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기보단 오래하고 싶습니다> 11
죽음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영원한 작별의 경험도 적다. 불안이라는 게 뭔지 잘 몰랐다. 그렇다. 내가 운이 좋았다. 어느 평범한 출근길, 동생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했다. 오빠, 엄마가 이상해. 다행히 해프닝 아닌 해프닝으로 그쳤지만 그땐 녹아가는 얼음을 손에 쥔 채 어쩌지도 못하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기도 한, 나의 세상이 내게서 멀어지려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인턴사원의 눈에 어린 독기에서도, 주 6일 근무를 반기는 임원의 광기에서도, 만년 부장의 허무주의에서도, 퇴사자의 미소 아래 드리운 불안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인생에서 일은 몹시 중요하거나,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일을 하면서 일처럼 느끼지 않는 것, 건강과 영혼을 갉아먹지 않으면서 성과를 낸다는 것.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따위를 원하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느 연예 기획사 대표처럼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인사 안 받아주는 사람이 더러 있다. 전화 공포증처럼 인사 공포증이 있거나, 비효율적인 인간관계를 피하고 싶거나, 아니면 진짜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사람일지도. 어쨌든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인사가 뭐라고. 안 받는 사람에겐 안 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해사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사람에게 마음도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