말 말도 안 되는 컨디션의 숙소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물론 이 역시 내가 날짜가 임박한 상태에서 숙소를 알아봐서 더 비싼 것도 있었다. 좋은 숙소들은 이미 예약이 모두 나가버린 상황. 숙소 알아보다가 정말이지 성질을 버릴 것 같아서 아쉽지만 올해도 옥토버페스트 행은 접으려고 했는데...
나에게는 아주 좋은 독일 친구가 한 명 있다. 정말 나의 베를린 라이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나의 베스트 프렌드. 마지막 뮌헨을 여행한 것도 이 친구와 함께 갔었다. 일 때문에 뮌헨에 잠깐 살았던 이 친구 덕에 예전 여행 때도 참 편하게 같이 잘 다녔었는데, 갑자기 문득 이 친구가 떠올라 만에 하나라는 심정으로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혹시 뮌헨에 내가 이틀 정도 신세를 질 수 있을 만한 혹은 집을 렌트해 줄 만한 친구가 있는지... 이 친구도 뮌헨을 뜬지 오래라 큰 기대를 하고 문자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정말 만에 하나-
잠시 후 친구에게 온 문자. 마침 전 직장동료 중 한 명이 아직 뮌헨에 살고 있는데, 이 친구 집 거실 (독일 집들은 대부분 말이 거실이지, 우리나라처럼 오픈된 공간보다는 문이 따로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소파베드에서 지내는 것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와서 지내도 좋다고 했다는 것!
나를 옥토버페스트에 +1으로 기꺼이 초대해 준 A 군, 본인 일처럼 숙소를 구하는 데 도움을 준 S 양, 그리고 나와는 어찌 보면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인데 나를 기꺼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준 B 양.
그렇게 정말 엉뚱하게도 여러 친구들의 도움이 이어지고 이어져, 그렇게 나의 급 뮌헨행이 결정되었다.
여행할 때 날씨 운이 나쁜 편은 아닌데, 이번에는 날씨가 내 편이 아닌 듯하다. 베를린에서 출발할 때부터 범상치 않은 비구름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비구름 놈들... 나와 함께 베를린에서 뮌헨으로 함께 이동.
뮌헨까지는 기차로 대략 4시간. 평일이라 그런지 기차는 꽤 한산했다. 그리고 시끄러운 환경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항상 조용한 기차를 예약한다. 독일 기차에는 조용히 가는 것을 선호하는 여행객을 위한 일명 '조용한 칸'이 있다. 나는 보통 기차 여행을 할 때 이동 시간이 길면 평일에 일을 하면서 가기 때문에 항상 이 조용한 칸을 선호하는 편이다.
기차 내 와이파이는 상당히 불안정하지만, 일은 할 수 있는 정도. 와이파이가 끊기는 구간에서는 휴대폰 핫스팟과 적절히 왔다 갔다 하며 일을 했다. DB (도이치반)은 여행객들을 위해 기차 내에서 인터넷 포털을 통해 자체적으로 볼 수 있는 영화나 티비시리즈를 제공한다 (비행기처럼). 와이파이가 안정치 못한 구간도 DB 자체 포털 컨텐츠들은 꽤 부드럽게 재생되는 편. 그래서 긴 여행시간도 별로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다.
아침에 출발해서 뮌헨에 점심때쯤 도착했다. A 군은 아직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따 늦은 오후에 만나기로 했고, 우선 짐도 놓을 겸 B 양의 집으로 출발.
B 양의 집은 중앙역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주거지역에 있었는데, 동네가 왠지 참 좋았다. 분위기도 좋고, 사람들도 좋아 보이고 (이 모든 게 어둡게 보이는 것은 비구름 때문일 테지... 쳇)
B 양의 집을 어렵지 않게 찾아갔고, 마침 점심시간을 갖고 있던 B 양과 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집에 대해 알려주었다. 지금은 IT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원래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는 B 양의 스타일과 감각이 돋보이는 집. 서랍장의 작은 손잡이부터 벽에 걸린 그래픽 포스터들까지 정말이지... 집순이를 절로 만드는 집이었다.
(B 양의 프라이버시가 있기에 집 사진은 포스팅은 안 하는 걸로...)
