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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성 Feb 08. 2020

Theme13 제주 양조장 투어

#크래프트맥주 #제주전통술 #자칭주당다모여


여행을 더 기분 좋고 풍성하게 해주는 ‘술’. 제주 여행 중 마시는 술은 더 특별하다. 여행 중이라서? 멋진 풍경을 보면서 마셔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물론 모두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제 제주에서 만들어지는 술은 맛이 다르다. 대표적인 주종 맥주와 소주는 물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제주는 한라산이 하나의 커다란 정수기가 되어 내린 비를 깨끗하고 맛 좋은 ‘삼다수’로 만들어낸다. 인공이 아닌 자연이 걸러내고 각종 미네랄을 섞어 내어 주는 물로 만든 술이 어찌 맛이 없을 수가 있으랴.


지역을 대표하는 여러 종류의 소주가 있지만, 소주에 들어가는 ‘주정’이라고 불리는 알코올은 사실 다 동일하다. 약간의 첨가물이 추가로 들어가긴 해도 나머지는 물이 전부다. 맥주도 마찬가지. 맥아라 불리는 맥주보리와 물, 홉(Hop)에 효모가 더해지면 맥주가 된다. 홉은 향을 더해주기도 하고 맥주가 쉽게 상하지 않게 한다. 효모는 당분을 알코올과 탄산으로 분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못지않게 맥주 맛의 기본이 되며 맥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물이기에 물맛은 바로 맥주 맛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몰라도 맛있지만 알면 더 의미 있는 것이 술이다. 많이 마셔서 아니라 술 자체의 맛을 즐기는 ‘주당’들에게 제주 양조장 투어는 어떨까?


Travel Tip :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홉과 달리 전국 맥주보리 생산의 20%가 제주에서 재배된다. 매년 4월이면 제주 곳곳에서 푸른 보리 물결이 일렁인다. 이즈음에 가파도에서는 청보리축제도 열린다. 짙은 녹색의 찰랑거림이 5월로 넘어가며 노란 금빛으로 물든다. 여기에 제주 바람이 더해지면 덩실덩실 같이 춤이라도 추고 싶어 진다.




맥파이 브루어리


서울 경리단길에서 소규모 펍으로 시작한 맥파이가 제주에 펍과 함께 양조장을 만들었다. 덕분에 제주도 음식점 곳곳에서도 개성 강한 크래프트 맥주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맥파이 브루어리에서는 보여 주기식 양조장 투어가 아니라 발효조 사이를 걸으며 맥주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투어비는 성인 기준 2만 원이다. 설명과 함께 여러 맥주를 시음할 수 있고, 투어 전이나 후에 마실 맥주 한 잔이 포함되어 있다. 단순히 설명만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맥주의 색과 맛을 결정하는 맥아도 먹어볼 수 있다. 골든에일이나 필스너 같은 밝은 맥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맥아는 고소한 맛이 난다. 조금 더 태운 맥아는 포터나 스타우트 같은 흑맥주를 만들거나 IPA의 갈색을 낼 때 첨가한다. 짙은 색의 맥아는 초콜릿과 견과류 같은 맛이 난다. 상면 발효와 하면 발효의 차이까지 설명을 들으면 그동안 먹었던 맥주의 맛의 차이가 슬슬 이해되기 시작한다.


20분 정도의 설명을 듣고 나면 4가지 정도의 맥주를 시음한다. 이때부터 채면은 잠시 접어두고 충분히 더 달라고 해서 마시자. 아는 만큼 맥주 맛은 더욱 살아난다. 수제 맥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집에서도 홈브루어링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늘어나는 요즘. 평소에 소규모 브루어링에 관심이 있었다면 한 번쯤 양조장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투어를 하지 않더라도 탭룸에서 신선한 맥주를 종류별로 즐길 수 있다.


