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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6. 2020
콩그레츠 카페(Congrats Cafe)에서
- 타이베이 카페 스토리 007
대개의 경우 실수나 착각의 결과는 그리 달갑지 않다. 그런데 때론 그 덕에 뜻 밖의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콩그레츠 카페(Congrats Cafe)를 발견한 것도 그런 행운 중 하나다.
휘이휘이 걷던 타이베이 밤마실 중 문득 고개를 돌리다 앤틱한 간판과 바(Bar)라 해도 좋을 듯한 그럴듯한 분위기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지도에 위치를 찍어둔 후 언젠가 방문하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오전에 다시 가니 입구를 찾기 어려웠다. 밤에 본 일부분을 토대로 상상하던 것과는 뭔가 달랐다. 알고 보니 내가 봤던 것은 '지도에 표시해둔 카페' 옆에 있던 디저트 가게였던 것이다. 착각이라 허탈히 웃으며 발걸음을 돌리기엔 콩그래츠 카페(Congrats Cafe) 평이 제법 좋았다. 그렇다면 착각의 부록이 발견의 행운이길 바라며 포장을 열어보는 수 밖에.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콩그래츠 카페(Congrats Cafe)는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카페였다. '당첨'된 기분이었다. 무척이나 멋스런 카페인데다 커피 맛도 괜찮았고 인기 카페임에도 조용조용한 분위기였던 점도 좋았다.
공간은 2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썩 넓지는 않은데 두 공간의 색이 꽤 다르다. 1층은 골방 같이 어둑하다. 왠지 단골들이 옹기종기 모이는 사랑방 같다는 느낌도 준다.
반면 2층은 높은 층고와 지붕 곳곳에 하늘과 맞닿아 뚫려 있는 슬레이트 사이로 내리 비치는 햇볕 덕에 실제 공간보다 넓고 쾌적하다는 느낌을 준다. 시간에 따라 각도가 변하는 햇살이 좋다. 바닥에 난 틈을 통해 1층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바리스타의 작업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든, 카페 공간을 즐기는 사람이든, 인스타용 사진 몇 장을 건지러 오는 사람이든, 누구든 만족할만한 곳이다. 인기 카페다. 머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란하지 않은 점도 플러스다. 다들 자기 일에 몰두하고 대화를 할 때도 조곤조곤히 한다.
카페 주인의 여러 역량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테리어나 디자인 능력이 아닐까 한다. 카페를 운영하는 곳이 아닌 즐기는 곳에 머물도록 해주는 보루다. 이 카페를 보며 새삼 이를 다시 떠올린다. 크지 않은 공간을 과하지 않은 장식으로 영리하게 꾸몄다.
특히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흡연실이 돋보인다. 지금껏 들른 카페 중 이만큼 흡연하는 사람을 후하게 대하는 카페는 못 본 것 같다. 카페 좌석만으로 꾸몄어도 특등석으로 꼽힐만한 자리다. 내가 만약 담배를 피웠다면 일부러라도 몇 번을 오갔을 것 같다.
콩그레츠 카페(Congrats Cafe)에서 가장 탐나는 자리는 2층 창가의 소파다. 흐린 날 이 곳에 와 창문 앞 소파에 푹- 몸을 파묻는데 마침 비가 쏟아진다면? 아마 이 카페를 가장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요건들이 맞아든 순간이 아닐까.
콩그레츠 카페(Congrats Cafe)의 에스프레소는 2종류다. 내가 선택한 건 '다크'한 원두다. 막상 마셔보면 다크라는 단어에서 연상하는 묵직함은 없다. 오히려 가볍고 맑은 편이다. 한 잔 안에 담긴 맛이 다채롭다. 고소함, 산뜻한 산미, 살짝 올라오는 감미, 마지막은 '다크'임을 주장하듯 탄맛의 꼬수움이 어필한다. 이 탄맛의 정도가 훌륭하다. 거슬리지 않는다. 또 다른 한 잔도 기대하고 만드는 한 잔이었다.
같이 오고 싶은 지인 몇명이 자연히 떠오르는 카페였다. 혼자서도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카페를 한다면 이런 카페였으면 좋겠다' 리스트에 올려두기에 주저함이 없는 곳이다. 인기가 많아 자리 잡기 어렵다는 점과 잔을 일찍 치워 오래 앉아 있기 조금 민망하다는 점이 그나마 찾은 단점이다(나가라고 눈치 주진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