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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은 아빠랑, 응아도 아빠랑

by 봉천동잠실러

2025. 9. 13. (토)


'목욕은 아빠가'


2021년 5월. 첫째가 태어났을 때가 하필 회사에서 가장 바쁜 시기였다.


심지어 당시는 코로나로 외출은커녕 식당에서 밥 먹는 인원도 제한이 있던 시기. 아내는 갓 태어난 아이와 집에 갇힌 채로 말 그대로 '독박 육아'를 했다. 그런 아내에 대한 미안함도 컸고, 일이 바빠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첫째 딸에 대한 애틋함도 마찬가지로 컸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목욕은 아빠인 내가 담당하기로 한 것.



후회하지 않을 결정


'오늘 꿀떡이 목욕시킬 거야. 당신 올 때까지 기다려?'


목욕 일정이 잡힌 날이면 아내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악착같이 일해 일찍 퇴근했다. 집에 바로 오면 저녁 6시 반. 욕조 두 개에 각각 다른 온도로 물을 받고 손수건, 몸 닦는 수건, 몸을 감쌀 수건, 로션 등을 세팅하고 목욕을 시켰다. 처음엔 조금 힘들었지만 금방 손에 익었고, 아이도 점점 울음이 짧아졌다.


첫째는 씻자마자 수유 후 잠이 들곤 했는데, 깨끗하게 씻고 엄마 품에 안겨 잠든 딸을 보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이젠 어느덧 5살이 되어 '엄마와 씻고 싶다'고 하여 엄마와만 주로 씻는데,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에 내심 섭섭하면서도 어릴 때 많이 안아 씻겨주었던 것이 잘했던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어릴 그 무렵. 그때 아니면 아빠가 언제 안아 씻겨주겠는가.


씻기고 같이 자기 | 저 신생아가 벌써 유치원생


둘째는 한 술 더 떠서


'목욕은 아빠가'라는 것이 우리 집에서 일종의 공식이 되어버린 이후 둘째가 태어났다.


자연스레 둘째의 목욕도 내가 담당하게 되었는데, 아들이라 아무래도 씻기기가 더 편했던 데다 씻는 것에 있어서는 첫째보다 순한 편이었다. 두 돌 남짓에 여행을 가서 같이 목욕탕에 가기도 했으니.


그런데 둘째는 한 술 더 떠서, 목욕뿐 아니라 엉덩이 씻고 기저귀를 가는 것도 '아빠와만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기 시작했다. 응아만 하면 나를 찾으며 '아빠. 지지 빠빠이!'를 외치는 둘째를 보며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아내와 함께 웃곤 했다.


당장 오늘도 '아빠. 응아 했어요!!'라는 말과 함께 똥냄새를 풀풀 풍기며 달려오는 둘째의 엉덩이를 물로 씻겨주었는데, 이것도 곧 둘째가 기저귀를 떼기 시작하면 추억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닦아줬다.


지지빠빠이 하고 멍 때리는 중 | 샤워하고 신남 (Feat. 화장실 뒷정리하는 아빠의 애처로운 발)
양말은 니가 신어...



셋째는 어떠려나


셋째의 예정일이 다가오고 있다. 셋째는 어떠려나.


일단 우리 집의 공식은 '목욕은 아빠가'인데, 둘째 형이 '응아도 아빠가'를 외치고 있어 어떨지 모르겠다. 뭐 이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한가. 처음도 아니고, 셋째가 원하는 대로 최대한 해주려고 한다.


'셋째야. 걱정하지 말고 나와. 아빠가 몸이고 엉덩이고 다 씻겨줄게!'


완전 똥꼬발랄한 누나와 형 대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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