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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의 생각노트 Jan 27. 2022

격리 3일차: 격리 일기가 가져다준 간밤의 기적

게으른 완벽주의자에게 한밤의 기적이 꿈은 꾸지만 말고 해보라고 속삭였다

격리 3일째.


평소 불면증이 있어 일찍 자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매일 운동을 해야 잠을 겨우 자는 나인데, 격리 시설로 들어온 이후로 자리 정리나 세수할 때를 제외하고는 손가락만 움직여 승모근만 높아지고 있는 내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밤 9시나 10시가  되면 쉽게 잠에 든다. 아마 반신욕을 해서가 아닌가 싶지만 나쁘지 않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단지 몸을 이전처럼 움직이질 못하니 어깨, 허리, 등, 골반이 아파오기 시작했고, 그 아픔과 동시에 오늘도 매우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오늘도 눈을 떠보니 새벽 4시 30분이었다. 다시 자려해도 어깨가 너무 아려와 다시 잠에 들 수가 없다. 귀한 아침 시간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일어 단어 하나라도 외우겠다며 자리를 정리하고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기 전에 어제를 하루를 정리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백화점 경품은 고사하고 시장에서 주는 뽑기도 제대로 걸려본 적 없는 나의 격리 일기가 다음 웹사이트의 '여행/맛집'섹션에 채택이 되었던 것이었다.


사실 이번에 일본으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올린 블로그와 유튜브가 많이 도움이 많이 되었기에 내가 경험한 가장 최근 격리 소식을 공유하면 그 후에 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왕 그러면 웃기게 써야 지루하지 않겠다는 마음에 일기를 썼을 뿐인데 하루 만에 격리 일기 하나로 포스팅 하나에 3만 명이 조금 안 되는 조회수를 달성하는 (나에게는) 큰 경험을 했다. 물론 '비기너스 럭(초심자의 운)'일 수 있지만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웃긴 글이라지만 이 글을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좋은 사진을 골라 올리는 거니 인정받는 것 같아서 사실 행복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저를  채택해주신 담당자님 감사해요).


처음에 브런치 알람이 계속 울리길래 오늘은 구독한 작가님들이 글을 많이 쓰는 날인가 보다 하고 무심히 지나쳤는데, 브런치로부터 약 15분 간격으로 조회수가 1 천명씩 올라가고 있어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갑자기 헛웃음이 났다. 누가 봇으로 조작한 거 아니면 어떻게 가능한 일이 지하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었다. 옛 말에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그랬나. 지금 재직 중에 있는 회사가 실리콘밸리 소재의 게임회사인데, 그 안에서도 유저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프로덕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팀에 속해 있기에 멍하니 스크린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브런치의 '통계'를 통해 유입 출처부터 뒤져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유입경로를 따질 만한 조회수 데이터가 없는 날 도 많았다 (...)

브런치 통계는 조회자들의 유입경로를 다음과 같이 4가지 분야로 나눠 안내해준다.

(1) 검색(다음, 카카오, 네이버, 구글)

(2) SNS (카카오톡, 페이스북)

(3) 브런치

(4) 기타(여러 웹사이트)로 분류되어있다.


나는 이 중 가장 높은 비율의 항목을 전날, 전주, 전달과 비교하며 왜 이 항목에서 이렇게 많은 유입이 있었는지 여러 경로를 통해 트래킹 하면 조회수의 급격한 반등이 단순히 글을 잘 써서, 내용이 참신해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독자들이 나의 글을 읽게 되었는지, 그 독자들은 어떤 카테고리에 관심이 있어 나의 글로 유입이 되었는지 유추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식으로 트래킹을 해보니 물론 다음 웹사이트에 '여행/맛집' 섹션은 빙산의 일각보다도 일수 있지만 내 눈에는 그 섹션 안에서도 가장 큰 부분에 걸려있는 나의 사진과 제목이 다른 글들 보다도 더 커 보였다.


참 이게 무슨 일인지. 브런치도 작가 신청을 여러 번 떨어졌었고, 사진과 영상을 좋아해서 인스타나 유튜브를 도전해보아도 큰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덤덤하게 쓴 글 하나가 이렇게 될 줄이야. 사실 이전의 나의 도전들이 큰 성과가 없어 '열심히'라는 게 살짝 무의미 해져 버린 것도 있고 내가 너무 스스로에게 무리수를 던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런 나를 지금의 남편이 많이 응원해준 것도 하나의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막무가내로 해봐라 라는 말 보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본인 의견도 내주고, 웃기면 같이 웃어주고, 힘들었던 내용이면 그랬냐고 공감해준 남편이 있어서 글에 대한 부담감도 줄었던 게 사실이다.


보통 나 같은 사람을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무언가 하고는 싶은데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게 두렵고, 또 이왕 뭔가 한다면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서 준비하다가 지치거나 하다가 지속하기가 어려워서 중간에 포기하고, 실패하면 안 되니깐 떠벌리지는 못하고, 그러다 보니 남들 몰래 조금씩 하다가 성과가 안 보이면 조용히 포기하는, 스스로만의 멋을 추구하다 멋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바로 나였다.

 

그런데 최근 내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 드로우 앤드류 님이 유튜브에 본인도 이런 유형의 사람이었고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가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친절하게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제안하는 영상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참고 영상: (이 영상도 나중에 보려고?) 계획만 하고 실천을 못하는 나를 변화시킨 꿀팁). 나와 비슷한 동년배에 있는 이 사람이 물론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것도 있지만, 이제는 끌려가는 삶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내고, 본인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과 만나면서 소통하고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로 매일 같이 창작의 고통을 즐기며 살아가는 저 사람이 부럽기도 했지만 마냥 부럽다기보다 좋아 보였다. 저렇게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해왔을까? 멋지다! 갈길이 멀겠지만 여기까지도 수고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나의 현실은 한 두 발자국이면 끝나는 격리 시설 방 안에서 매일 주어진 밥을 먹으며 늘어나는 몸을 (사실 오늘 실제 푸드파이터가 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것저것을 먹어서 자책이 들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을 때 오늘 하루 중 경험한 독특한 삶, 웃겼던 에피소드를 편하게 쓰고 그것을 토대로 브이로그나 영상을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브런치는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귀찮아서 보지도 않을 테니 조금 더 솔직하게 일기장처럼 써 내려가면 재밌겠다 하는 덤덤하고 즐거운 마음이 전부였던 것 같다.  


그렇게 써 내려간 글이 나의 삶에 어제와 같은 작은 기적을 가져다줄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 물론 어제의 기적이 오늘도 계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나에게는 좋은 자극이 된 것은 사실이니 꾸준히 글과 사진, 영상으로 생각지 못한 멋진 기회들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준비를 매일 하려 한다 :)


포기하지 말고, 화이팅!  


2022-01-27

Tokyo,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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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보다 사진만 보고싶다면!

https://www.instagram.com/yjsdanielle/


다른 격리 일기도 함께 읽어보세요 :) 

(1) 1일차

https://brunch.co.kr/@yjsdanielle/42

(2) 2일차

https://brunch.co.kr/@yjsdanielle/47

(3) 4일 차 

https://brunch.co.kr/@yjsdanielle/49

(4) 5일 차 

https://brunch.co.kr/@yjsdanielle/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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