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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탕국 Jun 08. 2024

청년도 중년도 아닌 30대, 40대 이야기

드디어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7~8년쯤 되었을까?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얘기해 보았다.


우리 같이 팟캐스트 만들어볼래?


여기서 ‘주변’이란 작가 동료 선후배를 뜻한다. 방송 만드는 사람들이니까 방송의 형태를 띤 팟캐스트 제작이라는 일도 쉽게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다. 예상처럼 여러 사람들이 흥미를 보였다. 그러나 우리에겐 직업병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템은 뭘로 할 건데? 심지어 기획안이 있느냐고 묻는 친구도 있었다. 나도 뭘 떠들지 명확하게 정해두지 않았더랬다. 사실 나도 그게 고민이었으니까. 그래서 같이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보려 했던 거다. 나도 해온 버릇이 방송 만드는 일인지라 실행보다는 구성이 우선이었고, 그 구성이 뚜렷하지 않으면 녹음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 나도 직업병이 있었다. 나는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담은 고작 3분짜리 영상을 만들기 위해 촬영구성안을 쓴 사람이다.

방송작가니까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아니면 20대, 30대, 40대를 각각 한 명씩 앉혀놓고 얘기하는 콘셉트를 잡아볼까?… 종종 잊고 있던 마음이 상기될 때마다 아이템을, 구성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늘 두루뭉술했고 그래서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다.


언니, 내 팟캐스트에 출연해라


그렇게 팟캐스트 제작은 ‘해보고 싶으나 해보지 못한 일’로 남아있었다. 이후 7~8년 정도 흐른 것 같다. 지난달, 대학원 친구가 팟캐스트를 만들겠다면서 대뜸 자기 채널의 게스트로 나와달라고 했다. 준비한 건 없었다. 그냥 친구들끼리 모여 우리의 대학원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고, 구성도 대본도 없었음에도 이야기는 끊기지 않고 흘렀으며, 나름대로 그날 토크의 주제도 있었다. 게다가 그날 녹음한 파일이 날아가는 오류가 발생하면서 다시 녹음을 하기로 하고 가구성을 했는데 오히려 뚝딱대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과거에 팟캐스트를 만들려고 했을 때엔 팟캐스트 제작을 위해 공간을 대여하고,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야 하는 등 어떤 ’결심‘을 해야 했었는데 이젠 휴대폰으로도 녹음과 편집이 가능했고 음질도 들을 만했다. 어? 나도 한 번 해볼 수 있겠는데? 오래 묵혀두었던 팟캐스트 제작에의 의지가 다시 피어오른 순간이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라고 알려진 조지 버나드 쇼의 너무나 유명한 묘비명. 10년 뒤에도 그럴까 봐 일단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spotify for podcasters 어플을 통해 녹음과 편집을 했고, 친구를 게스트로 부르기도 했다.

과거에 나를 우물쭈물하게 했던 기획과 구성, 아이템 3박자를 모두 갖춰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기로 했다. 오랫동안 팟캐스트를 청취해 온 만큼, 내가 어떤 걸 들었을 때 공감하고 즐거워했는지 떠올려보았다. 나는 그냥 내 또래의 사람들이 내가 겪은 일, 내가 하는 생각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 좋았다.


30대 40대 여자들의 보통 얘기를 해보자


팟캐스트의 제목은 <청년도 중년도 아닌>이다. 직관적이다. 지금 나는 법이 정한 청년에 속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중년이라 하기엔 모자란 나이다. 청년의 나이를 상향해야 한다는 제안이 잇따르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청년이라기엔 왠지 꼽사리를 끼는 것만 같다. 물론 중년이라기엔 너무 미숙하다. 그래서 어찌 보면 애매하다 할 수 있는 우리 또래의 얘길 하고 싶었다. 20대 때보다는 분명 가치관도 또렷해지고 그래도 좀 안정적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정말 명쾌하고 단단하지는 않은, 여전히 불안하기도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꽤 자주 즐겁고 신나기도 한 보통 얘기들을 해보려고 한다.


매주 토요일, 애플 팟캐스트와 팟빵, 스포티파이spotify에 업로드한다.


<청년도 중년도 아닌> 들으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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