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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의 생각노트 Feb 07. 2022

일본에 사는 신혼부부의 대화법

신혼부부들이 흔히 겪는 소통 문제 토픽 - 재정 관리 

집 앞 골목길


새벽에 눈을 떠 핸드폰을 확인하니 결혼식을 마친 지 벌써 70일이 지났다. 아직도 한국이 아닌 일본에 있다는 것도 실감이 잘 나지는 않지만 서류상 '기혼자'라는 것이 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분명 70일 전 나는 왼쪽 창문에서 솔솔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이하며 아침에 눈을 떴다면 이제는 오른쪽 창문 사이에서 세어오는 바람에 아침을 맞이하지만 내 옆에 자고 있는 남편의 팔을 손난로 마냥 조금 더 붙들다가 겨우 일어난다. 정돈되지 않은 부시시와 머리와 삐뚤게 쓴 안경을 끼고 거실로 나오면 시장에서 같이 산 꽃무늬 앞치마를 두른 엄마가 따뜻한 밥과 두부, 그리고 엄마표 김치를 아침을 준비해줬지만 나 말고 다른 부스스한 사람과 같이 눈을 떠 한 명은 바로 샤워를 다른 한 명은 따뜻한 인스턴트 블랙커피와 함께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못생김 주의).


겨우 1주일 안에 많은 일과 대화를 했다. 그래 봤자 1주일이었지만 '좋음'과 '어려움' 사이를 오가면서 서로를 이해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중 가장 어려웠던 관문은 신혼부부들이 한 번쯤은 거쳐야 한다는 '재정'이었다. 이 주제를 다루는 사이 우리는 몇 번이나 손을 잡고 놓으면서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깐'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대화를 멈출 수 없었다.


달달한 과일 모찌와 따뜻한 라테 - 저녁 산책때 나누게되는 여러 이야기를 잠잠하게 해주는 친구들

토요일에는 짧은 부부세미나를 들었다. 아시는 분이 8주 차 강의를 짧게 브리핑해주시겠다고 해서 부부간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1. 결혼 전과 후의 대화가 다른 이유

대부분 연애할 시기에 커플이 나누는 대화는 선별된 토픽을 체력과 마음, 그리고 정신까지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반면에 결혼 뒤에 부부의 대화는 어떤 토픽이든 상대가 기분이 좋을 때든 나쁜 때든 대화를 무방비 상태에서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다고 한다.


'부부' 혹은 '가정'은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며, '결혼'은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했고, 이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혼 첫 해를 적어도 하루 2시간씩 돈을 받고 일하는 것처럼 서로에게 시간을 내어서 이야기하기를 권장했다. 강연자는 두 사람이 평생을 함께 살아도 상대가 내 마음과 같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노력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는 더 고생하는 게 부부간의 대화라고 했다.  


2. 부부가 대화를 할 때 필요한 것들 - 감정과 갈망을 설명하기

부부가 대화를 할 땐 상황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것보다 이 상황에 대해 우선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먼저 깨닫고 그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어떤 감정인지 스스로가 인지했으면 상대방이 나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다시 말해 어떤 '갈망'으로 인해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도 함께 설명하기를 권장했다.


예를 들면, 대화중에 상대가 중간중간 말을 끊는 게 기분이 나쁜 상황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감정)

→ 네가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아서 내가 기분이 좋지 않아.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갈망)  

→ 내가 너에게 존중받고 싶은 갈망/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

 

3. 마무리 - 2차선 도로가 아닌 10차선 도로

세미나를 마무리하면서, 강연자는 우리 부부에게 2차선 도로 위를 남들보다 빠르게 가려고 질주하는 것보다, 10차선의 도로를 함께 만든다는 노력으로 조금은 느려도 멋진 주행을 하는 두 사람이 되라고 했다. 10차선 도로가 내 머릿속에 인상적이었던 건지 강하게 각인이 되어서, 주말 내내 불똥 튀는 (?) 대화를 하면서도 이렇게 대화하려는 노력이 언젠가 우리를 저 멋진 10차선 도로를 편하게 주행할 수 있게 해 주겠지 라는 상상과 함께 주말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열심히 대화로 불태운 우리는 월요일 오전 8시에 일어났고, 또다시 한주가 시작되었다.

잠깐 대화는 주말로 미뤄두고, 다시 열심히 일해야지.


2022-02-07

東京、日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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