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mnastics Bali by Liga.Tennis
우리 아들은 몸치이다. 그래서 이맘때 아이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몸을 정확하게 움직이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발리에 와서 아이는 체조(gymnastics) 수업을 시작했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에게 체조의 이미지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는 운동장에 열을 맞춰 엉성하게 따라 하던 국민체조이거나 올림픽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입을 다물 수 없는 현란한 동작이거나. 그런 제한적인 사고를 가진 내가 처음부터 아이에게 체조를 가르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 내가 테니스를 배우려고 근처 스포츠 클럽에 앱으로 예약을 하고 갔었는데, 앱에 공지된 그룹 클래스를 자세히 훑어보니 아이들을 위한 수업도 꽤 많았다. 재즈댄스, 힙합댄스, 태권도, 그리고 gymnastics.
체조를 배운다는 게 너무 생소하면서도 다른 어떤 수업보다 신청자가 많아 호기심이 생겼다. 일단 한 번만 수업에 참여해 보자고 아들을 살살 구슬렸다. 국민체조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아들은 체조가 뭔지도 모르고 엄마를 따라나섰다. 바닥에 푹신한 매트를 깔아놓고 평행봉이나 평행대가 군데군데 설치된 체육관이었다. 이미 안에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매트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살짝 긴장한 표정의 아이를 체육관 안으로 들여보냈다. 한 10분 정도는 다 같이 가벼운 동작으로 몸을 풀고, 이후에는 두 팀으로 나뉘어서 심층 동작을 배웠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엄청 유연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돌기, 앞돌기, 물구나무서기 등 자기들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반면 우리 아들은, 엄마 눈에는 너무 간단한 동작인데도, 아무리 선생님이 설명하고 시범을 보여서 좀처럼 똑같이 따라 하질 못했다.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로 점프하면서 옆으로 몸을 돌려 착지하는 동작인데, 아이는 발바닥이 땅에 닿으면서 착지하는 게 아니라 무릎으로 쿵! 떨어졌다. 저러다 무릎 나가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가 수업이 끝날 무렵 드디어 발로 땅에 착지를 했다. 선생님도 내 맘과 같았으려나, 기쁜 표정으로 아이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신기했던 건, 자기 차례가 되어 동작을 선보이고 개별 지도를 받는 시간 외에는 매트에 누워 뒹굴거리거나 아무 목적도 없이 매트 위를 달리거나 자기 등치의 몇 배나 되는 매트를 들어 옮기려고 하는 등 무의미한 쓸데없는 짓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즐거워 보였다는 점이다. 네 차례 정도 수업에 참여하며 확신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는 체조 같은 수업이 꼭 필요하다고! 네 번의 수업동안 아이에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아이는 여전히 그 그룹 중에서 가장 못하는 축에 들었고 실력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동작이 정교해지고 평행봉에 매달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체조 수업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비는 시간에 자유롭게 자기 몸을 활용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비교적 안전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신체능력을 시험하는 게 느껴졌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을 정교하게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이 수업의 목적이지 않을까.
아들을 관찰해보니, 자기가 얼마만큼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겁이 나고, 그러니까 자꾸 엉성한 동작을 되풀이 하는 것 같았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동작도 과감해지고 정확해졌다.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면 무슨 일을 하든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에 대한 단단한 믿음이 쌓여가겠지?
서구권 국가에서는 이런 인식이 더 보편적인 듯싶었다.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대부분 호주 아이들이었고, 자녀 교육과 관련된 영상에서 미국인지 영국인지에서 교수로 있는 분의 아이가 체조를 배우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혹시나 해서 집 주변에 체조 수업이 있나 검색을 했는데 역시 한 곳도 없었다. 아들이 계속 체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