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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화 Jun 27. 2021

여름, 뉴욕 (1)

Happy Birthday, USA

2016년 7월 4일 오후 9시반,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브릿지 파크에서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불꽃이 펑펑 터지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6월 30일 뉴욕에 도착하고 보니, 곧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 7월 4일) 연휴라 사람들이 신나보였다. 1776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선언서가 채택됐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4th of July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복절인 셈인데, 거의 축제 분위기다.

2~3일이 주말이었기 때문에 공휴일인 4일까지 3일 연휴였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덧붙여 여름휴가를 내고 떠난다고 했다. 그래서 1일 늦은 오후부터는 뉴욕을 빠져나가는 차량 행렬로 미친 교통 체증이 이어졌다. 거리엔 성조기가 그려진 티셔츠나 스카프,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았고, 소호 거리 즐비한 상점들은 50% SALE, 4th of July Deal 등등 문구를 써붙여 놨다.  

미국인들은 아메리카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크리스마스 때 트리 장식하는 것처럼 흥겨운 분위기였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광복절을 좀더 성스럽게 여기는 것 같다. '광복절 기념 세일'이나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 같은건 아무래도 어색하잖아.

4일 밤 9시에는 미국 전역에서 불꽃놀이를 한다. 같은 미국이라도 시차가 있으니 아마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여기서 펑 저기서 펑 할테다. 뉴욕에서는 맨하탄과 브루클린 사이를 흐르는 이스트리버(East River)에서 메이시스 백화점 주최의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사실 뉴욕에 4th of July는 생각도 못하고 갔는데, 신기하게도 하필 4일부터 브루클린에 숙소를 잡아놨다. 불꽃놀이 관람 명당이라는 브루클린 브릿지 파크에 갔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어디 들어가 피자 한조각이라도 먹고 싶었는데 날이 날인지라 레스토랑마다 줄이 나래비로 섰다. 길에서 감자샐러드를 먹었다. 근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투둑 투둑 하더니 빗줄기가 거세졌다. 이거 이러다 불꽃놀이 화약 물에 잠기는거 아닌가 싶었다. 우산은 호텔에 두고 왔다.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걸 보니 불꽃놀이가 취소될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추웠고 핸드폰은 먹통이 됐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사람 모이면 SKT고 LG유플러스고 달려올텐데, 여긴 AT&T고 버라이즌이고 아무도 안온다. 쉑쉑버거 앞에서 벌벌 떨며, 셀카 찍으며 기다려 보았다. 옆에서 셀카봉 보고 신기해하던 아재가 휴대폰 꺼내들고 자기 아들이랑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오후 9시 15분 불꽃놀이 시작. 비도 수그러들었다. 펑펑 퍼러펑 펑펑펑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치만 메이시스는 한화만 못한거 같다. 사실 여의도 불꽃놀이 가본적 없어서 잘 모른다. 얼마만에 본 불꽃놀이일까. 계획한 건 아닌데 날짜가 딱 맞아서 기분이 썩 좋았다.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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