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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연구가 맘다움 Sep 28. 2022

유행을 따르는 21개월 아들이여

C. pixabay images


사랑하는 아들 도담아.


오늘은 네가 태어난 지 667일이(21개월 28일) 되는 날이야. 가끔은 아프기도 하고, 많이 울기도 하지만 대체로 즐겁게 지내며 잘 커가고 있는 것 같아 보여.
너의 마음이 어떤지는 아직 엄마가 정확히 다 알진 못한단다. 다 알기엔 네가 아직 많이 어리기도 해.
얼른 좀 더 많은 말을 나누고 엄마에게 너의 마음도 마음껏 전해주었으면 하는데 또 한편 천천히 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 이중적인 마음이 있어.

네가 원할지 원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까지도 남겨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에 앞으로 가끔 너의 기록들을 남겨보려 해. 훗날 도담이가 커서 이런 일들이 있었고, 엄마는 이런 마음이었고 나는 이런 모습이었구나 알게 되고 너를 제대로 이해하고, 행복해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록해 가볼게. 그럼 이제부터 엄마의 글을 시작한다.




첫째와는 다르게 온갖 유행은 다 좇는 둘째는 감기, 장염, 수족구 차근차근 단계 밟듯이 다 거쳐간다. 감기라고 해서 가볍게 넘기는 법이 없고 한번 시작하면 한 달을 채우는 기분까지 드니 콧물이라도 살짝 비치면 머릿속에서는 이미 아.. 또?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 아직 어리다 보니 콧물 기침 하나에도 안쓰럽고, 돌보고 보살펴야 할 것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소모되는 부분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엄마이지만 나도 사람이기에 마음 한편이 시무룩 해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번에는 수족구였다. 첫째도 겪어본 적 없던 것이라 처음 소아과 진료에서 수족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살짝 당황스러웠다. 전염성이 강하다니 첫째의 걱정도 함께 해야 했고 코로나 감염으로 온 가족이 고생한 기억이 오버랩되어 앞으로 내게 닥칠 상황들이 그려지면서 한숨이 먼저 나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수족구가 유독 전염성도 강하고 증상도 심하게 나타난다며 각별히 신경을 써주라던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생각보다 고약했다. 고열이 이틀 이상 지속되니 스파이더맨 저리 가라 싶을 만큼 내게 착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날이 점점 더 길어졌다. 그렇게 꼬박 4일을 열 내리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고 10일을 꽉 채우고서 수족구와 미련 없는 이별을 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직 어린아이들이기에 아플 땐 아이와 함께 아픈 것 마냥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는 심정으로 살게 되는 것 같다. 아프지 말고 건강해 주기를 바라는 아주 단순한 이 바람 하나도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는 것이 육아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주 사소하고 단순한 것이라 생각하는 이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을 원하는 것 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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