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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Jung Apr 18. 2020

왜?

나는 무엇을, 왜 기록하려 하는가.

나는 무엇을, 왜 기록하고 싶은 것일까.


어렸을 때는 글 쓰는 것을 좋아했었지만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무엇인가를 글로 남기는 행위는 그 자체가 가식적이며 솔직하지 못한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고 몇 번이고 다시 읽고 고치며, 맞춤법 검사를 한다.

비밀 일기장에 끄적거린 문장들 조차도 곳곳에 왜곡되거나 솔직하지 못한 기억들을 담고 있다.

글을 읽을 사람들의 평가를 의식하고 미화된 글을 쓰는 것이 힘들어졌기에 놓아버렸다.


그런 내가 왜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진 걸까?


지금 세상은 코비드 19로 인해 변하고 있고,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은 벌써 한 달이 넘게 집 안에 갇혀있다.

sns에 포스팅되는 사진 밑에는 "Forza!/힘내자!"라고 쓰지만 사실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이 고통스럽고 화가 난다.

다시 일을 하고 싶고 아이와 공원에 가고 싶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와 동네 카페에서 하염없이 수다를 떨고 싶다.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작은 꿈이다.


25년 전 꿈을 찾아 어린 나이에 이곳에 도착했다.

시간이 지나며 나의 꿈은 자주 형태를 바꾸었지만, 힘든 일이 닥쳤을 때 포기하고 싶었을 때 항상 나의 곁에 남아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꿈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추상적인 것이 아닌, 마치 살과 피 혹은 근육과도 같은 존재여서 나를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졌기에 더 이상 꿈을 찾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나는 다시 소박한 꿈을 가지게 되었고 기록하고 싶다.

솔직하지 못해도 좋다, 몇 년 후에 이 시절 나의 글들을 읽으며 미소 지을 수 있다면.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이어도 좋다, 나의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이기도 하니 그래도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약간은 솔직하지 못한 나의 삶을 이곳에 기록하려 한다.

나의 거창하지 않은 꿈과 함께하는 이탈리아에서의 나의 소소한 일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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