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행위의 필요성
오랜만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일을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이 나의 '역할'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있어서 직무에 대한 고민보다는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들에 지원을 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생각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운 좋게도 좋은 시작을 상상할 수 있는 회사에서 면접 제안을 받게 되었다.
다행히 면접을 보게 된 회사는 기대한 대로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고, 덕분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되었다. 특별히 면접이라고 해서 긴장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솔직하고 편안하게 질문에 답할 수 있었지만 면접에서 살짝 막히는 포인트가 있었다.
당장 면접이 끝나고 난 뒤에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약간 막혔던 나의 모습도 지금의 나이고, 그 이후 대답한 것도 특별히 거짓을 꾸미거나 모르는데 아는 척을 했던 건 아니어서 후회는 없었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그런 요소로 인해 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 해도 너무 쉽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대가 같은 것이고 이걸 계기로 좀 더 준비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막상 결과를 듣고 보니 아쉬움이 조금씩 커져만 갔다. 왜냐면 사실 그 질문이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막힐 이유가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질문도 아니었고 "이 분야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것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 있냐?"라는 질문과 "최근 음악적인 부분에서 좋아하게 된 아티스트가 있냐"는 질문이었는데, 사실 둘 다 확실히 있었고 충분히 경쟁력 있는 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 질문에 대해 답하지 못했을까?
매일매일 짬을 내서 제2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심지어 듀오링고는 1년이 넘게 streak를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에 빠진 아티스트를 구글링 하고 유튜브에서 검색하며 본 관련 영상만 해도 수십 개는 될 텐데.
그 순간에는 정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유는 당황하거나 긴장해서도 절대 아니었다. 문득 얼마 전 친구와 나눈 기억력과 기록에 대한 대화가 떠오르며 나름 답을 찾았다.
나는 기억이나 경험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머리가 힘이 빠져서 그 순간들을 놓쳐버리는 게 아니라, 그 기억이나 경험이 저장되어 있는 곳을 찾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거 같아. 그래서 그때그때 그걸 어디다가 기록을 해두면 그 길을 단순화할 수 있고 그럼 머릿속에서 길을 못 찾는다 해도 기록한 곳을 들여다보면 빠르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정리하다 보면 머릿속에서도 그 사고 과정을 한번 정리할 수도 있고, 또 그걸 잃어버릴 일 없이 남들 볼 수 있게 온라인에 업로드해두면 찾기 편하지 않을까. 카테고리화해 둬도 좋고.
그랬다. 나는 그걸 기억해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 '인지'하지도 못했다. 길을 잃기도 했지만, 너무 일상적인 순간들이라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내가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을 흘러가듯 그냥 내버려 뒀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블로그와 브런치와 인스타를 열심히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이 결심과 노력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경험과 순간순간들을 글감으로 보다 보면 일상적인 매 순간이라도 '영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경험들이 필요할 때 길을 잃을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그렇다. 사실 이 글은 이제 다시 브런치에 조금씩 써보겠다는 다짐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