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엔 업무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주말 내내 그걸 생각하느라 불편한 기분에 글을 쓰기는커녕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회사 생활에서 가장 현타가 올 때는 바로 업무 외의 시간 - 주중을 노동으로 희생하며 내가 제대로 보내기 위해 얻은 나의 소중한 그 시간 - 이 회사로 인해서 망가질 때다. 이 무슨 주객전도인가! 잘 살아보려고 일도 하는 건데, 일로 인해 나머지 생활이 엎어지다니. 한국이나 미국이나 밥벌이를 하는 건 어찌 되었든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일이다. 모든 일이 다 잘 되고 꽃밭이면 너무나 좋으련만 과연 그런 게 있을 리가 ㅋ
결국 월요일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내린 결론은 일단 내가 힘들다고 표현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일어나자마자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무래도 전화로 하다 보면 감정이 실릴 것 같아서, 일단 글로 최대한 부드럽게 써서 보냈다.
왜 '힘들다고, 못하겠다고' 하는 이야기가 사회생활에선 이렇게 어려울까?
나는 이것 같다: 힘들다고 인정하는 것이 마치 나 자신이 약한 사람인 것처럼 보여서. 한국에서 특히 더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원래 다 그런 거야", 또는 "그 정도는 견뎌내야지 그렇게 물러서면 세상 어떻게 사니"와 같은 종류의 판단. 미국은 사정이 조금 나은 것 같지만 조직에서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가 아닐까? 스스로 불편하고 아프다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가장 강한 사람이다.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나서서 나를 보호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 상태를 표현하면서 마음의 짐을 좀 덜 수 있고, 상대방도 나의 어려움을 (적어도 한동안은) 고려해 줄 수 있다.
세상의 시스템은 완벽하고는 아주 거리가 멀고, 내가 떠안은 모든 짐은 오로지 나 때문도 아니며 다른 누구 한 사람 때문도 아니다. 주어진 상황이 어려우면 일단 알려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조용히 혼자서 고통받는 것이다 ("suffering in silence").
그래서 오늘 독자분들께: 어려운 일은 주변 사람에게 알려주세요. 분명히 알아차리고 나를 위해 양보해 주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힘들 땐 밥만 먹고 숨만 쉬어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