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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중에 회사가 과일바구니를 보냈다.

by 봉천동잠실러

2025. 10. 22. (수)

"잘 지내죠?"


어제 회사 직속상사로부터 카톡이 와 있었다. 휴직 이후 간간히 업무나 기록 관련해서 이미 몇 차례 통화한 적이 있어 별생각 없이 카톡을 열었는데, 예상치 못한 메시지였다.


"셋째 출산을 축하하는 의미로 부서 전원이 마음을 모아 과일 선물을 준비했어요. 과일 바구니 제작하는데 4일 정도 걸린다고 하니... 온 가족이 맛있게 먹고 건강히 잘 지내기 바라요."


그리고 오늘 두 아이를 하원하고 집에 오니 엄청나게 무겁고 큰 택배가 와 있었다. 뜯어보니 각양각색의 과일들이 담긴 고급스러운 상자였는데, 아이들이 같이 뜯어서 '이건 무슨 과일이냐'며 퀴즈 대잔치가 열렸다.


너무 신나 버린 과일순이랑 과일돌이


두 번째 육아휴직, 세 번째 아이


사실 명절 때도 회사에서 선물을 보내주곤 했는데, 이번 과일 바구니가 새삼 특별히 다가온 이유가 있다. 회사 복지 차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총괄장님과 팀장님들, 그리고 동료 팀원들이 자비를 모아 보내준 '선물'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특별히 저 메시지를 보내주신 상사분은 내 결혼식부터 첫째, 둘째 그리고 셋째까지 태어나는 5년여의 기간을 함께 보낸 분이고, 내 두 번의 육아휴직을 항상 가장 먼저 통보(?) 받으시고 결재해 주신 분이기도 하다 (2년 전 아래 글의 팀장님. 지금은 임원급이 되셨다).



결혼, 첫 육아휴직, 복직 후 다시 육아휴직. 이 모든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한 동료들이 마음을 모아 보내준 선물이기에 더 감동이 컸던 것 같다.



회사는 결국 사람. 나를 포함한


흔히 우리가 '회사' 이야기를 할 때, 실질적으로는 회사 전체에 대한 이야기일 때보다 주변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일 때가 더 많다. 회사가 법인으로서 존재하긴 해도, 결국 사람이 모여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받은 과일바구니를 누군가에게 설명하라고 하면 엄연히 회사에서 받은 것이지만, 지난 추석에 회사에서 복지 차원으로 받은 선물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나와 가장 가까이에서 일한 사람들이 마음을 담아 보내준 것이라서 그렇다. 물론 그렇기에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기록에 남는 것들(승진, 인센티브 등)과는 관계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더 좋고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이 좋은 기분을 구름처럼 막연히 흘려보내지 않고, 나도 복직하면, 또 시간이 지나 크고 작은 조직의 장이 되면, 아니 그전에 당장 내년에 복직하고부터 다른 동료들에게 '좋은 회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팀장일 때 팀원이 1년 육아휴직을 쓰면 어떡하나 벌써 걱정이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꼭 나중에 이렇게 큰 과일 바구니를 보내줄 것이다.


고맙습니다.


첫째가 과일바구니 장식으로 만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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