짐을 정리해두고, 우선 아침에 커피를 못 마셨더니 영 돌아오지 않는 집 나간 정신을 찾기 위해 미리 봐두었던 카페로 출발. B 양 집에서 시내 중심가인 마리엔광장 Marienplatz까지는 걸어서 30분이 조금 안되는 거리. 날은 흐리지만 춥지 않고, 비도 오지 않아 산책 겸- 오랜만에 방문 뮌헨도 둘러볼 겸 걷기로.
B 양 집 바로 옆 작은 공원 지나자마자 탁 트인 절경의 이자르 강. 실제로 본 광경이 더 멋있었는데, 날씨가 흐린 탓인지 사진이 다 담지 못해서 아쉬웠다.
마리엔 광장으로 가는 길에 마침 빅투알리엔 마켓 Viktualienmarkt이 있어 가로질러 가려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이거 뭐야. 신호등 귀여워.
베를린은 모든 신호등에서 동독의 귀여운 마스코트인 암펠만을 볼 수 있다. 원래 통일을 하면서 일반 신호등으로 바꾸려 했다는데, 암펠만 향한 사람들의 애정과 지지로 남게 되었다는... 지금도 동독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암펠만을 볼 수 있다. (서독은 보통 일반 우리가 하는 신호등). 뮌헨에서 몇 개의 신호등을 건너면서 암펠만을 볼 수 없어 내심 아쉬웠는데, 이렇게 귀여운 신호등이라니 ㅎㅎ
번화가에 도착했지만 딱히 관광에 관심도 없고, 계획도 없던 나는 A 군을 만나기까지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 있었다. 뭘 할까 하다가, 뭘 계획하냐- 일단 걷자! 가 계획이 되었다.
사실 이미 독일에 살고 있다 보니 뮌헨의 풍경이 왠지 나에게는 익숙했고, 이미 뮌헨은 세 번째 방문이라 이전에 이미 관광할 거 다하고, 심지어 잘츠부르크나 퓌센 같은 근교 여행도 다 해본지라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긴 했다. 이번 여행의 계획은 온리 옥토버페스트 ㅎㅎ
뮌헨에서 유명한 빅투알리엔 마켓도, 이미 유럽의 마켓에 익숙한 나에게는 그저 지나가면서 휙-
시내를 걸으며 뮌헨 풍경도 구경하고, 사람도 구경하던 차에- 뮌헨에서 한 번도 전망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라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동. 뮌헨의 상징 중 하나인 마리엔광장의 신 시청도 지나가고 ㅎㅎ
그렇게 향한 곳은, 뮌헨 프라우엔 키르헤 Frauenkirche. 입장료는 1인당 7.5유로.
계단으로 올라가는 거면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안에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해서 올라가 보기로 결심했는데- 웬걸.. 엘리베이터까지 2층 정도 되는 높이를 어쨌건 걸어올라가야했던...ㅎㅎ 계단이 엄청 좁고 구불구불해서 올라갈 때도 힘들었지만 내려올 때 현기증 나는 줄...
실외 전망대를 기대했는데, 그저 유리창이 많아 뮌헨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작은 실내 전망대. 그래도 바람이 꽤 많이 부는 날씨에 날리는 머리카락과 싸우지 않으며 전망을 볼 수 있어 좋다고 스스로를 위안해 본다. 저 멀리 마리엔 광장도 보이고, 이따 방문할 옥토버페스트 장소도 보이고. 중간중간 스크린이 있어 건물에 대한 설명도 찾아볼 수 있다.
천천히 전망을 구경하고 내려와, 드디어 커피 마시러 출발.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어디를 여행 가든 카페는 꼭 미리 알아보고 가는데, 뮌헨에는 꽤 많은 스페셜티 카페가 있었다. 그중 멀지 않은 곳에 있던 'sweet spot kaffee'.
계속 걸었던 탓에 잠시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앉아갈까 했는데, 카페가 작아도 너무 작았던 ㅎㅎ 그나마 있는 몇 안 되는 좌석도 만석이고, 바리스타는 정신이 없는지 계산도 안 하고 나에게 커피 가져가라고 주더라 ㅎㅎ 그래도 직원들도 친절했고, 커피 맛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원두를 구입할 정도 내 입맛에 맞는 커피는 아니었다.
A 군과 만날 시간이 가까워지고, 시간이 애매하게 떠서 신 시청 옆 뮌헨에서 나름 제일 유명한 백화점이라는 LUDWIG BECK으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와이파이도 되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했으나- 정말 서울에 있는 우리 동네 백화점보다도 작은 크기의... 뮌헨의 나름 유명 백화점이라고 하길래 베를린 카데베 느낌을 기대하고 갔는데, 그런 느낌의 백화점은 아니었던.
