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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빙 Oct 15. 2020

새 아파트를 기다리며 몸테크 시작했습니다.

4년에서 5년, 시간에 돈을 묻어둡니다.


 2020년 1월, 임신 전 재개발과 관련된 강의를 충동적으로 들었습니다. 재개발은 막연하게 어렵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강의를 듣고 내가 할 수 있을 때 꼭 갈아타기를 해야지라고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마침 또 핫한 재개발 구역들이 많았고 때가 되면 사야지 사야지라고 생각은 막연하게 했는데 출산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꼭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재개발 물건은 마침 부동산에 간 날 예산에 맞는 물건이 있었고, 그냥 구매를 했습니다. 급매는 내 손으로 올 게 아니다란 생각으로 일단 샀는데 일을 저지르고 나서 오히려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세상 가장 바보같은 짓을 했습니다.) 전 재산을 거는 일이고 공부를 나름 했다고는 하지만 각종 규제와 여러 가지 법들을 생각하면서 머리가 아파졌고 그러면서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그래서 임당이 걸린건 아닐까 혼자 추측해봅니다.)


우리 부부의 첫 집, 여기서 오래살거라 생각했는데 넓고 깨끗한 집을 떠나 30살이 넘어가는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를 왔습니다. 재개발 물건은 이제 철거를 앞두고 있고 우리는 새 아파트가 될 헌 집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다른 집에서 새 아파트를 기다립니다. 재개발 산 곳 그렇게 좋은 위치도 아니고 역세권도 아닙니다. 그래도 결정했습니다.




재개발을 선택한 이유


첫번째로는 살면서 한번은 신축 아파트에 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작은 자본, 그리고 외벌이로 작은 수입 그리고 맞벌이가 되어도 그렇게 크게 늘지 않을 수입을 예상해 봤을 때 살아 생전 신축 아파트에 살 가능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신축은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더라구요. 그런데 신축 아파트값은 외벌이가 사기에는 너무나 하늘 위에 있고 청약점수는 형편없습니다. 제가 신축아파트에 살게 될 일은 과연 있을지 현실적이지 않아서 가장 현실적인 길을 택했습니다. 물론 세월은 얼마나 걸릴지 확실치 않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리스크를 잔뜩 안고 스트레스도 함께 가져가는 일이지만 새 아파트에 한 번 살아보겠단 마음으로 선택했습니다. 사실 이 마음이 가장 큽니다. 외벌이로 새 아파트 입주는 정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기에 리스크를 안더라도 일단 재개발을 선택했습니다.


 두번째로는 전세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부동산 정책으로는 3억 이상의 아파트를 구매하면 전세자금대출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월세로 사는 방법도 있지만 외벌이 상황에서 가장 주거비가 낮게 드는 전세로 살기 위해서는 아파트를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를 이용하는 투자는 힘들었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반드시 월세에 살아야하고 전세보다는 월세가 금전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재개발로 다세대주택을 구매하면서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재개발을 선택했습니다. 이 부분도 정책을 몇 번씩 확인해보고 은행을 계속 가면서 확인했습니다. 2년 후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일단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이자만 내면서 버티기가 가능할 듯 합니다. 물론 재개발 물건을 구매하면서 얻은 빚도 있습니다. 요것도 갚아 나가야겠지요.




이사오면서 생긴 변화


전 집보다 좁은 집으로 이사를 오니 가구를 몇 개 버렸습니다. 별로 살림을 늘리지 않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집이 좁아지니 물건을 놓을 자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제 짐 중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중고거래로 팔았습니다. 이유는 집이 좁고 아이는 곧 태어나니 아기 짐이 계속 물 밀려오듯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전 중고거래라고는 모르는 남편이 당근에 물건을 팔고 저도 제 물건들을 싹 정리해서 팔았습니다. 팔리지 않는 것들과 자리를 차지하는 것들은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집이 좁으니 이제 물욕도 별로 생기지 않습니다. 놓을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무조건 물건을 사용하면 제자리에 놓아야 합니다. 집이 좁아서 물건을 늘어 놓음 걸리적거려서 지나 다니기가 힘듭니다. 남편 잔소리가 길어졌습니다. 정리정돈 못하는 저도 이제는 핑계를 댈 수가 없습니다. 전 집은 방이 3개나 되었는데 여기는 오래된 곳이라 방이 1개입니다. 무조건 제자리 제자리, 물건은 이제 사지 못합니다. 놓을 곳이 없어요.


지하주차장이 있는 집에서 살다 이제 지상주차장만 있는 곳으로 오니 이사를 막 온 때는 덥고 이제 슬슬 추워지면서 차가 무척이나 차갑습니다. 새가 똥으로 차를 테러하기도 하고 이중주차가 되어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별난방이 아닌 중앙난방이다보니 추워도 난방을 맘대로 틀수가 없습니다. 이번 겨울 저희 집이 추울지 더울지 아직 감도 오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기다리면서 즐겁습니다. 언제 철거하고 언제 짓나 싶지만 그래도 조합에서 뭔가 날라오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주를 한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아이와 함께 철거 현장을 방문해보려고 합니다. 아이가 몇 살 때 신축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기다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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