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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연구가 맘다움 Jun 28. 2022

살아내기 바빴던 생존형 육아맘이 된 3가지 이유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생존형 육아맘에서 자기 계발에 열성적인 엄마가 되었고 임신과 출산, 현실 육아로 무너졌던 자존감을 회복하고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다. 생존형 육아를 탈피하고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토대로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면 '너랑 이야기하고 나니까 내 고민이 정리가 되는 것 같아, 언니랑 대화하고 나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 알 것 같아!'라는 말을 간혹 듣는다. 특별한 건 아니어도 나의 이야기가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며 내가 지나온 길을 앞으로 걷게 될 사람이나 지금 이 시각 과거의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잘 지나갈 수 있게 조금의 위로와 보탬이 될 수 도 있겠다 생각을 하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그 생각을 하고서부터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어 나의 글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졌고, 지금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다.

 



생존형 육아맘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고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었지만 제대로 나를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제대로 보듬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살아내기 바빴던 생존형 육아맘이 된 이유 3가지 지금부터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째, 결혼을 했으니 당연한 거라는 생각으로 쓰게 된 엄마라는 왕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부모라는 자리, 거기서 엄마라는 자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준비도 없이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으니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그냥 엄마일 뿐 나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난 아이와 다를 바 없는 그저 덩치만 큰 신생아와 같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가야 할 것들 투성이인 막막한 상황에 놓인 덩치만 어른인 신생아 말이다. 말 그대로 덩치 큰 신생아가 아주 작디작은 신생아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 눈앞이 캄캄했고, 기쁘고 감동적인 것은 산후조리원에서 도움의 손길 속에 안전한 양육을 하던 2주간의 짧은 시간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 순간부터 매 순간 불안과 두려움이 앞서는 걱정 투성이인 육아맘이 되어버렸다. 내 나이 마흔이 되던 해 2월에 그렇게 못난 어른이 되었던 것이다.


둘째, 책임감이 커질수록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커질 때 느꼈던 죄책감


요즘 표현으로 독박 육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이라 도움이 필요했지만 시댁, 친정식구들 모두 먼 거리에 떨어져 있고 생업에 바빴기에 모든 상황을 혼자 이겨내야 했다. 물론 남편이 옆에서 함께해 주었지만 그건 나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일 뿐 일상에서의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는 식수는 아니었다. 그렇게 혼자 지내다 보니 육아를 통해 마주하는 볼품없는 모습들이 나를 점점 깊은 동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잘해야 된다는 책임감이 커질수록 모든 상황이 나를 힘들게 만드는 것 만 같은 생각이 들었고, 하루하루 얼마나 더 볼품없는 사람인가를 인증하는 것 같은 생활의 반복이었던 것이다. 엄마의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처음으로 결혼한 것이 후회되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 마음이 드는 순간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누구도 모르는 혼자만의 싸움이 가슴속에서 요동치기 시작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셋째, 무거워져 가는 왕관을 내려놓을 용기가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을 해결하기 급급하다 보니 생각을 하고 움직이고, 생각이라는 것을 할 여유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정신없는 시간들을 견디며 살고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본디 계획하고 움직이고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것이 편했고 몸에 베여있었다면 한순간 모든 일상이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고 그 흐름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5분 대기조 마냥 늘 그렇게 살기 바빴다. 엄마니까 아프면 안 되고, 엄마니까 알아야 되고, 엄마니까 챙겨야 되는 것들 그리고 엄마니까 견뎌야 하는 것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을 보며 조금씩 엄마라는 왕관의 무게에 짓눌렸다. 그 누구도 왕관을 잠시 내려놓고 쉬었다 가도 된다고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나조차도 해내야 만 한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혀 나를 살펴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살아내기 바쁜 생존형 육아맘이 되어 버린 것이다.


처음이니까 괜찮아, 누구나 처음은 힘들기 마련이라는 한마디 위로를 건네지 못한 채 엄마의 자격을 갖추지도 않고 무슨 자신감으로 부모가 되었냐며 자책할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저 그런 생계형 육아맘으로 나의 삶을 축내고 살았고 그 고단함 속에서 스스로를 끌어내기까지 그 시간은 이어졌다. 스스로에게 너무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내가 나를 아프게 만들었기에 임신과 출산, 육아를 통해 행복을 채 누릴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지금 혹시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에 단꿈에 빠져있지만 한편 어두운 터널을 걷는듯한 답답함을 느끼거나 캄캄한 길 위에 혼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기를 바란다. 혼자 다 해내지 않아도 되니까 부담을 내려놓고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 주자. 조금 모자라고 서툴더라도 처음이니까 괜찮다는 것을 기억하자. 엄마니까 당연한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자리에 앉기 전에 늘 자신을 가장 먼저 챙기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고 그 누구의 말보다 자신의 마음이 외치는 소리에 집중해 준다면 내가 겪은 길을 따라 걸으며 어려움 고 눈물짓는 시간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힘든 시간을 거쳐 생명을 낳아 키워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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