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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 Nov 17. 2022

그저 시간이 필요한 일도 있다

최선을 다하는 시간은 어리석지 않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제출하고, 탈락하고, 또 쓰고 제출하고 탈락하고.. 취업준비를 하던 시절,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지 않으니 뜯어 고치고 뒤집어 엎기를 반복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무언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일은 늘 존재한다. ‘뭔가 잘못되었으니 고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내가 왜 그랬을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질문이 아니라, 내가 무언가 잘못했다는 부정적 시선이 담긴 의문이다. 그러다 성공한 사람들은 무언가 비결이 있겠지,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본다.

세상에서는 린 스타트업, 애자일을 이야기하며 빠르게 테스트하고 변화하라고 한다. 그러다 문제를 잘 정의하는게 중요하구나 하며,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4가지 노하우' 같은 자기계발 서적을 뒤적이기도 한다.


잘 하고 있지만, 그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뿐인 경우도 있다. 세상에는 사실 꾸준히 해야하는 일이 더 많다. 어떤 일들은 절대적인 시간이 지나야 퀄리티가 올라가고 성과가 나온다. 애초에 그런 일인 것이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처음 보는 배우들이 자주 등장한다. 낯선 얼굴인데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지. 지금까지 도대체 어디 숨어있었나 하고 필모그래피를 검색하면, 웹드라마, 단역, 조연 출연경력이 줄줄이 나온다. 아, 그동안의 현장 경험이 쌓여서 지금의 연기력이 되었구나, 이제야 가능성이 터지는 거구나, 싶다.



반드시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전국에 지사가 있는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다. 기업에서 직원들을 교육하면 그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일을 했다. 사전에 교육과정을 승인하고, 규정에 맞는지 확인하고, 사업홍보를 위한 행사를 열기도 했다.

보통은 3~8명이 나누어서 업무를 담당하는데, 우리 지사에서는 신입사원인 나 혼자 담당했다. 입사하자마자 규정도 익히고, 과정 승인도 하고, 홍보물도 제작했다.

저녁을 먹고 늦게 퇴근하는 날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공공기관에서 이렇게 워라밸이 안 지켜질 줄이야.  보통 이정도 업무량이 되면 인사고충 신청을 해서 다른 지사로 옮긴다. 그러나 계속해서 직장을 옮겨온지라, 여기서 그냥 버티고 싶었다.


내가 다 해야 하니까, 규정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예산은 왜 이렇게 편성되었는지 파악하게 됐다. 사업의 구조가 보이니 문제점도 자연스럽게 파악이 됐고, 사내 사업개선 제안 공모전에서 1위를 했다. 몇 달이 지나니 다른 지사에서 나에게 업무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업무를 처음 맡는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연습을 했고, 자연스럽게 좋은 평판이 따라왔다.

덕분에 공공기관의 예산, 특징을 쉽게 줄줄 이야기하며, 공공기관 취업 강의를 당당하게 열 수 있었다. 단순히 규정을 보고 그대로 처리만 했다면, 회사에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노력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시간은 어리석지 않다

때로는 끝까지 가서 그 끝에 뭐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 야근과 스트레스가 절대 바람직한건 아니지만, ‘좀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해봤기에 다음 커리어도 생각할 수 있었다.


물론, 방법을 고민하지 말고 열심히만 하라는건 아니다. 무식한 것과 우직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한건지, 방법이 잘못된건지는 솔직히 느낌으로 알고 있지 않나. 자꾸 뒤를 돌아보고, 남과 나를 비교하며 의심 가득한 질문을 던질 필요는 없다는거다.


최선을 다하는 시간은 어리석지 않다. 지금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꼭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이 사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한번쯤은 나를 믿고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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