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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g Nov 13. 2019

불행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을 때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을 때, 우리는 어떻게 중심을 잡고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아픔을 회피하지 않고 더 나아가서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고,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6개월 전 나는 인생에서 큰 별 하나를 잃었다. 바로 우리 아빠

내가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단 2주 만에, 아빠는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3개월 후에 돌아가셨다.


나는 평소에 꽤나 밝은 성격에 속하는 사람이다. 낙천적인 편이고, 문제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사건에는 어떠한 면역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우리 가족 모두, 당사자인 아빠까지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바로 그 날로부터 모든 상황이 한 번에 180도 바뀌었다. 가족 모두가 전쟁에 나온 군인처럼 아빠의 몸에 자리 잡은 7cm 암덩어리를 없애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 

아빠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암을 제거했고, 남들보다 짧은 항암 치료만 받으면 되었지만, 다른 문제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암인지 아닌지 검사하느라 보낸 한 달, 수술하느라 보낸 한 달, 항암 치료받느라 보낸 한 달, 이렇게 총 3달은 아픈 체로 우리 곁에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름대로 많이 웃고,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했지만 아쉬운 기억들이 수도 없이 많다.


얼마 전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라는 TV 프로그램에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가 말기 암을 발견한 젊은 남자가 출연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힘내!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같은 위로를 하지만 하나도 와 닿지 않는다며. 진짜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출연진들은 모두 안쓰러움과 난감함이 섞인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른 채로 있었지만 나는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생명체가 병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건강하기만 한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어떤 일로 내일 생을 마감할지, 100년 후에도 계속 이 땅에 존재할지 전혀 모른다. 

10년도, 100년도 우주의 시간으로 본다면 우리는 하루살이보다도 더 짧은 순간을 살다가는 인간이다. 

반면 하루살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은 길고 지루한 시간을 안달복달하며 질기게도 오래 살다가는 이상한 동물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인생에서 크게 불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그다지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지금 이 순간을 경이롭게 여긴다면 1초를 살아도 행복하다.


우리는 별가루로 만들어진 존재들이며,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은 영원하다.

그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삶은 비극적인 병에 걸린 불행한 것이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환희에 가득한 것이다. 부디 지금 바로 여기서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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