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기보단 오래하고 싶습니다> 08
일을 덜 했다는 불안감.
팀장급인 80년대생과 사원급인 00년대생의 일에 대한 태도는 전혀 다르다. 90년의 오차범위 2년 안에 드는 나로선 중간에서 '왜 저렇게 일을 안 하지' 또는 '왜 저렇게나 일하죠' 같은 양측의 불만을 다 들을 때가 많다. 확실한 것은 어린 세대일수록 일을 덜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적다.
노동의 감소는 필연 아닐까.
바퀴의 발명부터 세탁기, AI까지 노동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세상은 발전해 왔다. 타이핑 몇 번으로 필요한 자료가 딱 나오고, 클릭 한 번으로 AI가 이미지의 배경을 지워준다. 그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쓸데없는 기관이 퇴화하듯 불필요한 관행도 점점 사라지고 업무가 효율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은 과로를 멈추지 않는다.
10년 전의 절반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일을 마칠 수 있다. 그럼에도 남은 시간을 잉여 고민과 과잉 수정으로 채울 때가 많다. 일을 덜 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일과 싸우기보다 일을 하지 않았다는 불안함과 싸우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