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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Aug 31. 2024

팀장은 처음인데

누가 알았을까? 나처럼 소심하고 걱정 많은 사람이 언젠가 팀장이 될 거라는 걸. 그것도 미국 회사에서! 새로 시작한 직장에서 가장 긴장한 부분은 바로 이거였다: 내가 관리해야 할 팀이 생긴 것. 


나는 놀랍게도 사회생활을 시작한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무려 13년간… 속했던 거의 모든 부서와 팀에서 막내에 가까웠다. 한국에 있을 때의 회사생활에선 사회초년생이라 그러려니 했고, 미국에 와서는 어쩌다가 늘 나와 내 매니저만 있는 작은 팀에 속해 있었다. 옆 팀의 신입 직원들이 적응하는 걸 도와주는 선배의 역할을 하긴 했지만, 나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부하직원은 여태껏 없었다.  


나는 그런 환경이 편하고 좋았다. 누군가에게 일을 받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나 자신이 익숙했다. 집에서도 막내였고, 주변 사람들 한테도 내 방식대로 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 따라주는 걸 더 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편안함을 버려야 할 때인가 보다. 일을 시작한 지 이튿날, 최초 팀 미팅에 들어가 보니 Senior Analyst 다섯 명이 눈을 깜빡깜빡하며 나의 소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마다 다 나이도, 경험도 다양했지만 모두 야무지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같아 보였다. 다섯 명이면 작은 팀이긴 하지만 이 친구들을 이끌어서 뭔가를 해내야 한다니!


내 눈에는 병아리 같은 야무지고 쌩쌩한 팀원들


감격이기도 한데 무섭기도 하다. "We are looking forward to learning from your insights!"라고 환영 인사를 해주는데, 과연 나에게 그런 인사이트가 있기는 한 건지 스스로를 향한 의심이 스쳐간다. 나에게서 배울 게 있어야 할텐데. 


난 사람들 사이에서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참으로 불가능한 꿈같으니라고). 그렇게 맨날 좋은 사람이고 싶었으니 이제는 내 팀원들에게도 좋은 매니저이고 싶다. 하지만 그 마음 자체는 선할지 몰라도, 직장에선 마냥 현실적이지 않은 바람이다. 특히 회사를 위해서라면, 주요 의사 결정자인 윗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언젠가 넘어야 할 산이라면 하루라도 일찍 넘어야지 어쩌겠는가. 처음 하는 매니저 역할이니 못하는 건 당연할 테고, 뒤에서 욕먹는 건 어차피 듣지 못할 테니 마음을 비우면 되고. 그냥 해보다가 못하면 짤리겠지라는 마음으로 그저 출근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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