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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셩혜 Sep 15. 2023

회신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15년 가까이 사보 기자 일을 하며 기억에 남을 만한 필진을 꼽아보면 몇 명 되지 않는다. 인터뷰이들은 몇몇 꼽을 수 있지만, 외부 필진 같은 경우 한정적이다. 당시에는 신인 작가였으나 지금은 내노라는 인기 작가 A, 그때도 지금도 유명한 작가 B, 저명한 C 교수님이시다.


작가 A 경우 현재 외부 청탁은 전혀 받지 않는다. 한번 A 작가 북토크 때 가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작가로 막 발을 내디뎠을 때라고 본인도 기억이 가물하다고 했지만, 오래 기억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당시 글 내용이 좋아 까다로웠던 클라이언트가 만족했다. 내가 A 작가를 손꼽는 건, 원고 내용이 아닌 빛과도 빠른 피드백 때문이다.

매체는 대부분 일정이 정해져 있다. 가능한 일정 안에 청탁도, 원고도 받아야 한다. 대부분 2주, 길어야 3주, 이 사이에 작가 섭외에서 청탁, 원고 마감까지 해야 한다. 시간이 곧 생명이다. A 작가는 메일을 확인한 즉시 가능 여부에 대해 회신했고 원고도 마감보다 훨씬 일찍 전달했다.  보기 드문 일이었다.

작가 B는 분명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대부분 개인 스케줄이나 일정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피드백이 많은데, 그는 원고료 때문이라고 정중하게 밝혔다. 지금도 큰 차이는 없으나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청탁비는 정말 미안할 수준이었다. 솔직히 당시에는 ‘뭐 이런 사람이 있나?’하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하니 솔직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요즘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한다.  

    

최근 만난 C 교수님은 모든 것이 빨랐다. 더구나 교수님은 핸드폰도 사용하지 않고 메일로 대부분의 소통을 한다고 했다. (핸드폰 번호 공개하지 않으시는 거겠지?) 청탁 메일도 30분 이내 회신이 왔고, 원고도 다음날 바로 보내주셨다. 원고 분량이 짧은 것도 한 이유겠지만, 매체를 진행하는 담당자 입장으로선 햅삐. 원고 내용까지 좋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원고 청탁이나 인터뷰 요청을 받는 사람들이 현업에 바빠 빠른 회신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또한, 그들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하지만, 앞선 세 명의 필진이 한가해서 피드백이 빨랐던 건 분명 아닐 테다. 바쁘지만, 제안에 대한 답을 빠르게 했다. 가능 여부를 떠나서 의사는 밝혀야 하지 않을까?  

  

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 힘들면 ‘어렵다’라는 답변을 보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요즘 특히 청탁을 진행하며 내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며 이런 생각도 동시에 한다. 지금까지 어려운 상황에도 원고 청탁 수락해 준 수많은 분, 인터뷰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 인터뷰이들에게 감사하다고.

거절해도 괜찮아요. 거절한다고 해서 욕하거나 싫어하지 않아요. 다만, 의사만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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