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단순한 운송은 물건을 보내는 사람(송하인)과 물건을 받는 사람(수하인), 물건을 운송해주는 사람(운송인)만 있는 경우입니다.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물건을 잘 받아서 정해진 시간 안에 받은 물건의 상태 그대로 수하인에게 잘 건네주면 그 역할을 다한 것이고, 달리 더 복잡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좀 더 복잡한 운송을 생각한다면, 송하인과 수하인, 운송인 외 다른 사람들이 개입되는 경우입니다. 가령,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물건을 받아다가 수하인이 있는 장소 근처의 창고에 그 물건을 두면, 수하인이 그 창고에 가서 그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입니다. 운송인이 물건을 가져다 두는 창고는 운송인과 계약이 되어 있는 창고일 수도 있고, 반대로 수하인과 계약이 되어 있는 창고일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운송인이 정해진 시간 안에 창고까지 물건을 잘 운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창고를 운영하는 창고업자가 수하인이 물건을 찾아갈 때까지 그 물건을 잘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게 됩니다.
한편, 창고업자가 보관 중에 물건이 훼손된 경우, 수입업자가 창고업자와 함께 운송인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위 문제는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규정한 상법 제135조의 해석과 관련되어 있는데, 위 규정은 운송인이 자신의 잘못으로 운송물에 문제가 생긴 경우 뿐만 아니라 운송인의 사용인, 그 밖에 운송을 위하여 사용한 자의 잘못으로 운송물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도 책임을 지도록 하였습니다.
상법
제9장 운송업 제1절 물건운송
제135조(손해배상책임) 운송인은 자기 또는 운송주선인이나 사용인, 그 밖에 운송을 위하여 사용한 자가 운송물의 수령, 인도, 보관 및 운송에 관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즉, 창고업자가 운송인의 ‘사용인’, ‘그 밖에 운송을 위하여 사용한 자’에 포함된다면 운송인이 창고업자의 잘못에 관하여도 손해배상 책임을 질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아래의 판례는 법원이 운송인의 사용인, 그 밖에 운송을 위하여 사용한 자의 범위를 어떻게 보는지 추측할 수 있게 해주는 판례입니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운송계약이 성립한 때 운송인은 일정한 장소에서 운송물을 수령하여 이를 목적지로 운송한 다음 약정한 시기에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지는데, 운송인은 그 운송을 위한 화물의 적부(적부)에 있어 선장·선원 내지 하역업자로 하여금 화물이 서로 부딪치거나, 혼합되지 않도록 그리고 선박의 동요 등으로부터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와 함께 운송물을 적당하게 선창 내에 배치하여야 하고, 가사 적부가 독립된 하역업자나 송하인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운송인은 그러한 적부가 운송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살펴보고, 운송을 위하여 인도 받은 화물의 성질을 알고 그 화물의 성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적부를 하여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위 사안은, 운송인과 독립된 사업자인 하역업자가 물건을 하역하다가 훼손한 사안으로서, 법원은 독립된 사업자인 하역업자의 잘못에 대하여도 운송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물건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배에서 물건을 내리는 작업, 즉 하역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운송인이 운송을 위하여 사용한 자의 범위에 하역업자가 포함된다고 본 것입니다.
가령, 화물트럭을 이용하여 물건을 운송하는 사업자가 있는데, 수하인에게 물건을 전달하고자 다른 사람을 통해 화물트럭에서 물건을 내리다가 물건이 훼손된 경우, 화물운송사업자가 물건을 내리다가 훼손시킨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수하인이 직접 물건을 내리다가 훼손을 시킨 경우, 또는 수하인과 계약관계에 있거나 수하인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물건을 내려주던 자가 물건을 훼손시킨 경우에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위 사람들은 운송인이 운송을 위하여 사용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수하인이 물건을 수령하기 위하여 사용한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창고업자의 경우에도 원리는 동일합니다. 운송인이 자신과 계약 관계에 있는 창고에 물건을 보관하던 중에 물건이 훼손된 경우에는 물건의 훼손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운송인이 운송을 위하여 사용한 자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운송인이 수하인의 창고 내지 수하인이 지정한 창고까지 물건을 운송하였고, 수하인이 그 물건을 찾아가기 전에 물건이 훼손되었다면 다른 문제가 됩니다. 해당 창고를 관리하는 창고업자는 운송인이 사용한 자가 아니고, 수하인이 인도를 위하여 사용한 자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에 관하여는 보다 복잡한 법리가 발전되어 있습니다. 사실관계가 조금씩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양한 사실관계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법리 역시 복잡하게 발전한 것입니다. 가령, 창고에 물건을 넣었다고 해서 수하인이 실제 물건을 인도받았다고 보아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고, 운송조건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서 책임의 범위가 달라져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에 한정된 운송이었는지, 국제간 운송이었는지에 따라서도 법리가 다르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운송수단이 선박이나 항공이었을 경우에는 배상의 주체나 범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출발점은 위 상법 제135조이고, 원칙은 동일합니다. 운송인이 운송을 하다가 직접 물건을 훼손시킨 경우 외에도 운송인의 사용인이나 운송인이 운송을 위하여 사용하는 자가 물건을 훼손시킨 경우에도 운송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일수록 원칙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할 때 의외로 손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운송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 때에도 역시 상법에서 규정한 원칙을 생각한다면 보다 문제의 해결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