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겪어보니 더 괴로웠던 시설 격리의 마지막 날
엄연히 따지면 첫날이 0일 차니까, 지금 5일 차 격리지만 6일째다. 긍정적이게 이 상황을 해석해보자면 6일 차가 되는 내일이면 나는 이 지긋지긋한 격리에서 해방된다. 오늘만큼은 2021년 한해간 총 4차례의 격리를 감행해야만 했던 남편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남편이 겪은 4차례의 격리:
(1) 2021년 6월 한국에서의 14일 자가격리
(2) 2021년 9월 일본에서의 14일 자가격리
(3) 2021년 10월 말 결혼 준비를 위해 한국에서의 10일 자가격리
(4) 2021년 12월 결혼식 마친 뒤 일본에서의 6일 시설 격리와 8일 자가격리
남편 말로는 4차례의 격리 중 4번째 시설에서의 격리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고, 마지막 날이 제일 괴로웠다고 했다. 연말과 연초를 격리 시설에서 보내야 했던 남편의 마지막 날 얼굴은 정말이지 내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 진짜 슬퍼 보였다. 그래서 그날 그는 여러 종류의 영화를 같이 보다가도 잠이 오면 잠을 자면서 그 우울했던 마지막 날을 겨우 떠나보냈다. 실제로 그 상황을 내가 겪어보니 내일이 분명 격리 해제인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머릿속에 오만 잡다한 감정이 몰려오는 게 아마도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서 정신적으로도 괴로워했던 것 같다.
마음이 약해지니까 갑자기 대학 시절 때 마라톤 훈련하면서 다친 무릎이 조금씩 욱신 거리기 시작했다 (마라톤은 잠비아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폐렴이 걸린 이후 더 이상 이전처럼 뛰지 못한다. 대신 피트니스 가서 걷고 뛰는 것을 반복하는 스프린트 정도는 가능하다). 이미 10년이 지난 부상이지만 작년 여름에 두 번이나 발목을 접질리면서 약한 무릎인대가 늘어났기 때문에 한동안은 움직이지 않고 꾸준히 치료를 받았고, 점점 나아질 때쯤 매일 걷기와 무릎 주변의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을 하면서 컨디션을 회복했다. 그렇게 공을 들여 길들여진 무릎이 다시 욱신거리는 게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격리 초반에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려는 노력을 시행했지만 밀폐된 공간 안에서 운동을 때 천장으로 비상하는 먼지가 눈에 보이는 순간 운동도 지속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도시락도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 보이는지. 복도가 냉동고 처럼 자기도 하지만 전달을 받았을 땐 이미 음식들이 차게 식어져 있어 따뜻한 차 없이는 밥먹는게 쉽지 않다. 먹어도 허기까지 지는것 보니 뭔가 허한게 분명하다. 이 날 친구가 보내준 우버 이츠(Uber Eats)는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40분이 지나서도 전달이 되지 않는 배달 때문에 콜센터 직원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했다 (남편 격리 시설 같은 경우 굉장히 빠르게 전달해주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해주는 콜센트 직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크지만 오늘만큼은 미워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격리 4일 차인 1월 29일에 일본 정부가 10일간의 격리 기간을 7일로 줄이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6일 시설에서 5일로 시설 격리도 줄일거라는데 (...) 그럼 지금이라도 집에 보내달란 말이다.
(기사 링크: https://www.yna.co.kr/view/AKR20220128027600073)
어렸을 때 봤었던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가 갑자기 떠올랐다. 내 격리 시설보다 작은 감옥 방에서 배식을 위해 주어진 스푼으로 벽에 구멍을 내어 탈출하는 하는 이야기인데, 그가 그렇게 좋은 몸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건 아마 수저로 벽을 파는 동안 쓰인 상체 근력과 통로를 오가면서 소모한 유산소 운동 덕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보니 나도 얼른 잠을 청해야겠다. 오늘은 반신욕을 마친 뒤 등 패치와 아이패치를 몸에 붙이고 바로 자야겠다.
이 격리를 아무렇지 않게 끝낸 사람들이 있다면 존경을 표한다. 아니 모두가 할 수 있는 건데 내가 약한 걸 수도 있지만 얼른 격리가 끝나서 다들 편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하루였다.
2022-01-30
Tokyo,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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