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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홍 May 22. 2024

아무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기도 한.

<잘하기보단 오래하고 싶습니다> 11



아무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기도 한.

죽음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영원한 작별의 경험도 적다. 불안이라는 게 뭔지 잘 몰랐다. 그렇다. 내가 운이 좋았다. 어느 평범한 출근길, 동생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했다. 오빠, 엄마가 이상해. 다행히 해프닝 아닌 해프닝으로 그쳤지만 그땐 녹아가는 얼음을 손에 쥔 채 어쩌지도 못하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기도 한, 나의 세상이 내게서 멀어지려는 것 같아 불안하다.



몹시 중요하거나

전혀 중요하지 않거나.

인턴사원의 눈에 어린 독기에서도, 주 6일 근무를 반기는 임원의 광기에서도, 만년 부장의 허무주의에서도, 퇴사자의 미소 아래 드리운 불안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인생에서 일은 몹시 중요하거나,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일을 하면서 일처럼 느끼지 않는 것, 건강과 영혼을 갉아먹지 않으면서 성과를 낸다는 것.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따위를 원하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사가 뭐라고 마음도 기운다.

어느 연예 기획사 대표처럼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인사 안 받아주는 사람이 더러 있다. 전화 공포증처럼 인사 공포증이 있거나, 비효율적인 인간관계를 피하고 싶거나, 아니면 진짜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사람일지도. 어쨌든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인사가 뭐라고. 안 받는 사람에겐 안 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해사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사람에게 마음도 기운다.




@jaehong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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