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업데이트
현재 회사에서 일한 지 이제 3년을 넘기며, 올해 초부터 이직을 해보고자 구직활동을 다시 시작한 지 몇 달째 되어간다.
유학을 오고, 취업/이직을 거쳐온 지 벌써 7년이 넘었는데도, 리크루팅을 생각하면 귀찮음과 거부감이 몰려온다. 그냥 한 직장에서 눌러앉아 평생 일할 수 있는 편한 곳은 없을까? ㅠㅠ
하지만 미국에서 한 직장에 오래 있는 것은 제 때 변화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많은 경우 제자리를 맴도는 연봉으로 이어진다. 사실 세상 어디에도 나를 끝까지 책임져 줄 조직은 없다. 원래 인생의 기본값은 불안이라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이 과정을 다시 거치며 ㅎㅎ 이전에도 미국 취업에 관해 썼었지만, 2024년 버전으로 취업 시장의 현재 상황과 내 의견을 적어본다.
1. 온라인에 나와있는 일자리만 지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모든 구직자가 매일같이 드나드는 링드인 (LinkedIn)에는 수많은 일자리 공고가 올라온다. 내 분야에 관련된 직업을 필터링 해서 하나씩 정성스레 지원해보지만, 절대 다수는 한마디 답 조차 돌아오지 않는다. 떨어졌다고 이야기 해주면 아주 고마운 정도다. 한 자리에 기본적으로 최소 100-1000명이 지원하기 때문에, 내 이력서는 읽히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나마 이렇게 온라인으로만 지원하는 것이 잘 통하는 극소수는, 해당 직무에 거의 완벽하게 딱 맞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정도?
이렇게 아주 경쟁적인 온라인 지원을 조금 수월하게 해 주는 것이 직원의 리퍼럴(Referral)이다. 해당 회사 직원의 리퍼럴을 받으면, 적어도 담당자의 눈에 내 이력서가 한번은 보여질 수 있다. 지금 굉장히 어렵기로 소문난 테크업계는, 정확히 자리가 난 그 팀의 팀원에게 리퍼럴을 받아야만 인터뷰를 받을까 말까 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럼에도 온라인 지원을 안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차라리 가고 싶은 회사 홈페이지에 직접 찾아 들어가 보는것이 더 좋다. 링드인이 미국의 가장 인기있는 구직 사이트이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회사가 잡 포스팅을 링드인까지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지런히 찾는 사람만이 기회를 발견함)
2. 네트워킹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야 한다.
우선 여기서 말하는 네트워킹은 '연줄'의 개념이 아니다. (예. '내 삼촌이 다니는 직장에는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다'거나, '아는 사람이 많아야 취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님). 기본적으로 직무에 필요한 기본 지식과 경력이 갖추어져 있는 사람이, 업계 내의 다른 사람의 소개를 통해 좋은 자리를 잡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좋겠다.
이 네트워킹의 가장 좋은 결과는, 위에서 말한 것 처럼 공고가 난 회사에 있는 누군가가 나를 리퍼럴 해 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리퍼럴을 제공하는 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므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준다. 또한 그 회사 사람과 연결되는 큰 장점은, 온라인 상에서만 보이는 것 이상으로 회사의 실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새로운 사람을 뽑으려 하는지, 그 팀의 문화는 괜찮은지 등등.
그래서 모르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 나를 소개하고, 미팅을 요청하며, 부탁을 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게 될 일은 언젠간 모두에게 찾아온다. 당연한 일이므로 수줍어 하거나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리크루터에게 연락하는 것도 비슷하다. 업계에서 활동하는 리크루터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나를 소개하는 것을 일상적인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네트워킹을 숙제 같은 일로 생각할 게 아니라,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평소에도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을 주고, 가끔 도움도 받으며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일. 그래서 평소에도 누군가 부탁이 오면 기꺼이 들어주고, 이벤트나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는 것이 가장 좋다.
3. 영주권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
취업에 필요한 신분은 무조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내가 최근에 지원한 회사의 95%는 지원서에 아래와 같은 질문을 포함시켰다.
"Will you now or in the future require visa sponsorship?"
(지금이나 이후에 비자 스폰서쉽을 필요로 하십니까?)
이 질문에서, 비자가 필요해 Yes를 선택해야 하는 지원자들은, 안타깝게도 이미 자동 필터링으로 대부분 걸러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질문을 몇 년 전에도 자주 보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는 묻지 않는 회사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체감상 회사들이 갈수록 비자관련 문제를 도와주고 싶어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
다행히 작년에 영주권을 받으며 나에게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영주권 문제로 미국에서 일하는 많은 외국인이 겪는 아픔을 정말로, 깊이 공감한다 (그 때의 고통을 기록하기 위해 미국 영주권 셀프로 해결하기 책도 씀!)
결국은 3번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1번과 2번을 적절히 섞어 진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오늘의 미국 취업/이직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