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읽고, UX Writing 적용
책과 같은 아날로그 텍스트를 읽는 것과 모바일 환경의 텍스트를 읽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텍스트'라는 기본 요소만 동일할 뿐, 제공자가 텍스트를 가공하고 전달하는 방법부터 사용자가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전부 다르다. 그리고 달라야 한다.
E-book의 경우에는 아날로그 텍스트와 비교했을 때 제공되는 형태가 모바일 디바이스라는 차이 정도만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나 구독하는 아티클 등 일상 속 모바일 텍스트는 성격이 다르다.
모바일 환경에서 제공되는 텍스트가 다른 이유는 아래와 같은 모바일 특유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 상대적으로 작은 모바일 화면
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작은 모바일 화면은 텍스트를 담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에서는 아날로그 텍스트처럼 많은 양의 정보를 한 번에 전달하지 못한다. 더 작은 가로 세로의 폭을 가졌지만 아날로그 텍스트와 비슷한 폰트의 크기는 정보의 양을 제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가 동일하게 제공됐을 때, 쉼 없이 늘어나는 스크롤은 오히려 피로감을 더할 뿐이다.
2. 동시에 제공되는 다양한 콘텐츠
모바일 환경의 텍스트는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제공된다. 사진과 동영상부터 시작하여 그래픽 요소, UI 요소 등 작은 단위의 콘텐츠까지도 동시에 제공되니 텍스트에게만 집중하기는 어렵다.
3. 멀티플레이가 비교적 쉬운 모바일 환경
모바일에서 텍스트를 접할 때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상황에 노출된다. 친구에게 카톡 알림이 온다든지,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든지, 내가 사용하는 어플의 광고 알림이 온다든지... 그리고 터치 한 번으로 해당 알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무엇을 읽든지 간에 산만한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위의 성격들은 모바일 환경의 텍스트 읽기를 보다 까다롭게 만든다.
까다로운 텍스트 읽기는 모바일 환경의 텍스트 쓰기 또한 까다롭게 만든다. 모바일 환경의 텍스트 특성은 쓰기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UX Writing 분야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비스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양과 콘텐츠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환경의 텍스트 특성을 생각하지 않고 쓰면 전달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하지만 정보와 전달성 두 개를 포기할 수 없다면? 이때 사용자와 서비스 전부를 고려한 UX Writing이 중요해진다.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인 교정자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서는 문장을 다듬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한국인의 문장 습관 속에는 오히려 문장의 의미를 애매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문장 습관들을 하나씩 집어주며 간결하게 문장을 만들면서도 의미를 더 뚜렷하게 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내 문장 습관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모바일 환경의 텍스트 쓰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UX Writing은 제한된 플랫폼 안에서 최소한의 텍스트를 통해 정보의 전달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UX Writing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몇 가지 간추려 소개해보고자 한다.
한국어 문장은 영어와 달리 되감는 구조가 아니라 펼쳐내는 구조라서 역방향으로 되감는 일 없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풀어내야 한다. - p.199
영어는 관계사가 발달하여 덩어리로 묶이고 계속 되감으며 의미가 전달된다. 그에 비해 한국어는 주어 - 목적어 - 서술어 순으로 쭉 펼쳐지는 구조다. 그래서 한국어는 문장을 막힘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한국어 문장은 쭉 읽어 내려갈 때 앞에 적은 것들이 잊히더라도 문장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문장을 읽을 때 덜컥거리는 요소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의 예시를 가져와보자. (p.200)
계속 걸어간 나는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이렇게 바꾼다.
나는 계속 걸어가서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바꾸기 전 문장에는 [나는]이라는 주어에 [계속 걸어간]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러나 수식어를 빼고, 아래의 문장처럼 '나는 계속 걸어가서'라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문장을 풀어 쓰니 의미 전달이 더 명확해졌다. 걸어간 사람은 '나'인데 '나' 앞에 걸어갔다는 행위가 먼저 나와 의미가 퇴색되어 보인다.
또 다른 예시를 보자. (p.204)
노래는 자기에게 맞는 노래를 자기 색깔로 부르는 게 아름다운 것이다.
의미가 전달되긴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또 이렇게 바꿨다.
자기에게 맞는 노래를 자기 색깔로 부를 때 비로소 노래는 아름다운 것이 된다.
