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딸이랑 데이트했어
2025. 9. 24. (수)
눈을 뜨니 해가 중천이었다. 시계를 보니 8시 20분.
평소 아무리 늦어도 아침 7시면 일어나던 둘째가 아직도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어제 늦게 자지도 않았는데... 아빠와 함께 노는 것이 피곤한 것인지, 아니면 잠귀가 밝은 엄마가 아니라 둔감하게 쿨쿨 잘 자는 아빠 옆이라 덩달아 깊이 자는 건지 모를 일이다.
엄마랑 잘 때는 적어도 2~3번씩 깬다던 첫째 딸내미도 한 번도 깨지 않고 잤다 (물론 중간에 깼어도 내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아과 선생님의 말씀대로 멀쩡한 둘째는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첫째와 함께 둘째를 데려다주고 집에 오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침 첫째가 '피곤하다'며 집에서 쉬겠다고 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엄마도 없이, 남동생도 없이, 아빠와 딸 단 둘이 하루 종일 집에서 데이트를 했다.
두 아이 모두 등원하는 것이 몸과 정신이 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첫째 딸과 하루 종일 함께하는 일상이 좋았다.
두 돌이 되기 전 동생이 태어나고, 네 돌이 되자마자 동생이 하나 더 태어나는 탓에 졸지에 'K-장녀'가 되어버린 우리 첫째 딸. 언제나 동생을 운명처럼 달고 다녔는데, 구내염 진단 덕분에 딸과 단 둘이 대화도 많이 하고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저녁 식사 때 '아빠. 나 이제 목이 안 아파요. 나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첫째 딸을 보며 시원섭섭했다. 이제 아내와 셋째가 집에 오면, 언제 이렇게 이 사랑둥이 딸내미와 단 둘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나중에 꼭 단 둘이 데이트 시간을 잡아보겠노라 다짐하게 되었다.
구내염 바이러스야 고마워. 덕분에 하나밖에 없는 딸내미랑 하루 종일 데이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