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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트 Jun 13. 2018

MBTI에 대한 고찰 2

   MBTI에 대한 호기심은 나를 파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들 생각들이 설명되니, 그 범위를 나를 넘어 조금 더 확장해보고 싶었다. 이전까지는 내 유형인 ENFP에 대한 글만 관심이 갔다면, 점차 도서관에 있는 모든 심리, MBTI 관련 서적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몇 개월간 책을 읽고 고민을 하고 논문을 찾아보고 이해하고 싶어 했던 열의도 어쩌면 내 성향 탓일까? 사람에 대한 생각들을 읽는 것이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MBTI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한 후, 나는 나의 커뮤니티에 한번 적용해보고 자연스러운 친구관계 속을 어떻게 설명해 낼 수 있을지, 관찰해보기로 했다. 공강 시간이든 수업시간이든 카톡이든 가깝고 먼 친구,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모든 친구에게 MBTI 검사를 권유하고 그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다. 하나씩 표본이 쌓일 때마다, 나는 놀라움과 동시에 희열을 느꼈다. 내가 가장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XXFP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참고로 MBTI 16가지 유형의 기준을 잡는 경향성은 다음과 같다.
외향성(E)/내향성(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인식(P)/판단(J)]

 나는 맞다/틀리다 가 아닌, 좋다/싫다로 상대를 느끼며, 판단하기보다 그냥 그렇구나 하며 인지에서 만족한다. 그렇다 보니, 지나치게 이성적이거나 단호한 판단을 하는 친구가 있으면 늘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 거 같다.(그렇게까지 생각 안 해도 되지 않나..?) 나는 무언가 얘기를 건낼때, 판단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낀 이 감정이 적절한 건지 혹은 너무 오버하는 건지 정도의 평가를 바랄 뿐이었다. 서로가 원하는 얘기의 끝이 다르다 보니, 아무리 친해지고 싶어도 왜 적당한 거리에서만 머물게 되는 친구가 생기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 주위엔 점차 감정의 공유가 자유로운, 이른바 말이 잘 통하는 XXFP 친구들이 모여든 것 같다. 내가 한마디 하면, 엇 너도!?라고 하는 친구들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 중의 한 명은 아이러니하게 ISTJ였다. 이 친구랑은 얘기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다른 행성의 사람은 아닐까 할 정도로 이해 못 할 사람이었다. MBTI로 따지면 모든 항목이 나랑은 다 반대였다. 사고방식이 정말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검사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어차피 성향 때문에 친해진 건 아닌 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이 친구와 서로의 사고방식에 더 깊게 얘기하며 서로를 이해하려 했다. 얘기를 해보면서 느낀 것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건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다. 나는 내 주변의 환경에 나와 불편한 감정을 지닌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그게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감정선이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는 안정적인 선을 늘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행복한 상태이다. 혹여나 내가 실수로 어떤 말을 했을 때, 내가 너무 과하게 말 한건 아닌지, 의도와 달리 상처받지 않았을지, 어떤 식으로 사과를 할지 등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가 착한 것이 아니라, 나의 행복을 위해 내 주변의 갈등을 해소하고 싶은 노력일 뿐이다.
 반면 이 친구는 놀라울 정도로 주변 인간관계에 대해선 전혀 신경을 쓰지도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누가 자신에게 뭐라고 하든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도 남에게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이런저런 말을 한다. (듣고 있는 내가 굳이 그렇게 말을 해야 했어?라고 할 정도의 수위) 아마 나였다면, 그런 인간관계 속에 내 정신은 너덜너덜 해져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의 스트레스는 내가 생각하기엔 너무 우스운 곳에 있었다. 매일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1시간 30분씩 하고, 빨래를 하기로 다짐 했는데 전날 낮잠을 자다가 계획했던 일정을 하나도 못했다고 하루 종일 시렁 되었다. 자기에게 실망이라느니 의지가 약하다느니, 나에겐 그런 것쯤은 일상인데... 자신이 정한 하루의 일과를 해내지 못할 때의 받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잠이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지극히 내 성향의 생각일 뿐, 하루 일과의 목표조차 세우지 않는 내가 이 친구에게 뭐라고 할 것은 아니다.)

 이렇듯 내 주변 친구들의  성향을 하나씩 살펴보니, 친구들의 인간관계가 MBTI 네트워크로 보이게 되었다. 친한 무리의 친구들은 그 이유가 있었고, 어색할 필요가 없는데도 어색한 친구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또 그 어색한 친구에겐 그 친구의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혼자 떨어져 있는 친구에겐 누군가가 또 같이 다니면서 완벽하진 않지만, 안정 적이게 보이는 집단의 일상이 유지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MBTI를 비롯한 인간의 개별적인 성향, 즉 개성들은 인간이 저마다의 성향대로 각 부분의 발전을 이루되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며 살게 만든 필요된 불완전함이 창조주 혹은 자연의 정교한 메커니즘은 아닐까라는 소름 돋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 메커니즘을 인간의 시각으로 발견하고 구분해본 한계가 MBTI 정도가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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