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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Oct 07. 2021

‘참여감’ 전략으로 ‘대륙의 실력’이 되다

[포스트 코로나 IT 트렌드] 샤오미의 성공 비결

‘대륙의 실수’라 불리던 샤오미가 달라졌다. 이제 ‘대륙의 실력’이란 수식어가 어울린다. 중국 전자 기업 샤오미는 세계 월간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에서 역대 최초로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샤오미는 지난 6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7.1%의 점유율을 기록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5.7%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에서 2위로 하락했다. 애플은 14.3%의 점유율로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 <Monthly Pulse: Xiaomi Becomes #1 Smartphone Brand Globally for First Time Ever>, Counterpoint, 2021.8.5)


샤오미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5년 6월까지만 해도 5.2%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삼성전자(21.9%), 애플(14.2%)과의 격차도 컸다. 샤오미의 스마트폰 누적 판매량은 2011년 첫 시장 진출 이후 8억 대에 달한다. 샤오미는 가성비 제품으로 유명했다. 싼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성능은 가격 대비 우수했다. 이때 붙여진 별명이 ‘대륙의 실수’다. 실수로 잘 만들었다는 조롱의 의미가 담겼다.


현재 샤오미는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가전 시장에도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미홈(Mi Home)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샤오미는 강력한 오픈 이노베이션 정책으로 우군을 만들었다. 미홈과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끌어들였다.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 많으니 미홈의 사용자와 사용 시간이 급격히 늘었다. 그만큼 많은 고객 데이터가 쌓였고 이를 활용한 고객 경험 개선으로 사용자를 미홈 플랫폼에 묶어두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었다. 국내 기준으로 1인당 하루 미홈 사용 시간은 10.3분으로, 같은 IoT 앱인 삼성 스마트싱스(Smart Things)의 0.6분과 LG 씽큐(ThinQ)의 3분을 크게 앞지른다(모바일인덱스 모바일 app 사용 통계). 조롱받던 샤오미는 어떻게 스마트폰과 홈 IoT 시장의 강자가 됐을까?


경쟁력 1 : 고객 참여형 커뮤니티 비즈니스


“참여감은 샤오미 브랜드 이념의 영혼이다. 젊은 세대가 소비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참여감이다. 참여를 통해 그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한다.” - 레이쥔(Lei Jun) 샤오미 창업자


샤오미의 창업자는 설립 초기부터 ‘참여감’을 강조했다. 기존 제조업은 고객에게 참여감을 줄 수 없었다. 고객 자문단, 고객 패널 등 상품 기획 단계에서의 의견 개진, 제품 체험단 등 영업·마케팅 단계에서 일시적인 참여만 가능했다. 이마저도 간단한 아이디어를 얻거나 제품 홍보를 위한 목적이며, 제품의 기획·생산·마케팅 전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부족했다. 고객 참여는 제조업 특성상 어려운 부분이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대량생산, 이를 통한 이익의 극대화’가 제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이다. 중간중간 고객이 참여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다.


샤오미는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 우선 ‘미펀’이라는 팬 커뮤니티를 스스로 구축하고, 고객을 신제품 및 주요 기능 개발에 참여시키는 등 기업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정의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미유아이(MIUI)’를 처음 개발할 때부터 IT 전문가 100명을 미펀으로 초대하고 알파 테스트 단계부터 참여시켰다. 그리고 미펀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커뮤니티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본인들의 의견이 제품에 적극 반영되자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이후 그들은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샤오미가 가진 독보적인 기술과 고객 친화적 행보를 홍보했다.


최근에 공개한 샤오미 믹스4


스마트폰 출시 전에 이미 미펀에 50만 고객을 모았다. 아이돌 그룹이 데뷔도 하기 전에 팬클럽에 사람이 모인 셈이다. 스마트폰이 출시되자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고객들은 샤오미 스마트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알아서 홍보해주는 고객 커뮤니티 덕분이다.


이후 샤오미는 제품 출시 전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R&D 소식 등을 공개했고, 고객들은 댓글·투표 등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창업 후 약 2억 5,000여 건의 게시물을 올렸고, 폴더블폰 개발 필요성에 대한 투표를 받거나 신제품 프로토타입 영상을 공개해 의견을 받았다. ‘여우핀’이라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도 구축해, 고객의 투자 결과에 따라 정식 출시를 결정하는 프로세스도 만들었다. 그 결과, 샤오미는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고객 맞춤형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으며, 참여한 팬클럽 회원은 성취감을 느끼고 샤오미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면서 자발적 마케터의 역할까지 하게 됐다.