5층 (가물가물)에 옥토버페스트 맞이 전통의상 판매 섹션과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문구류 섹션이 있다고 해서 올라가 보았다.
귀여운 소품들이 꽤 있었는데, 베를린이나 온라인으로도 판매하는 브랜드들이라 굳이 뮌헨에서 사야겠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전통 의상 판매 섹션에서 나름 클래식하면서 귀여운 드레스가 있길래 사진을 찍었는데, 가격을 보고 다시 살포시 놓았다는... 가격은 750유로. 정말 자주 입을 수 있는 옷이라면 구매할 수도 있었겠지만, 옥토버페스트를 즐기기 위해 혹은 클래식한 전통 의상을 위해 지불하기에는 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뮌헨은 다른 도시들보다는 비교적 전통적인 느낌의 도시라 그런지 독일 전통 스타일의 소품이나 의상들을 파는 가게가 원래 많은 편인데, 거기에 옥토버페스트가 더 해져 정말 도시 곳곳에서 너무나 쉽게 옥토버페스트나 뮌헨 전통 관련 의상들을 판매하는 곳들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백화점을 대강 둘러보는 중 드디어 일을 마치고 합류한 A 군. A 군의 회사에서 예약한 테이블은 내일이라 오늘은 잠시 옥토버페스트에 들러 분위기를 맛보기로 했다.
옥토버페스트는 아래 지도에서 보다시피 정말 어마 무시한 규모의 페스티벌이다. 그렇기에 입장할 수 있는 입구도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고, 크고 작은 맥주 텐트와 작은 상점들이 즐비하다. 전통 축제라고 해서 뭔가 크리스마스 마켓처럼 좀 더 트래디셔널 한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왠지 우리나라 월미도가 떠오를 것만 같은 비까번쩍한 놀이 기구들이 상당히 많았던 ㅎㅎ
이 무수히 많은 텐트 중, 우리가 내일 갈 곳은 Fischer Vroni. 본격적으로 맥주를 즐기고, 텐트의 흥겨운 축제 분위기 만끽하는 것은 내일 예정돼있었기에- 오늘은 옥토버페스트의 아주 클래식한 면모를 보여주는 Oide Wiesn을 중심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이에 앞서 따끈따끈한 옥토버페스트 유경험자로써 나름의 몇 가지 꿀팁을 공유해 볼까 한다.
1일 1옥토버 페스트, 나름 몇 가지 꿀팁
1. 옥토버페스트는 입장료가 없다. 그러나 Oide Wiesn은 있다.
2. 전통의상은 페스트 분위기를 두 배 더 즐겁게 한다.
3. 큰 짐이나 가방은 아주 귀찮다.
4. Maß는 생각보다 독하다.
5. 현금은 옵션이 아닌 필수!
6. 텐트는 취향대로 선택
7. 옥토버페스트는 그들의 가장 큰 연례 비즈니스다.
1. 옥토버페스트는 입장료가 없다. 그러나 Oide Wiesn은 있다.
옥토버페스트는 입장료가 없다. 입구에서 시큐리티 체크 (가방 안을 열어서 보여달라고 하는 정도)를 하지만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하거나 티켓을 보여줘야 하는 축제가 아니다. 다만, Oide Wiesn이라 불리는 구역은 입장료(4유로) 가 따로 있다. 하지만 이곳도 밤 9시부터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Oide Wiesn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스크롤 아래로-
2. 전통의상은 페스트 분위기를 두 배 더 즐겁게 한다.
전통적으로 남자는 레더호젠이라 불리는 전통 가죽바지를 입고, 여자는 딘들이라 불리는 원피스와 앞치마, 블라우스를 한 세트로 입는다. 옥토버페스트 기간에는 축제 현장뿐 아니라 정말 도시 곳곳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다만 주의할 것은, 반짝거리는 싸구려 재질의 코스튬 같은 (치마 길이가 정말 짧고, 가슴이 많이 파여져있는 딘들이나 무늬만 레더호젠이지 정말 가죽 바지가 아닌 재질의 흉내만 낸 바지) 의상은 정말 정말 비추한다.
