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빙 Oct 28. 2020

외벌이 부린이, 재개발 투자기(1)

몸고생, 마음고생했던 재개발 입주권 계약


 2018년 깡통전세 위기로 첫 신혼 오피스텔에서 나오지 못할 뻔 했습니다. 신축 오피스텔에 여러 개의 물건을 가지고 있던 집 주인은 이미 다른 집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전적이 있었고 우리는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내 직장과 가까운 곳에 첫 집을 마련하게 되었고 아이를 낳고 오래 살 생각에 집도 싹 깨끗하게 고쳤습니다. 깨끗하고 우리 취향에 딱 맞는 집, 특히나 거실이 넓어서 큰 테이블도 사고 집을 홈카페처럼 꾸몄고 그 후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준비하면서 원리금을 내면서 빠듯하게 살긴 했지만 그래도 내 집이 있기에 이사갈 걱정 없이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 집이 있어서 행복한 동시에 외벌이로 자산을 어떻게 늘려야할지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벌이는 아주 작고 투자금은 없고 그렇다고 다른 아파트로 갈아타기에도 대출 규제로 어려웠습니다. 다음 투자는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잃었습니다.


청약 원데이 클래스를 놓치고 충동적으로 듣게 된 재개발 투자 강의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청약에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웠고 관심도 뒤늦게 가져 막차가 이미 떠나버린 느낌이였습니다. 그래도 청약 강의를 듣자고 생각했는데 날짜가 잘 맞지 않고 바로 들을 수 있는건 바로 재개발 투자 특강이였습니다.  살고 있는 지역에 이미 대규모 재개발 구역이 지정되어있어 들어나보자 하며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재개발은 막연하게 어려울 것이라는 내 편견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이론들이 다가왔고 특히 강의 막바지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샘플 분석 예시로 나와 있어 무척이나 마음이 들떴습니다.


들떴던 강의 후와는 다르게 임신을 하게 되고 입덧을 겪고 몸이 지쳐가면서 투자는 점점 마음에서 멀어져갔는데, 첫 집의 2년 비과세 기간을 맞추게 되고 왜인지 모르게 인생에서 한번쯤은 신축 아파트에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집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집을 내놓자마자 집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들이 닥쳤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우리가 부른 호가에서 1원도 깎지 않은 가격으로 계약이 되었고 우리는 그 날 바로 우리가 관심 있던 재개발 지역에 가서 그 날 바로 매수 계약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무식해서 용감했던 하루였습니다. 눈감고 지뢰가 잔뜩 있는 비무장지대를 걷는데 다행히 지뢰가 하나도 터지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도 뒤에 가서 생각해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고 계약하면서 마음을 졸이고 잠 못 드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멋 모르고 제대로 하지 못한 계약서 작성,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것이 착각이였다.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투자자들이 재개발에 눈이 쏠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특히나 매수하려는 곳에 매물이 잘 보이지 않는 다는 말에 덥석 가계약금을 보냈습니다. 매도자가 혹시나 배액배상을 해주고 계약을 파기할까봐 안절부절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안절부절만 하고 계약서를 쓸 때 꼭 넣어야하는 문구를 넣지 않는 패착이 있었습니다. 공부가 매우 부족했던 것입니다. 재개발 물건은 그 물건 자체보다는 ‘입주권’ 즉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승계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보통 계약서를 작성할 때 입주권이 승계되지 않을 경우 계약이 무효가 되며 돈은 즉시 돌려준다는 문구를 특약으로 넣어야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모르고 계약서를 써버린것입니다. 특약에 입주권이 나오는 조건을 썼지만(매도 구역에 다른 물건이 없으며 재당첨과 관련된 이력이 세대원 전체에게 없다는 특약)  이것이 거짓일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적지 않았기에 잘못될 경우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던 아주 위험한 계약서를 쓴 것입니다. 다시 계약서를 쓰자고 해야 하나 중도금을 넣기 전에 계약을 뒤집자고 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속을 끓이면서 중도금 기간까지 기다렸고 중도금을 넣기 직전까지 계약금을 포기해야하나 머리와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가 계약한 시점은 관리처분인가였는데, 관리처분인가가 나기 위해서는 조합, 시에서 이 사람이 입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서 확인을 여러 번 하고 관리처분인가가 난다고 합니다. 정말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입주권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재개발을 오래 투자한 분에게 상담받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나서도 우리가 산 빌라가 혹시나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물딱지라고 불리는 물건이 아닌지 엄청나게 마음을 졸였습니다. 지금은 조합에 승계조합원으로 등록이 잘 되었고 이주비 대출도 승인이 나서 통장으로 잘 들어왔지만 남자들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꾸는 것처럼 악몽마냥 물딱지가 아닐까란 걱정을 종종 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사비와 관련해서도 명확하게 계약서상에 적지 않아서 혹시나 조합에서 나오는 무상 이사비를 우리가 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었습니다. 이주비 대출 신청 기간과 우리의 잔금 일자가 애매하게 되어서 매도자분께서 처음부터 이주비 신청을 아예 하지 않고 매수자인 우리가 신청하게 되면서 이사비 자체가 우리 통장으로 들어오게 되는 구조여서 분쟁은 다행히도 없었습니다.


부족한 공부로 부동산에 덤벼들면
몸과 마음이 크게 고생한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성인은 계약서로 말한다는 내용을 뼈에 박히도록 느꼈고 어설프게 한 공부로 부동산이라는 전 재산을 거는 계약을 할 때 몸고생, 마음고생이 세트로 함께 온다는 것을 뼈에 박히도록 배웠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아무런 사고 없이 계약이 잘 마무리 되었고 그 이후 절차도 출산 전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결론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나의 경우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계약하고 중도금, 잔금을 치루고 조합원 권리 승계를 받고 이주비 대출을 신청하고 받으면서 참 마음고생과 몸고생을 크게 했습니다. 특히나 마음고생! 청약은 오로지 로또당첨처럼 운 100%에 걸어야 하는 상황속에서 살면서 신축을 한 번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지금 재개발 투자를 시작했는데 역시나 모르면 공부가 부족하면 고생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