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 (일)
육아는 왜 힘든가
글쎄. 분명 힘든데 막상 설명하라고 하면 말문이 막힌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둥둥 떠다닌달까?
일단 집안일이 끝이 없다.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하고, 세면대, 싱크대, 정수기 필터도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하고, 분리수거도 해야 하고, 세탁기랑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등 가전들도 필터라든지 열교환기라든지 잘 관리해야 한다.
뒤돌면 어질러있는 집은 기본이고, 빨래도 어른 옷과 아이 옷, 신생아 옷을 다 나눠서 빨고 말리고 개고 정리한다. 그러다 밥은 뭐 해먹이지 고민하다 뭐라도 해서 먹이고, 그러고 나면 엉망이 된 부엌을 치우려고 하자마자"책 읽어주세요"라며 아이가 나를 쳐다본다.
"아빠 부엌 치워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하면 2분에 한 번씩 "끝났어요?" 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오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결국은 짜증을 낸다.
외출이라도 하면?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
일단 옷을 입히고 외투를 입히는 데까지 한참 걸린다. 옷이 또 마음에 안 들고, 머리가 마음에 안 들고, 비가 안 오는데 장화를 신거나 비가 쏟아지는데 크록스를 신는다고 고집을 부린다. 실랑이를 하느라 우리 집 현관에서 1층 현관까지 30분 넘게 걸린 적도 있다.
간신히 외출을 한 이후에는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 만 4살 첫째와 만 2살 둘째는 요즘 무슨 말만 하면 "왜요?"를 외쳐대는데, 카시트에 태우기 전에 '여기서 잠깐 기다려'라고 하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결국 소리를 지르면서 여기 서 있으라고 화를 내게 되고, 그러면 '왜 아빠는 맨날 우리에게 화를 내냐'라고 한다. 쿵쾅거리는 심장과 분노를 간신히 부여잡고 '여기는 차가 다니기 때문에 위험해서 그렇다'라고 차근차근 설명하면 순진무구한 톤으로 둘이 나를 보며 외친다.
"왜요?"
하.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주하는 저 질문. 우리가 당연스레 받아들이는 사회적인 규칙이나 상식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반복 주입해야 하는 것이 또 부모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왜요' 굴레에 잘못 빠지면 차 시동 걸고 출발하는데 또 30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그러다 결국은 폭발해 버리는 내 감정도 추슬러야 하고. 그 감정 앞에서 "아빠는 왜 맨날 화를 내요?"라고 원망하는 아이를 달래주기까지 해야 한다.
육아 스트레스, 1+1=0
"오빠한테는 미안한데, 오빠 그러는 거 보면 나는 은근 위로받는다?"
아이들과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이는 나를 보며 아내가 웃으면서 했던 말이다.
신기한 것은, 내가 화산처럼 폭발하고 식고 다시 폭발하는 것을 바라보며 아내가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다. 아내도 이전에 똑같은 상황을 마주했었기에 내 분노(?)를 공감하면서도 '아. 나만 저러는 게 아니구나'하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
육아에서 마주하는 황당하고 억울한 상황들이 꽤나 많은데, 이게 혼자 맞닥뜨리면 은근히 감정이 많이 소모되는 반면, 둘이서 같이 마주하면 웃음으로 승화될 때가 꽤 많은 것 같다. 셋째가 태어난 후 내가 첫째와 둘째의 주 양육자로 전환되다 보니 이전에 아내가 겪던 것들을 똑같이 경험하고 있는데, 내가 하소연을 하면 아내가 "뭔지 알지..." 하면서 미소를 짓곤 한다.
그런데 그 짧고 단순한 단어, '뭔지 알지'라는 말이 내게도 위로가 된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 그 안도감이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육아에서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육아는 혼자 하면 분노로 끝날 일이, 둘이 같이 하면 웃음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아스트레스는 1+1 = 0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