바꾼 문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더 잘 읽힌다. 바꾸기 전 문장은 [노래는]을 주어로 두어 [노래]를 설명하는 형식을 가진다. 문장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노래]가 아니라 [자기에게 맞는 노래]인데 말이다. 그러니 순서대로 읽어가며 이해하기에는 어딘가 계속 걸리는 느낌이다. 그러나 바꾼 문장에는 [자기에게 맞는 노래]를 맨 앞으로 꺼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문장을 펼친다. 그러니 전달하려는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모바일 환경에서 고려해야 하는 문장의 기본 원칙
문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쓰고 읽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당연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는 문장의 기본 규칙이 된다.
스크롤링이 필수적인 모바일 환경에서 이 기본 규칙은 더 중요해진다. 모바일 환경은 상대적으로 글을 다시 되감아 읽기가 어렵다. 스크롤링이 가능하다는 것은 내가 지금 어떤 지점에 있는지 헷갈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막힘없이 글을 서술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또한 이는 아티클과 같이 긴 글을 쓸 때도 유의해야 하는 사항이지만, 앞선 예시들과 같이 짧은 한 문장을 구사할 때도 중요하다. 오히려 모바일 환경에서는 한 문장으로 의미 전달을 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문장 하나를 쓸 때도 이 기본 원칙을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에 대해', '~에 대한'은 지적으로 '보이는' 문장이라고 말한다. 문장을 지적으로 보이게끔 포장하지만 사실은 게으름을 그대로 드러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글을 '있어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 표현은 오히려 의미를 흐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의 예시를 보자. (p.71)
1. 성공에 대한 열망이 워낙 커서 오히려 불안할 지경이다.
2.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3. 정부는 고문과 강제 연행에 대한 언론 보도를 사전 검열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문장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이렇게 바꾼다.
1. 성공하고자 하는(성공을 향한) 열망이 워낙 커서 오히려 불안할 지경이다.
2. 미래를 위한(미래에 대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3. 정부는 고문과 강제 연행을 다룬 언론 보도를 사전 검열했다.
[대한]을 [~을 향한], [~를 위한], [~에 대비한], [~를 다룬]이라는 뜻이 더 명확한 표현으로 바꾸었다. 그러니 문장의 의미가 더 전달된다.
명확한 뜻을 전달해야 하는 모바일 환경
'대해'는 대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서비스에서도 쉽게 쓰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는 하나의 프로덕트를 '대상'으로 다루는 분야이기에 대상을 설명하기 위해 '대해'는 자주 등장할 수 있다.
'~에 대한 투자를 확정하시겠어요?', '~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에 대한 아티클을 받아보세요!' 등 당장 떠오르는 표현만 해도 이렇게 많다. 하지만 오히려 위의 예시처럼 뜻을 명확히 전달하는 표현들로 바꾸면 의미가 전달된다. '000 상품 투자를 확정하시겠어요?', '~을 동의하십니까?', '~을 다룬 아티클을 받아보세요!'. 뜻을 갖고 있는 표현을 쓰는 것, 혹은 불필요한 표현을 덜어내는 것은 서비스에서 언제나 중요하다.
어찌 보면 문장을 쓸 때, 아날로그와 모바일을 막론하고 간결하고 정확한 의미 전달이 최우선일 것이다. (...) 결국 텍스트는 '읽히기 위해'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UX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간결한 문장의 사용은 서비스에서 더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Copy Writing이 한 문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분야라면, UX Writing은 한 문장으로 사용자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분야다. 그래서 한 문장을 쓸 때도 최소한의 요소들을 통해 최대한의 의미 전달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 교정은 서비스 내 텍스트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어야 한다.
책에는 이 글에서 다룬 표현을 포함하여, 한국인들이 습관적으로 쓰는 게으른 표현, 잘못된 표현을 자세히 말해주고 있다. 읽으며 UX Writing이 생각나는 표현 몇 가지를 가져온 것이나, UX Writing에 적용할만한 지식들이 더욱 많았다. 책에서 다룬 내용들을 생각하며 이 글도 꽤 많이 고쳤으나,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지적사항들이 있으면 피드백은 환영이다!) 완독은 했으나 꾸준히 교과서처럼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다른 표현들이 더 궁금해진 사람들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봄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