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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연구가 맘다움 Aug 13. 2022

힘들어도 참아,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죽을 거 같아도 다 지나간다. 그리고 후회가 찾아온다

"죽을 거 같지? 육아라는 게 원래 그런 거야!!"

뻔한 한마디가 비수처럼 날아와 나를 찌른다.

무슨 뜻인지 너무 알아서 더 화가 났다.

그 순간 엉뚱하게도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너무도 공감됐다. 나의 엄마가 내게 던진 한 마디가 너무도 잔인하게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나를 위한 엄마의 진심이 담긴 말이었을 지라도 그 당시 나의 감정상태에 따라 수용이 되냐 안되냐로 갈라졌던 것이다. 그때의 나는 그 말을 비꼬아 생각하고 비수로 꽂히게 만든 건 나 자신일지 모른다. 다 지나갈 테니 조금만 견디라는 엄마의 말을 자신은 다 겪고 지나간 과거이니 저렇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건가? 아니면 내 고통이 그저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못난 생각으로 엄마의 말을 쳐낸 것이다.


"힘들어도 참아,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

"죽을 거 같아도 다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후회가 밀려오니까, 후회할 일 만들지 말았으면 해.., "


힘들어도 참으라니 또 한 번 쓰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겪은  엄마의 말들에 당황스러울 법했는데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더 이상 얼굴을 붉힐 수도, 투정 섞인 볼맨 소리도 할 수 없었다. 죽을 거 같은 시간도 다 지나가고 얼마 안돼 후회가 밀려온다는 말에 내 머릿속에서는 지난 나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가 겪어낸 시간들이 어땠는지 까맣게 잊고 나만 힘들다고 소리치고 있었던 나였다. 엄마는 조산소에서 출산하다 난산으로 혼절하고 겨우 깨어났으나 아들일 줄 알았던 아이가 딸이라는 이유로 엄마가 깨어나는 걸 기다리지도 않고 자리를 떠나버렸던 나의 아버지. 그 서러움이 평생 응어리져 있는데 강하디 강한 아버지를 다 맞춰가며 홀로 두 자매를 키우고  시어머니까지 모셔야 했던 그 시간들을 견뎠던 엄마였는데 그 시간을 잊고 있었다.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사치한 적도 없이 그저 가족을 가정을 위해 헌신했고 그것을 생색조차 내지 않는 엄마였는데 말이다. 그저 나의 엄마이기에 내가 투정을 부리고 볼멘소리를 좀 해도 괜찮지 라는 생각으로 마흔이 넘고 아이도 출산을 한 어른이 성인답지 못한 행동으로 못난 모습을 보일 뻔한 것이다.


엄마에게는 그래도 된다는 생각은 내가 엄마가 되어도 크게 달라진 것 없구나 싶었고, 그런 나의 엄마도 어쩌면 병상에 누워계신 외할머니가 살아계신 것 만으로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을 때 언제든 보고, 만질 수 있으니까...,


너무 오래되어 우리를 어찌 키웠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야기하지만 힘들다는 나의 볼멘소리에 이따금씩 라테는 말이야~라는 식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고생하셨다, 힘드셨겠다 말해주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진 않는다. 먼저 알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괜히 더 툴툴거리게 되고, 지금이 더 힘들고 육아하기 까다로운 세상이라고 투정을 부리는 걸로 사과를 대신한다.


그저 시집을 가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애쓰는 나의 모습을 보면 짠하기만 하겠지라고 생각이 된다. 손녀 손자가 보고 싶어 걸어오는 영상통화에 늘 끝인사는 "네가 잘 먹고 건강해야 된다."라고 하시는데 그 한마디에 다 담은 엄마의 마음을 이제는 삐딱하지 않게 반듯하게 받아 든다.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내 걱정하지 말고 엄마나 챙기라는 인사로 내 마음까지 전하고 마무리하는 요즘이다.



엄마가 되어도 엄마는 필요합니다. 아내이지만 남편이 아닌 아내가 필요한 것처럼 엄마도 사람이라 내가 기대어 쉴 곳, 나를 보살펴 주는 손길이 간절한 법이거든요. 모든 육아를 맡아하는 주 양육자의 자리에 계신 분들을 위로합니다.


힘들지만 조금만 참고 견디세요.

길고 길 것 같은 순간들도 다 지나가기 마련!

이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울림인지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순간이 오는 것은 너무도 큰 아픔일 때가 있다는 것을 겪어 본 저로서는 그런 후회를 낳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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