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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적기업 불나방 Oct 16. 2023

30 소설,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의 의미

사회적기업 불나방의 꿈과 현실은 글이 될 수 있을까


1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에서 우연히 옛 지인을 만났다.


  "글 잘 봤습니다. 제가 브런치를 하거든요. 사회적경제 관련 글을 보다 여기에 대해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니 싶었어요. 누굴까 찾아봤는데 제가 아는 사람이어서 놀랐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들...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제 글을 보셨다니... 하하... 소설입니다, 소설. 하하."


  "에이, 불나방님이시잖아요."


  "불나방, 하하."


  오전 교육이 끝난 후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 길에 나눈 그와의 대화는 나 멋쩍은 웃음으로 마무리되었다.


  평소엔 비싸서 잘 사 먹지 않는 육회 비빔밥을 비비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짜로 제공된 이 밥. 오늘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25명... 다 합치면... 음... 전부 다 세금이지... 내가 밥값은 하는 걸까. 교육을 받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아니, 절대 그렇지 않지.'


  비싼 육회 비빔밥......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다 먹어버렸다.


  오후 교육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제 교육이 얼마짜리인 줄 아십니까? 제가 대기업에서도 교육을 하는데요, 1시간에 80만 원도 받습니다. 아주 고급 교육입니다. 그러니 끝까지 집중해서 들어주세요."


  '1시간에 80만 원이라... 이렇게 비싼 교육을 받은 나는 어떤 성과를 얼마나 내야 하는가. 어떤 성과를 얼마나 내야 이 돈, 이 세금이 낭비가 아닌 것이 될까.'




2


  2020년 5월,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라는 제목의 글을 브런치에 공개했다. 이후 4년 동안 30여 편의 글을 썼다.


  시간은 차고 넘치나 마음의 여유는 없는 요즘, 지난 글들을 읽으며 스스로에 물었다.


  '너의 글은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네가 글을 쓴 의도처럼 이곳이 조금 더 좋아지는데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 별로.'


  '그럼 너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뭔가 좋아진 것이 있나?'


  '글쎄... 예전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너에게도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에도 좋은 것들이 없었다면... 너에게 이런 글을 쓰는 건 어떤 의미인가?'


  '그러게. 좋은 것들을 주지 못한... 내가 쓴 이 글들... 나에겐 어떤 의미일까.'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이상하다 느꼈던 순간, 분노했던 순간의 기억과 그때 남긴 기록을 재구성하여 쓴 나의 글들. '이건 진짜 문제야! 바뀌어야 해!'라는 의미를 담아 쓴 나의 글들.


  욕심인 줄 알았지만 나의 글들로 인해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길 바랐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약간이라도 변한 것들 조금이라도 좋아진 것들을 나는 찾지 못했다.


  '왜 변화가 없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소심하게 너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해서? 그래서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아서? 그래서 변화가 없었던 것일까?'


  '과거에 대해, 과거의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서는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이제 이런 글은 이제 그만 써야 하는 것일까? 그럼 이제 나는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단지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3



  좋아하는 사회적경제에서 일을 하지 못한 지 1년이 되어 간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이렇게 오래 쉬게 될 줄은 몰랐다.


  쉬면서 계획했었던 여러 일들이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을 핑계 삼아 준비가 더 필요하다며 계획을 실현하는 것을 미뤘다.     


  미뤄두니 마음은 편했다.


  시간이 흐르며 이대로 아무것도 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초조함이 찾아왔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되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는 무기력이 덮어주었다.


  지금은 마음 편히 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떠나 아예 다른 분야의 일을 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나는 나를 잘 안다. 나는 다른 일을 한다면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걸.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우연히 듣게 된 이 말이 마음에서 꿈틀거린다.


  "에이. 불나방님이시잖아요."


  '그래, 불나방. 나는 사회적기업 불나방. 사회적기업을 계속 쫓아가야지. 그런데 이렇게 계속 쫓기만 할 건가. 이렇게 쫓기만 해서는 생각하는 걸 절대 실현할 수 없을 텐데.'


  나는 잘 알고 있다.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용기를 내어 저지르고, 계획했던 것을 꿈꾸었던 것을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해야 내가 원하는 아주 작은 변화라도 생긴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꿈만이 현실이 된다.'


  책에서 읽은 이 구절이 머리에 남아 맴돈다.


  나는 이 말이 만드는 세상에 살고 싶다.


  방에 누워서 멋진 꿈들을 꿔본다. 좋은 의미로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도 나의 꿈에 있다.


  사회적기업 불나방의 꿈만이 현실이 된 이야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쓰는 그날은 과연 올까. 언제쯤 올까. 마음에서 꿈틀거리는 말, 머리에 맴도는 말이 마음 편히 누워 있는 나를 일으 수 있을까.








"사회적기업 불나방, 과연 언제까지 사회적경제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곧 무너지겠는데?알잖아, 앞에 장사 없다! 먹고는 살아야지. 그래도 사회적기업 불나방이니까 버텨!"


"뭐라고?"


"버튀어!"


"뭐?"


"버~ 튀어! 버~ 튀라고!ㅋㅋ"


"......"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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