전통의상을 제대로 사려면 가격이 꽤 비싸다. 기본 100유로대는 다 넘어간다. 어차피 관광객이 반 이상이고, 하루 혹은 며칠 입고 말 건데 큰돈을 투자하기에는 많이 망설여질 것이다. 하지만 저렴한 의상은 개인적으로 정말 x100 비추한다. 쉽게 말하자면, 한마디로 정말 싸 보인다. 내가 현장에서 본 대부분의 정말 전통적으로 축제를 즐기는 독일 사람들은 의상의 퀄리티 자체가 다르다.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확연히 눈에 보인다.
물론 하루 입고 사진 찍고, 축제 즐기고 다시는 입지 않을 의상에 큰돈을 쓰라고 권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대안책이 있다.
주변에 꽤 많은 전통의상 대여샵들이 있다. 저렴한 코스튬을 구입하느니 나는 차라리 제대로 된 옷을 대여해 입으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이에 관련된 포스트는 이미 꽤 많으니 검색을....)
혹시 뮌헨에 있는 시간이 며칠 된다면 그리고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다면 ebaykleinanzeige (독일의 당근 마켓)을 통해 중고를 구입할 수도 있다. 단, 무조건 만나서 직접 거래해라. 이곳도 중고시장은 사기가 많다.
구입을 하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뮌헨 시내 전통의상 가게들을 직접 발품 팔아 둘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꽤 많은 매장에서 할인이나 심지어 중고샵에서도 판매하는 곳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타이밍이 맞는다면 H&M이나 C&A 같은 패션 브랜드에서도 나름 저렴한 가격의 전통의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런 스파 브랜드에서 나온 의상들은 엄청 고급스러워 보이거나 그렇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전통의상을 굳이 구입하고 싶지 않다면, 그저 느낌만 비슷하게 내도 충분하다. 나의 경우는 전통의상을 굳이 입을 생각은 없었는데 S 양이 본인의 의상을 기꺼이 빌려주었다. 하지만 딘들은 허리를 꽤 조이는 의상이기 때문에 장시간 맥주를 마시고 축제를 즐기려면 편한 의상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딘들은 마지막 날에 입고 사진만 찍었고, 정작 축제를 제대로 즐긴 둘째 날에는 주름이 잡힌 클래식한 벨벳 소재의 긴 치마와 시스루 블라우스 그리고 포인트로 중세 시대 느낌이 나는 두껍고 끈으로 묶는 방식의 가죽 벨트(하지만 평상시에도 사용이 가능한 기본 패션 아이템)를 구입하여 전통적인 딘들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맞춰줄 수 있는 의상으로 축제를 즐겼다.
우리나라 한복에도 시대에 따라 나름의 유행이 바뀌듯, 딘들이나 레더호젠도 전통의 틀은 유지하지만 시대에 따라 나름의 유행이 있다. 제대로 전통의상을 판매하는 사이트 몇 개만 둘러보면 대충 느낌을 알 수 있다. 그에 비슷하게 분위기만 맞춰 의상을 입거나 패션 소품으로 포인트만 주어도 충분히 즐겁게 옥토버페스트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전통적으로 신발은 운동화를 신지는 않지만, 신발만큼은 꼭 발이 편한 것으로 신고 가기를 추천한다. 길에 음식물이며 쓰레기가 굴러다녀 늦은 시간에는 거리가 꽤 더럽고, 옥토버페스트 자체가 의자에 앉아서 맥주만 고상하게 마시는 게 아니라 벤치에 올라가서 계속 서있고, 춤추며 노는 축제라 발만 큼은 무조건 편한 신발로 신고 가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3. 큰 짐이나 가방은 아주 귀찮다.
기본적으로 작은 여성용 핸드백 외에는 큰 짐은 무조건 로커에 맡겨야 하고, 유료이다. 시큐리티 체크하는 분에 따라 얇은 에코백 정도는 봐주는 분들도 있긴 한데 이건 정말 케바케. 꼭 유료로 짐을 맡겨야 하는 것을 떠나,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고 정신이 없는 축제 현장이다. 중요하고 거추장스러운 짐은 무조건 숙소에 두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술'을 마시는 축제인지라 휴대폰, 지갑 등을 분실한 사람들을 정말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애초에 여권 같은 중요한 것들은 숙소에 잘 보관해두거나 정말 꼭 가지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면 항상 몸에 맬 수 있는 가방 안쪽에 잘 넣어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 기본적으로 옥토버페스트는 여권, 신분증, 다 필요 없다. 현금만 있으면 된다. 다른 짐은 거추장스러울 뿐-
4. Maß는 생각보다 독하다.
한국인들은 소맥으로 다져진 기본 주량이 있겠으나.. Maß (1L 잔 맥주).. 정말 도수가 높다. 처음에는 한잔 다 마시고 나서는 생각보다 괜찮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괜찮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이성을 잃는 것까지 정말 한순간이다. 사람이 많은 축제다 보니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은 중요하지만, 본인의 평소 주량의 절반 정도만 마시고 축제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5. 현금은 옵션이 아닌 필수!
