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해도 손 수(手), 발 족(足), 입 구(口), 영어로 해도 말 그대로 hand, foot, and mouth disease라고 한다. 손과 발, 그리고 입 안에 물집이나 발진이 잡힌다고 해서 이름도 얄밉게 참 직관적이게도 지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어린이집 공지에서 '조심'하라고 겁만 먹던 그 수족구를 40개월 첫째와 18개월 둘째를 통해 한 번에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린이집에서는 아직 한 명도 걸리지 않았다는 수족구를 우리 꿀떡이는 대체 어디서 옮아온 것일까 (뭐 사실 세상천지가 그 후보군이긴 하다).
지난 토요일, 첫째 꿀떡이가 계속 고열이 나더니 일요일이 되자 하루 종일 말도 없이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어서 '독감인가?' 했더니, 월요일 오전 소아과에서 수족구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다행히 첫째 꿀떡이가 조금씩 호전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던 그때, 둘째 찰떡이가 뜨끈하더니 집에 오자마자 38도. 오후가 되자마자 금방 39도를 찍고 말았던 것이다.
지난 토요일부터 벌써 4일째, 두 아이가 번갈아 수족구에 걸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체온계의 붉은 기운
어른도 조심하라고?
어른도 걸리면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감염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는데, 두 아이 모두 바이러스를 뿜뿜 내뿜는 상황에서, 부모가 기저귀를 갈고 화장실에 데려가고 밥을 같이 먹고 잠을 자는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각별히 유의'할 수 있을까. 불과 1시간 전에 꿀떡이가 '사랑한다'며 수족구의 수(手)로 포도와 과자를 집어 내게 내미는데, 내가 어떻게 그 손길을 거절하며 '너는 바이러스 투성이라 고맙지만 사양할게'를 외칠 수 있겠냐 말이다.
하필 연차가 몇 개 남지 않았는데 일단 내일 두 아이를 다시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반차를 썼다. 그래도 우리는 외벌이라 아내가 24시간 대기조로 아이들을 돌보고 내가 포병처럼 연차와 반차, 그리고 배달의 민족 연결카드(?)로 상시 지원을 하는 체계인데, 맞벌이인 부부는 이렇게 갑작스레 아이들이 아프면 눈앞이 캄캄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아내와 나누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