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리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침반 타투를 새긴 세명이 한 날 한 시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신기하고 반가운 인연이다.
그 밖에도 영화를 찍다 답답한 마음에
산속 어느 게스트 하우스 스탭이 된 지 어느덧 일 년이라는 사람,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도스러웠던 게스트하우스 건물주 사장님,
그리고 특히나 인상 깊었던 건 밤 늦게 만나 다음날 함께 늦은 아침 한끼만 먹고 헤어졌던 어느 언니.
다섯 살 이상 차이가 나던 그분은 나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정중히 거절했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별칭 혹은 이름만을 불러달라고 했다. (—씨 조차 원치 않았다)
의아하고 낯설었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제안이었다.
온전히 내 이름으로 불리는 것.
직급이나 나이,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모두가 평등하게 가질 수 있는 ‘이름’이야말로
평생동안 ‘나’만을 위한 거의 유일한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처음으로 든다.
12월 막바지 어느 날에.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