독일이란 나라는 기본적으로 카드를 잘 받지 않는다. 옥토버페스트는 맥주 텐트 뿐아니라 모든 상점 현금 필수. 특히 텐트 안에서는 잔돈을 팁으로 간주하거나 거슬러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자잘한 현금 (10유로짜리 지폐, 동전 등)을 많이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올해 Maß는 한 잔에 대략 15유로 정도 하였고, 음식은 천자만별. 옥토버페스트 관련 검색을 하면 공식 사이트부터 대강 맥주 가격부터 음식 가격정보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으니 미리 계획에 약간의 여유를 둔 현금을 미리 계산해서 준비해 가는 것을 추천한다.
6. 텐트는 취향대로 선택
옥토버페스트 안에는 크고 작은 텐트들이 있는데, 각 텐트마다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 Oide Wiesn에 있던 텐트 중 우리가 방문한 곳은 정말 다들 의자에 차분히 앉아서 맥주 마시고, 라이브 음악 듣고 그런 분위기였고, 둘째 날에 방문한 Fisher-Vroni는 저녁식사시간 넘어가자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ㅎㅎ 우리 텐트는 그냥 좀 클래식하거나 독일 전통 음악이 주로 나왔는데, 다른 텐트는 완전 광란의 파티 분위기로 가는 곳도 있다고 ㅎㅎ
사람마다 텐트 경험이나 분위기에 대한 느낌이 다르니 네이버에서 포스트 몇 개 둘러보고 본인에게 맞을 것 같은 텐트를 미리 알아두고 가보는 걸 추천한다. 경험 삼아 여러 텐트를 다녀보는 것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의 경우 한 텐트에서 그냥 쭉 그 분위기로 텐트 문 닫을 때까지 다 같이 어우러져 노는 분위기를 경험한 것이 나쁘지 않았기에- 이건 정말 개취일 듯.
7. 옥토버페스트는 그들의 가장 큰 연례 비즈니스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유명 축제나 인기 많은 장소에 가면 일명 바가지 물가로 기분 좋았던 축제의 추억을 망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이것은 그들의 가장 큰 연례 비즈니스이다. 그 말인즉슨, 우리는 최대 맥주 축제를 경험하고 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조금은 더 비싼 금액의 맥주나 음식값을 감수하는 것뿐이다. 큰 기대는 큰 실망을 불러오기 마련-
진정한 바바리안 지역의 음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뮌헨 시내의 다른 레스토랑이나 호프를 방문하라고 강력 추천한다. 옥토버페스트의 음식 맛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베스트는 아니다.
계산을 할 때 물론 악의를 가지고 어리바리해 보이는 혹은 취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못된 놈들도 있겠지만, 이곳은 엄청난 인파의 사람들이 음식을 주문하고, 맥주를 끊임없이 주문하는 축제 현장이다. 결국 돈을 지불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잘 따지고 신경 써야 한다. 가격을 정확히 묻고, 영수증도 꼼꼼히 잘 확인하고, 잔돈을 받는 경우 받은 후에도 잘 받았는지 바로바로 확인해야 한다. 떠나간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
한 가지 예로, 맥주 텐트 안에 있다 보면 꽤 자주 Ein Prosit der Gemütlichkeit이라는 노래가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룰은 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다 같이 맥주를 마신다.
