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퍼블리시티권에 대하여
장난감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저는 최근 모 커피전문점의 피규어 행사에서 크게 패한 일이 있습니다. (저는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으로, 밤을 새운 후 1등으로 줄을 서볼까 잠시 고민했었습니다. 근데 너무 추웠어요)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평소 눈여겨보던 빈센트 반 고흐의 피규어를 구입하였는데요, 머나먼 암스테르담에서 온 빈센트 씨는 화가가 남긴 수많은 자화상들을 쏙 빼 닮은 모습을 하고 있어 제 속상한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유명인의 모습을 이용한 상품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업적을 연상하게 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친근하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상품들을 제작하여 배포하기 위해서 확인해야 하는 사항 중 “퍼블리시티권”이 있는데요, 특히 제가 구입한 피규어와 같이 이미 사망한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은 어떻게 취급할까요?
퍼블리시티권이란 특정인이 자신의 성명, 초상, 유사성 등을 이용하거나 제3자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합니다.
2012년 가을,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를 광고물에 게재한 제너럴모터스(GM)와 사망한 과학자의 퍼블리시티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 사이의 소송에서 캘리포니아 연방중앙지방법원은 GM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Hebrew University v. General Motors LLC, 903 F.Supp. 2d 932 (C.D. Cal. 2012).
캘리포니아 주는 특정 인물이 사망한 이후의 퍼블리시티권을 70년간 보호하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법은 캘리포니아 거주자를 대상으로 합니다(Cal. Civ.Code § 3344.1(g), §946). 아인슈타인은 1955년 사망 당시 뉴저지 주에 거주하고 있었지요.
뉴저지 주는 퍼블리시티권을 고려할 때 판례를 중심으로 하는 보통법(common law)을 따릅니다. 그러나 뉴저지 주 법원이 사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였던 사례는 있으나 (Estate of Presley v. Russen, 513 F. Supp. 1339 (1981)), 어느 정도의 기간동안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한 바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뉴저지 주의 이전 사례와 함께 아인슈타인이 사망한 뒤 55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GM의 제품을 홍보할 것으로 볼 가능성이 낮다는 점, 히브리 대학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 그리고 다른 주의 사후 퍼블리시티권 보호기간을 고려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뉴저지 주 법 상 아인슈타인의 퍼블리시티권의 보호기간을 그의 사망 후 50년이 지난 2005년에 만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여, 사후 퍼블리시티권을 70년간 보호하는 캘리포니아주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면 이 사건의 결과는 매우 달라졌을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