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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라이트 May 29. 2019

변두리 변호사를 지향하며

@조원희 변호사_법무법인 디라이트

우리는 기술이 가져다 주는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이 동시에 일어났던 '혁명의 시대(홉스봄)' 이상으로 현기증 나는, 또 다른 혁명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워낙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우리는 늘 트렌드에 민감하다. 얼리 어댑터가 부러움을 사고 있고, 어느 분야든 최신 트렌드를 전하는 포스팅은 인기가 높다. 변화에 함께 하지 않으면 곧 낙오될 것같은 불안감이 우리 안에 있다. 잠잘 시간 없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수시로 챙기는 이유기도 하다.


사회체제는 어떠한가? 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고, 계층 간의 이동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번 비주류로 밀려나면 주류에 다시 편입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사교육 열풍이나 스펙 쌓기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의 재분배니 교육의 보편화니 하는 정부 정책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트렌드를 좇아 간다고, 주류를 따라간다고, 정말 보장되는 삶이 있을까? 주류에 편입된들 그것이 정작 행복할 삶일까? 변호사라고 하면 여전히 주류일 터이다. 그런데 주위에 있는 변호사들 중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늘 바쁘고, 의뢰인에게 시달리고, 스트레스와 불만 투성이다.


그렇다면 아예 변두리에 자리를 잡아 보는 건 어떨까? 중심부에서는 떨어져 있어 소외돼 보이기는 하지만 나름의 삶이 있고 기회가 있다. 비주류에도 즐거움은 있게 마련이다. 또 다른 변두리의 장점이라면 멀리 볼 수 있는 여유이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안목이다.


신영복은 '변방을 찾아서'라는 책에서 인류 문명은 그 중심지가 부단히 변방으로 변방으로 이동해 온 역사라고 말한다. 중심부는 변화에 둔감하기 때문에 곧 쇠락하게 되고, 변화가 활발한 변방이 새로운 중심지가 된다는 것이다. '역사서설'를 저술한 이븐 할둔 역시 문명의 변방에서 새로운 문명이 출현한다고 보았다.



변호사 '업'에서의 변화 역시 변두리에서 일어날 것이다. 신선한 변화가 변호사협회나 대형 로펌에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변두리에서의 변화가 중심부를 추동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때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스타트업이나 기술벤처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기술이나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된다. 그러나 중심이 아니라 프론티어에 있기를 원한다. 그래서 여전히 변두리를 꿈꾼다. 비주류로 맴돌았으면 좋겠다. 변방에서의 삶에는 신산하지만 깊은 평화가 있다. 멀리서 사회를 보고, 변화의 동력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 함께 연대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열등의식 없이,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주류의 경쟁적 질서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누리는 그런 변두리 변호사의 시대가 곧 오지 않을까? 





(법률신문 2019. 4. 29)
칼럼 링크 : http://bitly.kr/L5UF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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