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에 일본으로 이민 간 캐나다 여자의 격리 일기
"いつも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お弁当ですが、ヴィーガン弁当を毎回1つだけ頂く形で良いです。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一日一食なので今日はご飯食べません。"
항상 감사합니다.
벤토 말 입니다만, 비건 벤토 하나만 주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일일 일식 해서 오늘 점심 저녁 안 먹을게요!”
일본 호텔 격리 1일 차.
아침 눈을 떠보니 도시락 3개가 문고리에 걸려있었다.
어제 입실 전 검역원이 보통과 비건 중 식사는 어떻게 하고 싶냐는 질문에 저번 달 남편 방으로 배달된 기름진 격리 도시락을 미리 간접적으로 경험했기에 일본까츠의 로망을 내려놓고 비건 벤토에 대해 질문했었다. 검역원이 그렇게 구체적인 것까지 알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비건 벤토의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더니 영어를 잘하는 검역원이 두 종류 다 받아서 보고 선택할 수 있다며 내 이름 밑에 '보통 + 비건'을 작성했다. 입실 저녁만으로 멈출 줄 알았던 이분들의 친절은 그다음 날인 오늘 아침 내 문고리에 두 개도 아닌 3개의 벤토를 걸어주셨다.
배달 오류겠지? 그런 것 같긴 한데... 우선 일본말로 질문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문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으니 벤토 3개를 들고 방안에 들어와 조심스레 하나씩 꺼내 보았다 - 보통 벤토 하나에, 비건 벤토 2개.
보통 벤토에는 손가락 사이즈의 훈제 소시지와 스크램블드 에그, 모닝롤 3개 (종류별로 - 치아바타, 잡곡, 그리고 버터롤), 버터, 야채가 있었고, 비건 벤토에는 두부와 유부 간장 조림, 가지, 소량의 샐러드, 그리고 밥과 그 위에 조그맣게 올려진 우메보시가 있었다. 마음 같아선 훈제 소시지나 에그 스크램블을 먹고 싶었지만 어제저녁 남편님이 6일 격리 뒤 고통스러워하며 퇴실하던 본인의 모습을 기억하라는 메시지가 떠올라 내려놓았다. 퇴실하고 그날 튀긴 티김을 먹겠다는 다짐을 하며 보통 벤토는 비닐에 다시 넣어두고 비건 벤토 속 두부와 가지, 밥 조금과 모닝롤을 먹고 아침을 마쳤다.
밥을 다 먹고 나서야 오늘 하루 점심과 저녁을 포함해 6개의 벤토를 추가로 받을 텐데, 먹지 못하고 고대로 버릴 거라면 음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갈 수 있는데 낭비가 아닌가 싶었다. 아직 일본말을 잘 모르니 남편에게 도움을 받아 조그마한 노트를 문 앞에 붙여두고 (친구 중 하나는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은 나의 글씨체를 보며 '잘 그렸다!'라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해줬다) 콜 센터에 전화를 걸어 하루에 한 끼만 먹을 테니 오늘 점심 저녁은 먹지 않겠다고 전달했다. 나와 첫 통화를 했던 검역원 은 영어로 벤토가 세 개가 왔었다는 나의 말에 “쓰리.. 쓰리 벤토????”라며 당황했 고, 연이어 몇 명의 콜센터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오늘 진짜 안 먹는 거냐고 연거푸 확인했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남편은 아마 검역직원들이 한국에서 온 푸드파이터가 격리 중인가라고 생각했을 거라며 크게 웃었고, 식사 옵션을 바꾸는 것을 까다롭다고 생각할 거라며 한번 더 큰 웃음을 지었다. 그 와중에 도착과 격리 영상을 찍고 있던 카메라의 sd카드까지 망가진 바람에 (카메라의 문제가 아니길) 아마존닷컴 재팬을 처음 접해보았으니 입국 기념 웰컴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게 맘 편하겠다.
이제 겨우 1일이라니 남은 5일, 화이팅!
2022-01-25
Tokyo,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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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되는 격리 일기, 같이 읽어보세요 :)
(1) 2일 차
https://brunch.co.kr/@yjsdanielle/47
(2) 3일 차
https://brunch.co.kr/@yjsdanielle/48
(3) 4일 차
https://brunch.co.kr/@yjsdanielle/49
(4) 5일 차
https://brunch.co.kr/@yjsdanielle/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