https://youtu.be/6Xe7mRV0S-0?feature=shared
재미있는 노래에 재미있는 경험이라 단순히 볼 수도 있지만, 함께 텐트에서 축제를 즐겼던 A 군의 독일인 동료 왈, 결국은 이 노래가 맥주 판매량을 엄청나게 늘리는데 일조하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라며. 그들에겐 일 년의 가장 큰 비즈니스이니 그것에 대해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방문객 입장에서는 나에게 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축제를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오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경험한 찐 옥토버페스트는 내가 그동안 방문했던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나 다른 축제와 규모만 클 뿐 컨텐츠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판매하는 음식이나 상품들도 비슷하고, 놀이 기구도 비슷하고-
옥토버페스트에 오기 부담스럽지만 특유의 맥주 텐트 분위기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호프브로이 Hofbräu 같은 곳을 찾아가 봐도 좋다. 호프브로이는 뮌헨뿐 아니라 베를린에도 있고, 나는 베를린에 있는 지점을 3번 정도 방문했는데, 그중 2번은 옥토버페스트 뺨치게 재미있게 놀았다. 물론 벤치에 올라가서 춤추고 그런 미친 분위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전통 음악에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함께 흥겹게 마시고 춤을 추는 즐거운 분위기이다.
뮌헨에서 지내는 3일 동안 1일 1옥토버 페스트 방문 예정. 오늘은 비교적 평일이고 여유가 있으니 입장료를 내고 옥토버페스트 (die Wiesn)을 옛 면모를 볼 수 있는 Oide Wiesn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옥토버페스트 자체가 입장료가 없다 보니 유로인 Oide Wiesn 구역은 상대적으로 좀 덜 붐비고 여유롭다. 그래서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나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 4유로가 아깝지 않았다.
해가 많이 짧아지기도 했지만, 날씨가 점점점- 더 궂어지면서 왠지 옥토버페스트보다는 할로윈에 가까운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Oide Wiesn 구역은 놀이 기구부터, 상점까지 옛 모습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모든 것이 좀 더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분위기.
심지어 범퍼카들도 디자인이 다들 클래식 카 ㅎㅎ Oide Wiesn 안만 모든 시간이 예전에 멈춰져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놀이 기구들, 공연이 있는 작은 야외극장도 모두 예전 스타일. 입장료가 있는 구역이다 보니 이 구역 안의 놀이 기구들은 1인당 1.5유로 정도로 밖의 놀이 기구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Oide Wiesn 안을 한 바퀴 다 돌아 둘러볼 때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Oide Wiesn 안에도 다른 몇 개의 텐트가 있는데 그중 우리가 급하게 들어간 곳은 Musemszelt 뮤지엄 텐트. 사실 이곳을 굳이 계획하고 들어갔다기보다는 급격하게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들어갔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 근데 우리가 운이 좋게도 꽤 흥미로운 텐트였다.
여느 텐트처럼 라이브 음악 연주가 있고, 앉아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구역과, 카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어차피 날씨가 너무 추워서 맥주보다는 따듯한 것이 마시고 싶었던 우리는 커피도 마실 겸 비교적 한산했던 카페 구역에 자리를 잡아 앉았는데, 라이브 밴드가 아주 잘 보이는 자리라 운이 좋았다. 게다가 우리가 앉을 때만 해도 한산했던 카페 구역도 밖에 비가 계속 쏟아지자 금세 가득 차버렸다.
카푸치노 2잔에 애플 무스가 곁들여진 카이저슈마른 이라는 팬케이크 디저트를 함께 주문했는데 가격은 모두 다 합쳐서 대략 23유로 정도. 맛은... 큰 기대도 없었지만, 아주 맛있지는 않았다.
뮤지엄 텐트는 그 이름에 맞게 단순히 맥주만 마시는 것 아니라 옥토버페스트의 역사도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매년 옥토버페스트의 시작을 알리는데 사용되었던 첫 번째 맥주 통을 연 망치들도 진열되었고, 매해 각각 다른 옥토버페스트 포스터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1950년 뮌헨 시장 토마스 빔머가 처음으로 맥주통의 수도꼭지 모양 레버를 망치로 박아서 맥주 통을 따면서 "오 차프트 이스(O´zapft is. 마개가 열렸다는 뜻의 바이에른 사투리)"라고 외치며 축제를 시작했다. 이후 뮌헨 시장의 개회 의식은 옥토버페스트의 빠질 수 없는 전통이 되었고, 서독 경제의 빠른 회복과 더불어 옥토버페스트는 다시 세계 최대의 민속축제로 발전해 갔다.
출처: 나무위키 (https://namu.wiki/w/옥토버페스트)
그렇게 Oide Wiesn을 둘러보고, 주문한 음식들도 다 먹어갈 때쯤 다행히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내일 더 본격적인 옥토버페스트 경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에 오늘은 비에 반사된 불빛으로 더 예뻐 보였던 옥토버페스트의 밤 풍경을 친구 삼아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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