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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하 Jun 18. 2020

Arthere Cafe 에서

- 타이베이 카페 스토리 011

  타이베이의 6월 햇볕은 폭력적이다. 뜨거운 열기가 짓누르는 듯 쏟아진다. 시선을 멀리 던지면 이글이글 끓듯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볼 수 있다. 절정은 7~8월이란다.  상상하려  해도 감히 상상이 안 된다. 이미 충분히 지친다. 이럴 때는 마치 도망치듯 카페를 향하는 걸음이 빨라진다. 좌석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해진다.



  Arthere Cafe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핫한 지역인 신이에 위치한 카페다. 신이의 중심은 타이베이 101부터 이어지는 쇼핑몰 지역이다. 그러다보니 역설적으로 프렌차이즈 카페가 주가 되고 매력적인 로컬 카페가 적다. 그 중 Arthere Cafe는 보석 같은 곳이다.



  Arthere Cafe는 2개층을 쓰고  있다. 인테리어가 화려하고 세련되지는 않지만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분위기를 내고 있다. 1층은 아늑한 편이고 2층은 탁 트여 쾌적하다.



  1층과  연결되는 계단쪽을 크게 두르며 놓인 바 형태의 좌석은 언제나 노트북을  펴고 일하는 손님들로 가득 하다. 이 곳도 테이블 공간이 넉넉하다. 전반적으로 시간을 오래 보내는 손님에게도 친절한 공간이다. 무엇보다 시간 제한이 없다.



  창가 쪽에는 약간 낮은 의자들이 있는데 푹 기대 앉아 책보거나 생각 정리하기에 적합하다.  창가지만 이 곳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은 한결 풀이 죽어 있어 바깥의 뾰족함 대신 부드러움으로 닿는다. 창 밖에 드리운 나무 그늘 덕이다. 게다가 적당한 온도의 서늘한 에어컨도 이 곳을 오아시스라 생각하게 하는 요소다.

 


  커피 메뉴 뿐 아니라 다양한 맥주나 안주, 식사 메뉴도 판매하고 있다. 그래도 나의 선택은 언제나처럼 에스프레소. 공간이 좋아도 커피 맛이 아쉬우면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 보니 다시 가지 않게 되는 법. 그런데 이 곳은 4번째 방문이다. 커피 맛도 기본, 그 이상이기 때문.


  산미와 쌉싸름한 고소함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야무지게 밀도있는 한잔이라는 느낌이다. 진한 콜드브루 커피 같은 맛이다. 다 마신 후에 오래 은은히 남는 감초 같은 감미도 좋다.



  평소 스마트폰마냥 이고 지고 다니는 노트북은 두고 왔다. 대신 노트 한권과 만년필, 연필을 들고 왔다. 일 대신 생각을 하고 싶은 날이다. 이따금 정리해주고 비워주지 않으면 'To Do'에  치어 버리게 된다. 열심히는 사는데 잘 사는지 헷갈리게 된다. 오아시스 가에 앉은 김에 시간을 들여 찬찬히 군더더기를 깎아내가는 하루를 만들어야겠다.

 


1. Arthere Cafe(上樓看看)

2. 주소: No. 6, Alley 3, Lane 165, Section 5, Zhongxiao East Road, Xinyi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1

3. 영업 시간: 11:30 ~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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