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2. (화)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어린이집에서 둘째를 데리고 나오는데 하늘이 너무 예뻤다.
문득 '야구장에 갈까'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내 손을 잡은 채 파란 가방을 멘 둘째가 눈에 들어왔다. '에이... 겨우 두 살짜리를 데리고 무슨 야구장이야'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물어봤다.
나: "찰떡아."
찰: "응?"
나: "우리 야구장 갈까?"
찰: "야구?"
나: "응. 공 던지고 치고 하는 건데"
찰: ".....그래!!!!야구!!"
나: "...?"
야구장으로
그렇게 우발적으로 티켓을 예매 후 출발했다. 1시간이나 걸려 SSG 랜더스 야구장에 도착했는데, 집에서의 거리는 10km 남짓이지만 퇴근시간이라 차가 많이 밀렸고, 주차하는 입구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둘째가 찡얼 대지를 않았다. 야구가 뭔지 궁금하긴 했나 보다.
사실 나도 야구경기는 아주 어렸을 때 딱 한 번 가보고 두 번째였다. 야구 경기장의 분위기나 특징을 잘 몰라서 막막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제 두 돌을 갓 넘은 둘째가 좋아할지 어떨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날도 좋았고, 워낙 야구장 뷰가 좋아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날이 조금 덥긴 했지만 마침 부채를 사서 신나게 부채질을 하고 돌아다니며 1시간 넘게 잘 놀다 왔다. 물론 둘째는 응원가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고 야외 놀이터에서 시간을 거의 다 보냈기에 야구는 거의 못 보고 3회 즈음에 나왔다.
그래도 야구장 분위기도 느끼고 아이도 놀이터에서 즐거웠으니 되었다고 생각했다.
'박..성..한'
그런데 어제 저녁 즈음인가. 소파에 누워 잠시 쉬고 있는데 아내가 다가와 물었다.
아내: "여보. 박성한이 누구야?"
나: "박성한? 모르겠는데. 누구지"
아내: "현이가 계속 박성한을 외치는데... 누군지 모르겠네."
그렇게 이리저리 검색하던 아내가 '헉'하더니, "여보. 박성한이 SSG 야구선수야!! 얘가 이름을 어떻게 알지?"라고 외쳤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경기장에서 간간히 박성한 응원가가 나오면서 화면에 활약상이 영상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 그게 둘째의 마음에 꽂힌(?) 것 같았다. 실제로 어제 저녁 자기 직전까지 다락방에 올라가 박성한 선수의 슬라이딩 장면을 연습하는 둘째를 보며, 야구장에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겨우 두 살이지만, 야구 경기를 즐길 줄 안다니... 셋째는... 돌만 갓 넘으면 형한테 끌려다닐 판이다.
겨울이 되면 농구장도 데려가봐야지.
P.S. 둘째는 당장 오늘 아침에만해도 등원하며 '야구 보러 가자'고 난리를 치다 어린이집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