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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하 Jun 18. 2020

스웰커피(SWELL CO. Coffee)에서

- 타이베이 커피 스토리 101

  연애 시절터 와이프 님과의 데이트 중 8할은 '과제 데이트'였다. 말 그대로 나란히 혹은 마주 앉아 노트북 펴놓고 각자의 일과 씨름하는 데이트였다. 그 덕에 '일 하기 좋은 카페'를 찾아  여기 저기 다녔다.


  타이베이에서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야근 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일꺼리를 들고 퇴근하는 와이프 님을 모시고 갈 일 하기 좋은 카페를 찾는 건 나의 중요한 내조 업무 중 하나다.



  타이베이 다안에 위치한 '스웰 커피(SWELL CO. COFEE)'는 이런 면에서 단연 상위로 손꼽을만한 곳이다. 서핑을 모티브로 꾸며진 쾌적하고 캐주얼한 인테리어, 경쾌한 음악, 대화하는 손님 반, 일 하는 손님 반이 빚어내는 적당한 백색소음은 집중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특히 카페 가운데를 차지한 바 형태의 사각 테이블 자리가 일하기에 좋다.



   이전에는 '일은 일터(회사, 사무실)에서' 하는 것이 공식 같았다. 요새는 이 통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코로나가 만들어낸 '거리(Distance)의 필요' 때문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리모트 워크는 점점 특이 상황이 아니게 될 것이다. 점점 익숙해지고, 점점 자연스러워져 언젠가 코로나가 끝난다 해도 계속 시도되리라 본다.



  

  그럴수록 좋은 공간의 중요성과 수요는 높아지지 않을까 한다. 보다 집중이 잘 되는 곳, 머무는 시간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곳 말이다. 스타벅스가 '제3의 공간'을 제공했다면 변화하는 업무 환경은 '제2의 공간'과 '제3의 공간'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지 않을까. 무수한 '제2.n의 공간'들이 생기는 것이다.


  하는 일은 반복적이지만 내가 향유하는 공간과 시간을 특별하게.  나이 먹을수록 우리의 삶은 정형화되기 쉽다. 익숙함은 능숙함을 지나 무뎌짐으로 향한다. 무뎌짐은 무료함으로 연결된다. 불길이 꺼지지 않게 이따금 바람을 불어주듯 소소한 자극을 만들어가야 한다. 일상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드려는 연습이 필요하다.

 


  좋은 카페를 찾아 누비는 모험도 그런 시도 중 하나. 그 과정에 이렇게 딱 맞는 카페를 만나는 즐거움은 다시 다음 카페로 발걸음을 향하게 하는 동력이  되어 준다.


  주말 오전, 무겁게 가라앉은 머리를 이고 와 주문한 에스프레소를 홀짝였다. 스웰 커피의 에스프레소는 산미가 강하다. 입 안을 꼬집, 하는 듯한 쨍한 산미가 혀끝에서 시작해 손끝, 발끝까지 짜릿하게 퍼진다. 전원이 들어오는 기분이다. 분위기에서 시작해 맛까지. 역시 일하기 좋은 곳이다.


1. SWELL CO. Coffee

2. 주소: No, No. 23, Siwei Road,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

3. 영업 시간: 10:30 ~ 20:00


- 실시간 타이베이 카페 기행은 인스타그램 @109.taste 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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