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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DoomsDay? 구글AI가 금융을 삼킨 날

데이터와 AI를 쥔 빅테크 기업, 금융회사는 어디서 가치를 만들까?

by 서지삼

검색창 하나로 모든 금융 정보를 얻는 시대

구글이 금융 정보 서비스를 바꾸려 합니다. 이번주부터 새로운 Google Finance에서는 복잡한 금융 질문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AI가 답변을 요약해주고 관련 차트와 실시간 뉴스까지 한 화면에 보여줍니다. 미국에서 곧 테스트가 시작되며, 기존 화면과 새 화면을 선택할 수 있는 버튼도 제공됩니다.

https://blog.google/products/search/google-finance-ai/

이게 왜 중요할까요? 예전에는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찾아야 했습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 회사 부채가 왜 이렇게 많아?" "최근 뉴스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면, 구글이 알아서 정보를 모아 정리해줍니다.

구글은 최근 "AI 기능이 오히려 검색을 더 많이 하게 만든다"고 발표했습니다. 검색이 쉬워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검색하게 되고, 구글의 영향력은 더 커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그 정보에 책임을 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AI가 정말로 금융 전문가를 대체할까요?

최근 충격적인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Financial Times에 따르면, 한 헤지펀드는 AI를 사용해 애널리스트 업무의 75%를 자동화했다고 합니다. 생산성은 4배나 올랐습니다. 재무 모델 만들기, 문서 분석, 고객 관리까지 AI가 처리합니다. https://www.ft.com/content/fdc29c4d-d82b-4274-9c96-f4cda0b52ef9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금융 업무 중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은 대부분 AI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복잡한 퀀트 투자 영역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영국의 Man Group이라는 회사는 'AlphaGPT'라는 AI로 투자 아이디어를 만들고, 코딩하고, 테스트까지 자동으로 진행합니다. 이미 수십 개의 투자 신호가 실제 투자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럼 금융회사만의 AI, 즉 '수직형 금융 AI'는 의미가 없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순 정보 정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돈이 오가는 일에 깊숙이 관여하는 AI만이 진짜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구글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구글의 강점은 분명합니다. 전 세계의 뉴스, 공시, 차트를 모두 가지고 있고, 검색이라는 강력한 도구로 사람들을 끌어모읍니다.

하지만 구글에게도 한계가 있습니다. 구글은 항상 "이것은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라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투자 조언에는 법적 책임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적합한지 판단하고, 규제 보고를 하고, 손실이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런 일은 여전히 라이선스를 가진 금융회사만 할 수 있습니다.

Financial Times는 흥미로운 점을 지적합니다. 고객을 직접 만나고, 협상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입니다. 신뢰는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정보 요약은 AI가 할 수 있지만, 책임 있는 판단과 법적 책임은 복사할 수 없습니다.


금융회사가 살아남는 다섯 가지 방법

1. 책임지는 자가 승자입니다

투자 적합성을 판단하고, 이해상충을 관리하고, 모든 기록을 남기고, 규제 당국에 보고하는 일. 이 모든 것은 구글이 아닌 금융회사의 일입니다. 구글은 정보를 줄 수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바로 이 책임이 돈이 되고 신뢰가 됩니다.


2. 리스크를 만들고 보유하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ETF를 만들고, 대출을 실행하고, 헤지 상품을 설계하는 일. 이런 일은 자본과 라이선스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정보가 공짜가 될수록, 오히려 리스크를 설계하고 보유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단순히 설명하는 것과 실제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3. 진짜 데이터를 가진 자가 강합니다

구글은 공개된 정보에 강합니다. 하지만 실제 거래 데이터, 계좌 정보, 현금 흐름 같은 것은 금융회사만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는 법적으로 보호받고, 고객 동의를 받아 사용합니다.

최근 S&P Global이 Anthropic의 Claude에 자사 데이터를 직접 연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진짜 데이터의 소유권과 관리 능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4. 실제 거래를 실행하는 능력은 대체 불가능합니다

주문을 처리하고, 최적의 가격을 찾고, 결제까지 완료하는 과정. 이것은 단순 검색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블룸버그 터미널이 비싸도 여전히 쓰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데이터를 보는 것과 실제로 거래하는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5.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같은 데이터를 봐도, 경영진과 대화하고 맥락을 파악해서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은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Financial Times는 재미있는 변화를 전합니다. 이제는 '엑셀 천재'보다 '사람을 잘 읽는 전문가'를 더 찾는다고 합니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금융회사의 AI는 환상일까요, 현실일까요?

금융회사만의 AI가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독점 데이터입니다.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거래 데이터, 고객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법적 책임입니다. AI의 판단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실제 업무와의 연결입니다. 리서치부터 거래 실행까지 전 과정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갖추면, 금융 AI는 단순한 '정보 정리 도구'가 아니라 '돈을 버는 도구'가 됩니다. Man Group의 AlphaGPT가 실제 투자에 사용되는 것처럼, AI가 수익과 직접 연결될 때 진짜가 됩니다.


문 뒤에서 파이프를 만드세요

구글 같은 회사들이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는 '문'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는 그 문 뒤에서 실제로 돈이 흐르는 '파이프'를 만들고 관리해야 합니다.

정보가 무료가 될수록, 역설적으로 책임과 실행의 가치는 더 올라갑니다.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정보로 실제 거래를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구글이 검색의 문을 활짝 열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는 그 문 뒤에서 돈이 실제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소유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이것이 구글 시대에 금융회사가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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