위치 : 제주 제주시 동회천 1길 23 / 탭룸운영시간 :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2:00~20:00(매달 마지막 수요일 휴무) / 투어시간 : 주말 1시,2시,4시,5시 / 투어요금 : 1인 20,000원 / 전화 : 064-721-0227



여행상식 : 맥주는 유럽이 여러 나라와 교류를 하고 식민지화하는데 어느 정도 공을 세웠다. 당시에 일반 물을 싣고 항해를 길게 하다 보면 물이 상해 병이 나곤 했다. 맥주는 당화를 위해 물을 끓이기도 하고 홉이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긴 항해에도 쉽게 상하지 않았다. 맥주가 없었다면 세계 역사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제주비어


흔히 먹는 카스, 하이트, 롯데 3대 대형 주류회사와 물량 면으로는 큰 차이가 있지만, 제주비어는 국내에서 4번째로 큰 맥주 양조장이다. 뉴욕 최고 인기의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제휴하여 제주에 자리 잡았다. 설비 규모로 보면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 제주비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맥주가 바로 상큼한 맛의 ‘제주위트비어’일 것이다. 과일향이 강한 에일(Ale) 계열 맥주에 밀(Wit)을 더해 마치 꽃 향이 나는 듯한 위트비어를 만들었다. 여기에 제주감귤 껍질을 넣어 산뜻한 끝 맛을 더했다. 오렌지필을 사용한 호가든 맥주와 비슷한데 제주위트비어가 입안 가득 퍼지는 귤향이 더 진하다. 


제주비어 양조장 투어는 규모만큼이나 스케일이 크고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4명의 전문 가이드가 돌아가며 양조장 구석구석을 설명한다. 전 세계 맥주의 종류부터 발효 방식에 따른 차이까지 하나하나 듣다 보면 나와 어울리는 맥주를 찾을지도 모른다.


양조장 내에는 제주비어에서 생산하는 모든 맥주를 생으로 맛볼 수 있는 펍이 있다. 취하자고 오는 곳이 아니라 안주거리는 부실하지만, 대신 생맥주만큼은 최고로 신선하다. 펍과 함께 기념품이 모여있는 브랜드샵도 있다. 오직 제주맥주에서만 볼 수 있는 맥주 모양 마그넷과 개성 넘치는 제주맥주 굿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능농공길 62-11 / 펍운영시간 :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3:00~20:00 / 투어시간 : 13:00~18:00 (목~일) / 투어요금 : 1인 12,000원(7세이하 무료) / 전화 : 064-798-9872




한라산소주


한라산이 빚은 물은 맥주뿐만이 아니라 소주의 맛 결정한다. 어찌 보면 알코올과 첨가물 그리고 물이 전부인 희석식 소주에서 물은 맛을 결정하는 유일한 경쟁력인 것이다. 부드럽고 청량하여 인기인 한라산 소주는 제주를 대표하는 또 다른 명물이다. 1950년 호남 양조장에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70년을 제주 화산 암반수로 서민의 소주를 만들어 왔다. 한라산소주의 양조장 투어는 제주 대표 한라산소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투어에 이어 시음장에서는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인 허벅술 그리고 간단한 안주를 내어 준다. 멀리 보이는 비양도를 배경으로 마셔서 그런지 소주인지 물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시음 후 한라산 소주 기념품샵에서 굿즈도 눈여겨 보자. 제주 곳곳의 기념품샵에서 찾을 수 없는 한정 기념품이 많다.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555 / 투어시간 :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3:00~16:00 / 투어요금 : 성인 6,000원 미성년 3,000원 도민 1,000원(7세이하 무료) / 전화 : 064-729-1953


 


사우스바운더 브루어리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브루어리로 호텔 출신 쉐프가 만드는 요리와 특색 있는 크래프트 맥주를 파는 미니 브루잉 컴퍼니 겸 펍이다. 규모는 제주비어나 맥파이 정도로 크지는 않다. 전체 판매하는 12종의 수제 맥주 중에서 사우스바운더 샤크 에일 등 3가지는 직접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사우스바운더의 시그니처 메뉴는 스모크 버거인데 서빙부터 남다르다. 연기가 자욱하게 들어있는 투명 뚜껑을 열면 훈연 향이 진하게 배어든 버거가 나온다. 평소 비비큐나 훈제 음식을 좋아했다면 분명 한입에 매료될 것이다. 스모크 향이 걸쭉하게 스며든 빵과 야채가 입안 가득 채워주니깐. 치맥 다음으로 피맥이 유행인데, 여기서 만큼은 ‘버거맥’을 강추한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예래로 33 / 영업시간 : 매일 17:00~01:00 / 스모크버거 16,000원 마르게리따 피자 16,000원 수제맥주 7900원~9900원 / 전화 : 064-738-7536


 



제주 전통주 양조장


화산암반수로 만들어지는 술 이야기에서 제주 전통주인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이 빠질 수 없다. 제주는 논이 부족하고 땅이 척박하여 밭농사가 대부분이었다. 귀한 쌀로는 술을 빚을 수가 없었을터. 자연스레 밭에서도 잘 자라는 좁쌀로 술을 빚었다. 먼저 제주 전통떡인 오메기떡을 만들고 이를 누룩과 함께 발효시키면 오메기술이 된다. 좁쌀 색을 닮아 그런지 유채꽃처럼 연한 노란색을 띤다. 


