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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 Oct 28. 2021

아직도 나를 찾는 중

05. 공공기관, 국가를 브랜딩 하다

대학원 졸업 전에 운 좋게 공공기관에 입사하게 되었다.

브랜드 전문가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목표로 한국 정부 로고 체계를 재정립하여 브랜딩을 하는 사업을 맡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엄청난 사업에 막내 실무 담당자였었다. 그리고 배운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국가에서 하나의 프로젝트가 기획부터 실행, 검토 그리고 결과물을 내기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1세대 디자이너들도 만나 가까이에서 그분들의 디자인적 철학과 견해들을 들을 수 있었다.


배운 것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정부 브랜딩의 과정 또한 전략과 방법론에서 출발한다는 것이었다. (그 뒤 개발을 진행하며 많은 이해관계자와 브랜드 저명인사들의 의견들을 담아 다듬어갔다.)


원래의 제안하고자 했던 방향은 현재 통합화된 태극 문양의 로고가 부, 처, 청, 기타 합의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닌 브랜드 하이어라키를 세워 보증 브랜드(Endorser Brand) 방식을 적용하고자 했지만, 향후 개발 과제로 남긴 채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었었다.


결과물이 세상밖에 나와 서울, 지방 곳곳에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큰 뿌듯함을 느꼈고 목표하고자 하는 방향에 한걸음 다가간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인가 텅 빈 느낌이었다.

일할 때 가끔 영혼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출근길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거나 바닥이 마치 나에게 다가오는 듯이 울렁거림이 멈추지 않은 적도 있었다. 알고 보니 공황장애라는 병명이었다.


뿌듯함은 느꼈지만 가슴 뛰는 듯한 느낌은 들어보진 못했다. 그리고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를 때도 많았다. 이전에 회사들은 생각과 의견을 말하고 이유 없이 일한 적이 없었었다. 왜 하는지,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이를 통해 어떤 결과로써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 명확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달랐고 웃음이 많던 나는 어느새 눈과 입을 닫아 버리고 머리 뒤에도 여러 개의 눈을 달고 살며 눈치라는 것이 빨라졌다. 출근을 하면 마치 영혼이 눌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억지로라도 회사 근처에 아침 운동을 끊어서 운동 후 출근하곤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에너지가 생기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만두고 싶어 부모님께 조심스레 말씀을 드리면, “어렵게 들어갔는데, 회사는 원래 그런 곳이니까 조금만 견디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하셨다. 효녀는 아니지만 부모님께 짐이 되고 싶지 않았고 내 길을 가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날도 출근을 했고 쌀쌀했던 가을이었던 것 같다.

그날은 엄마랑 통화를 하며 생각 없이 옥상을 올라가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때의 기억은 자세히 나진 않는다)


통화를 하며 옥상 난간에서 나도 모르게 바닥을 바라보며 ‘떨어지면 이 상황이 끝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러한 생각을 한 나 스스로가 너무 놀랍고 무서워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전화를 붙잡고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 뒤로 1-2달 안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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