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아연구가 맘다움 Aug 24. 2022

마음껏 들을 수 없는 노래

양희은 님의 "엄마가 딸에게"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인 줄 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속을 뒤져할 말을 찾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난 한참 세상 살았는 줄만 알았는데 아직도 나는 열다섯이고

난 항상 예쁜 딸로 남고 싶었지만 이미 미운털이 박혔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알고픈 일들 정말 많지만, 엄만 또 늘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내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지


공부해라~, 그게 중요한 건 나도 알아

성실해라~ 나도 애쓰고 있잖아요

사랑해라~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나의 삶을 살게 해 줘!~


내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넌 나보다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 주겠니


양희은 가수님의 <엄마가 딸에게> 노래 가사 중에서




언젠가 우연히 신동엽 님이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한 가수의 노래가 끝난 후 북받친 감정을 추스르느라 애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곡이 양희은 님의 '엄마가 딸에게'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말을 해주고 싶은데, 가슴속을 뒤져봐도 딱 맞는 말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라고 이야기하신 가수의 아버님 말씀이 신동엽 님의 그 모습과 함께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부모의 마음은 네가 부모가 되어 봐야 알 거라는 어른들의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이제야 어렴풋이 알아가는 중이다. 엄마가 되어서도 엄마가 필요하다고 썼던 나의 지난 글에서 처럼 어쩌면 부모라는 존재는 평생 곁에 계셔 주셨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마음은 어쩌면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딸로 살았던 시간들에서 느꼈던 결핍은 그것마저 채워서 전해주고 싶고 내가 넘치게 받았던 사랑이 있다면 딸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 그게 모성이라 표현돼야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감정들이 엄마라서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딸로 살았고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출산을 엄마가 되어서는 내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걷게 될지도 모르는 딸을 위해서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품어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나에게서 쉬어갈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게 찾아온 것을 느낄 신기하면서 벅차다. 


나는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엄마이지만 의도해서가 아니라 내가 여자이고, 내 어머니의 딸이기에 나의 딸에게도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동성이기에 느껴지는 동질감과 공감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에 이것은 아빠가 아들에게 이 노래를 불러준다면 나와 똑같은 심정으로 부성애가 들끓어 올라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메일 것이고 나와 같은 감정에 놓이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면 좋겠다.


노래 한곡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리기란 쉽지 않은데 수많은 사람들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뜨거운 눈물을 쏟을 수 있는 노래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부모님에 관하여 쓰인 노래들이 대체로 그런데 그 감정을 건드리는 곡들은 피할 방법이 없다. 사랑을 받고 자랐든 그렇지 못한 환경을 살았든 이유 불문하고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게 되니까.

때로는 나의 어머니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대신 위로받는 기분이 드는 노래 한곡에 나의 딸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주겠노라 다짐까지 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동시에 나도 힐링이 되는 것이 이 노래의 최대의 장점이자 힘이라 느껴진다.


노래 한 곡을 마음껏 듣고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것이 나는 반갑고 감사한데 이 곡은 질리도록 듣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애써 피하게 다. 이유불문 장소불문 눈물이 불청객처럼 찾아드는 통에 편히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읊조리게 되고 찬찬히 읽으며 나의 엄마를 떠올리고 나 스스로토닥이고 위로하고 내 딸을 생각하게 되기에 감사함을 느끼는 노래로 마음에 곱게 자리해있다. 훗날 멋드러 지게 불러보는 날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래오래 두고 볼 것이다.


누군가 엄마가 문득 그리워지고, 엄마이면서 엄마가 그립거나 엄마이지만 엄마의 마음이 어떤가 궁금해질 때 한 번쯤 들어보면 좋을 곡으로 부모, 자식 누구든 분명 뜨거운 눈물을 만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위로를 받고 힐링이 되는 경험도 하게 되니 한번 들어 보시라.

매거진의 이전글 힘들어도 참아,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