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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하는 즐거운 격리생활

수족구는 알겠는데 구내염은 또 뭔가

by 봉천동잠실러

2025. 9. 23. (화)


1. 격리의 시작


지난 금요일에는 둘째가 39도를 찍더니, 일요일에는 첫째가 40도를 찍었다. 목이 아프다며 음식을 못 넘기다가 고열이 나는 것이 증상이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소아과에서 첫째 '구내염' 진단을 받으며 1주일 간 격리가 필요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2. 수족구? 구내염?


격리라는 소아과 선생님 말에 "그럼 수족구인 건가요?"라고 물으니, 수족구는 아니고 굳이 말하면 구내염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구내염도 얼굴이나 손 발에 물집이 없는 것뿐, 감염력은 수족구와 같아 똑같은 격리지침이 적용된다는 것.


즉, 수족구와 구내염은 결국 '어디에 물집이 잡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인 것이다. 굳이 차이를 찾는다면 외부에 노출된 피부에서 떨어지는 물집 파편들이 추가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정도?


3. 격리?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혼자 두 아이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격리라니.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두 아이를 등원시키고 셋째 맞이 준비를 이것저것 하려던 원래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고, 졸지에 24시간 두 아이와 아빠와 먹고 자는 일상이 펼쳐진 것이었다.


그래도 뭐. 이미 진단받은 상황에서 마음 힘들어하면 뭐 하나. 즐겁게 보내기로 하고 소아과에서 나오자마자 스티커 사진을 한 장 찍고 옆 편의점에서 과일 주스를 하나씩 들이켰다.


뭐 애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별 거 있나.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다 잘 자면 그만이지.


집에 오는길에 물고기랑 토끼도 구경하고
주스도 마셔보고
베란다에서 하늘 구경도 하고, 식물도 심고, TV도 보고
거의 다 나은 둘째는 정상식, 아직 목이 아픈 첫째는 시원한 음식 위주
피곤하면 자기도 하고, 일어나서 방도 정리하고


4. 생각보다 좋았던 2일 차. 기대되는 3일 차


등원 없이 두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보낸 2일 차였던 오늘, 같이 식물도 보고 하늘도 보고 동화책도 읽고 밥 먹다 깔깔대기도 하고 수많은 추억들을 쌓았다. 구내염 자체는 나쁜 소식일 수 있겠으나, 오늘 우리가 함께 쌓은 추억들은 하나하나 귀하고 좋은 추억들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3일 차인 내일도 기대된다.


아빠라고 쓰고 긍정왕이라 읽는다.


내일은 뭐 하고 놀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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