오메기술을 고소리(소줏고리를 제주에서 부르는 말)를 이용해서 증류하면 고소리술이 된다. 안동소주와 개성소주에 이어 3대 명주로 알아주던 술이다. 도수가 높지만 강하지 않고 은은한 향과 깊은 맛이 특징이다. 첨가물 투성이의 희석식 소주와 달리 다음날 숙취가 적고 뒤끝이 깨끗하다는 평이 많다. 대형화된 양조장처럼 투어 프로그램은 없어도 오메기떡 만들기나 양조 체험은 가능하다(10인이상 단체). 체험 외에도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시음을 하고 바로 구매할 수 도 있다. 


제주술익는집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중산간동로 4726 / 영업시간 :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0:30~17:00 / 휴무일 : 일요일 / 오메기술 500ml 25,000원 고소리술 400ml 45,000원 / 전화 : 064-787-5046


제주샘주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애원로 283 / 영업시간 :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0:30~17:00 / 휴무일 : 일요일 / 오메기술, 고소리술 세트 32,000원 / 전화 : 064-799-4225





Sub Theme – 해장국 맛집 #제주해장국 #도민맛집 #병주고약주고


병 주고 약 주고. 술로 달렸으면 해장국으로 달래자. 제주에 장기간 머물면서 느낀 것이 비슷비슷하면서도 개성 강하며 뛰어난 해장국 맛집이 참 많다는 것. 제주 도민들이 애정하는 대표 해장국집 3곳을 소개한다.



은희네소고기해장국


여행작가라는 특성으로 계속 새로운 곳을 찾기도 바쁜 시간이라 한번 가본 곳을 다시 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제주에 이주해 와서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많은 지인들에게 추천했던 음식점이 ‘은희네해장국’이다. 보통의 해장국과 달리 국물은 적고 건더기가 넉넉한 편이다. 시원한 국물에 전날 숙취가 풀어지기가 무섭게 다시 소주 한 병을 주문하게 만드는 마력의 맛이다. 첫 주문할 때 매운 다진 양념을 따로 달라고 하면 아이들도 같이 먹을 만해서 좋다. 제주시에 있는 본점 외에도 최근 제주도내 여러 분점들이 문을 열었는데, 개인적으로 본점만 고집한다.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고마로13길 8 / 영업시간 : 매일 06:00~15:00(주말 14:00까지) / 휴무일 : 목요일 / 소고기해장국 9,000원 / 전화 : 064-726-5622




골목


함덕해변 근처 도민이 많이 찾는 해장국집이다. 해장국은 기본적으로 맛있고 내장탕이 시그니쳐 메뉴. 공급받은 내장을 주인이 직접 손질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인다. 덕분에 잡내가 거의 없는 내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갈치속젓’도 수준급. 도민들처럼 건더기와 속젓을 함께 쌈을 싸 먹어 보자. 은근히 중독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함덕7길 6-14 / 영업시간 : 매일 06:00~13:30 / 휴무일 : 목요일 / 한우 내장탕 9,000원 사골 해장국 9,000원 / 전화 : 064-784-5511




원조미풍해장국


동문시장 근처에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해장국집이다. 처음부터 붉은 국물로 나오지 않고 맑게 나오는데 원하는 만큼 다진 마늘과 다진 양념을 넣어 입맛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연한 깍두기 국물부터 시원하게 들이켜면, 일단 속이 절반쯤 풀어진다. 시원한 국물에 반주 생각이 간절해 질지도 모른다. 상쾌한 하루를 위해 잔 막걸리(1,500원)로 간단하게 즐기는 것도 좋겠다.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중앙로14길 13 / 영업시간 : 매일 05:00~15:00 / 해장국 9,000원 / 전화 : 064-758-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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