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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Jan 27. 2020

불확실성에 대한 과학적 고찰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리스크에 대해 듣는 횟수가 많아졌다. 특히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필요로 하는 콘텐츠 업계에 있기 때문에 대중에 대한 회사의 대응방식이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다. 또 안티 프레질이라는 개념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항상 유리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모든 행동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피터 번스타인의 <리스크>는 '리스크'에 관한 책이다. 리스크라는 단어는 일상 생활에서는 이따금씩만 거론되는 단어지만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리스크를 수반하고 있다. 리스크에 대한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들이 하는 대부분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피터 번스타인의 <리스크>는 일반 사람들이 두루뭉실하게만 생각하는 '리스크'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한다. 이야기는 먼 옛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라비아 숫자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다양한 지성인들이 숫자를 사용해 다양한 사회현상을 분석하려고 했는지, 통계나 확률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발전했으며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리스크가 내제되어 있는 경제 활동, 투자, 주식 등에 대해서까지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개념들이 등장한다. 확률이론, 불확실성, 효용, 평균, 과학적 예측, 선택과 결정, 손실, 혼돈이론 등..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평균으로의 회귀'에 배팅하라'였다. 나는 오래 전부터 평균 회귀를 굳게 믿어왔다. 사람도, 사회 현상도, 경제도, 주식시장도 모두 고유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했고 간헐적으로 그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평균 회귀라는 개념이 의사결정에서 헛된 지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첫째, 평균으로의 회귀는 경우에 따라 그 과정이 너무 느려 도중에 어떤 충격으로 인해 붕괴될 위험이 있다. 

둘째, 회귀가 너무 강력해 일단 평균에 도달하면 안정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반복적으로 평균 주변을 동요시켜 양쪽에 불규칙한 일탈을 만들 수도 있다. 

셋째, 평균 자체가 불안정해 어제까지만 해도 표준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 오늘은 전혀 모르는 새로운 것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평균 회귀는 강력한 현상이며 주식 시장에게 꾸준하게 관측되었던 패턴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평균으로의 회귀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승자가 계속 승리하고 패자가 실패를 계속한다면 경제계는 거대 독점기업들로만 가득 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회귀 개념은 시간이 흘러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이래 너무나 많은 '다른 사실'이 '평균'에 첨가되는 바람에 정상에 대한 정의가 점점 어려워진 것이다. 대공황은 유래 없는 사건이었고 1959년 채권과 주식 간의 오랜 관계가 전문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깨어졌다. 


우리는 평균 회귀를 맹신하기 보다는 상상할 수 없는 무엇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 이건 투자 뿐 아니라 인생관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를 너무 자주 반추하고 과거의 내 행동패턴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자기실현적 예언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책에 나온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리스크의 개념에 대해 보다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알 수 있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만이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하게 확실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구절을 공유한다.


"이 세상의 진짜 문제는 비합리적이지도, 그렇다고 해서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세상은 거의 합리적이긴 해도 완전히 그렇지는 않은 곳이다. 인생이 불합리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언제나 모든 곳에서 논리를 찾으려 한다면 덫에 걸려들고 마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덜 수학적이고, 덜 정확하다고 보면 된다. 정확성은 겉으로 드러나 있지만 부정확성은 숨겨져 있다. 자연의 야성이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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