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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듀 Jan 08. 2022

옳은 의사결정은 경험의 양에 비례하지 않는다.

일관성 있는 태도로 의견을 말하고 듣는 것

얼마 전 야마구치 슈의 <뉴타입의 시대>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었다.

바로 과거의 항공기 사고를 조사한 통계를 살펴보니 기장의 비행 사고율이 부기장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 이유 역시 흥미로웠다.

조종실 내에서 더욱 질 높은 의사결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의 행동과 판단을 확인하고 뭔가 문제가 있다면 의의를 제기해야 한다. 부기장이 조종할 때는 상사인 기장이 부기장의 행동이나 판단에 자연스럽게 이의를 제기한다. 즉 부기장이 조종할 경우 비행기는 한 사람의 '기술'로 움직이고 있지만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두뇌'는 두 사람의 몫인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기장이 조종할 때 부하 직원인 부기장은 과연 기장의 행동이나 판단에 대해 거리낌 없이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기장과 다른 의견이 있다 해도 솔직히 전하지 못한다면 기술도 두뇌도 한 사람 몫만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 내용을 읽고 나서 나의 지난 조직생활에서의 의사결정방식은 어땠는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나 역시 이 의견을 말하면 상대 특히 윗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늘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사실 제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우리 모두는 실패를 거듭하는 인간일 뿐이기에 경험이 많다고 옳은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경험이 적다고 옳지 않은 선택만 하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어제까지 빛나던 경험이 오늘부터는 별로 쓸모없어질지도 모른다.


윗사람, 아랫사람 개념이 철저하고 예절을 중시하는 우리나라는 유독 솔직한 의견을 말하는 데에 조심스러운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공동의 옳은 의사결정을 목표로 했을 때, 나의 솔직한 의견은 어떤 이를 비난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려 함이 아니다. 듣는 이는 귀를 기울이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하며 말하는 이 역시 솔직하게 말하되 제대로 된 근거를 들어 말해야 할 것이다.

일하기 위해 모인 우리는 친목을 쌓기 위해 모인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기업 면접에 등장하는 단골 질문에 '상사와의 갈등이나 의견 차이가 발생했을 때 대처 방법'이 있는 것 역시 조직 생활에서 의사결정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달려간다 한들 사람의 생각은 제각기 다르기에 '충돌'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저 충돌로만 끝낼지 '문제 해결'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할지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열린 자세에 있다. 그리고 조직은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애를 써야 할 것이다. 권위가 아닌 문제 해결에 집중하여 상대의 지위나 직함에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함께 일하며 갖춰야 할 자세일 것이다.


<청자에게>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 따지지 말고 무슨 말을 들었는지에 마음을 써라.
- 독일의 수도사 토마스 아 켐피스


<화자에게>

위협이나 리스크를 보고도 못 본 척하며 대립을 피하고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결국 ‘멸망의 철학’ 일뿐이다. - 나카니시 데루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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