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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트 Mar 11. 2018

유머에 대한 고찰

 반복되는 일상, 평범한 하루하루, 지루한 삶 속에 유머는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즐거운 쉼터가 된다.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유머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유머는 후천적인 능력이 아닌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유머는 현상에 대한 반응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현상이 닥칠지 모르니 그에 대한 반응을 준비하는 건 순발력이 필요하다. 낮에 현상이 벌어진 뒤 밤에 자기 전 재밌는 반응을 생각하고 껄껄껄 웃어봤자 누가 그 유머를 알아줄까?  현상 자체를 만들어서 유머를 제시하는 건 부자연스러워진다. 즉, 유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무례하지 않을 선을 다 고려해서 적당한 수위를 지키는 것 또한 대단한 눈치(재능)이다. 사람마다 상식선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중 누구 하나 불편해하지 않고 다 즐겁게 만드는 사람은 정말 어마어마한 대인관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유머의 특성으로는 난처한 상황 혹은 어려운 자리를 순식간에 그리고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예를 들어 식사 자리에서 부하직원이 음식을 옮기는 중에 상관에게 국물과 같은 무언가를 튀겼을 때 그 순간 분위기는 조금 난감해진다. 그럴 때 상관은 웃으며 튄 자국을 핥으면서 '온도가 적당하네, 먹어도 되겠어'라든지 '간이 적당히 잘 되었네'.라고 말하면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진다. 거기서 상관이 괜히 인상만 쓰고 있어봤자 이미 벌어진 현상을 되돌릴 수 없지 않은가? 한마디의 유머는 분위기를 정반대로 전환시킬 힘을 갖고 있다.
 또한 적당한 수위의 유머는 사람들 간의 관계성 혹은 거리감을 순식간에 좁혀준다. 불편한 사람, 낯선 사람과의 숨 막힐듯한 자리에서 누군가의 유머는 상대가 적이 아닌 나와 같은 생물체임을 인식하게 해준다. 

 이런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대게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자존심에서 벗어난 여유가 다양한 현상에서 유머를 생각할 찰나의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유머를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한약에서 중요한 건 감초가 아닌 약재이듯, 그 사람 본판이 좋으면 유머는 더 이상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다.

그리고 유머에 대해 한 가지만 더 말하자면 우연히 웃기게 되었더라도 제발 1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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