경쟁력 2 : 파트너와 협력을 통한 IoT 생태계 구축


기존 제조업체는 폐쇄적이며 단단한 가치사슬(value chain)을 구축하고 있다. 상품 기획부터 R&D, 생산, 품질 관리, 영업·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내재화한다. 전 과정을 통제하며 효율을 극대화한다. 필요한 부분은 아웃소싱 등 방식으로 보강하지만, 전체적인 프로세스는 모두 거대 제조 기업이 관리한다.


가전 업계 후발 주자인 샤오미는 모든 가치사슬을 내재화하기보다,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한 분업화 전략을 구사했다. 홈 IoT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제품을 인터넷과 플랫폼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앱 하나로 많은 행동을 할 수 있으면, 고객은 만족을 느끼고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제품을 샤오미 혼자 기획·생산·유통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샤오미 스마트홈 센서들

스마트 가전과 IoT 플랫폼을 위한 ‘300+ 미니 샤오미 육성’이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각 제품 카테고리당 잘하고 있는 파트너 업체를 선정했다. 지분 투자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샤오미라는 브랜드를 달고 제품을 출시하게 하거나, 다른 브랜드를 쓰더라도 미홈 플랫폼에 연결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원했다. 미홈으로 다양한 제품군이 들어오자 고객 편의성이 크게 증대됐다. 하나의 앱으로 집 안의 다양한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었다. 고객은 수시로 플랫폼을 사용했고 여기서 샤오미는 엄청난 양의 고객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고객과 샤오미, 파트너가 모두 ‘윈-윈-윈(win-win-win)’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고객은 하나의 앱으로 300개 이상 제조사의 IoT 제품을 모두 쓰는 압도적 편의성을 느끼게 됐다. 샤오미는 여기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를 무상 획득할 수 있었다. 샤오미 클라우드, 독자적 AI 엔진 등 신규 사업 기회 창출로 이어졌다. 파트너는 샤오미를 통한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 업셀링(서비스를 추가하거나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도록 권유)과 크로스셀링(이미 고객이 구매한 제품을 보완하거나 보충하는 제품을 제안) 기회도 창출됐다. 이를 통해 샤오미가 통제하는 생태계가 구축됐고, 무서운 속도로 확장했다.


협력을 통해 타깃 고객군 또한 확장할 수 있었다. 2011년 사업 초기 샤오미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20~30대 얼리어답터 고객층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스마트폰, 전동휠, 스마드밴드, 보조배터리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제품 위주로 생산했다. 고객층을 확장하기 위해 인접 영역의 고객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했다. 2013년부터 30~50대 타깃의 홈 관련 제품을 다수 출시했다. 스마트TV, 조명기기, CCTV, 공기청정기, 스마트홈 허브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2016년부터는 키즈 제품까지 확장했다. 로봇 등 장난감, 미니 드론, 아동용 자전거는 물론 가방, 유모차까지 만들었다.


스마트폰, TV 등 소수의 핵심 제품만 샤오미가 직접 개발했고, 생산은 폭스콘(Foxconn), 인벤텍(Inventec), 위스트론(Wistron) 등에 위탁했다. 나머지 제품은 샤오미가 지분 투자한 샤오미 생태계 기업이 개발·생산 후 샤오미 브랜드로 유통했다. 넓어진 제품군으로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륙의 만물상으로 불리는 샤오미의 다양한 제품들 1) 드론 2) TV 3) 여행 캐리어 4) 백팩 5) 무선청소기 6) 로봇청소기 7) 냉장고 8) 스마트폰 9) 펜 10)웹캠


하향식의 애플, 상향식의 샤오미


샤오미는 ‘고객 참여’와 ‘파트너 협력’으로 과거의 제조업체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과 IoT 시장 점유율 등 다양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체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동시에 갖춘 기업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동시에 갖춘 기업은 글로벌에서 애플과 샤오미, 두 회사 정도만 손에 꼽힌다.


언론은 고객 참여와 파트너 협력이 가능한 분야다. 시청자·독자라는 고객층이 명확하고 팬덤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콘텐츠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애플은 자신이 만든 생태계를 고객에게 주입하는 하향식(Top-down)이지만, 샤오미는 고객이 제품 생산, 유통은 물론 기업 운영까지 참여하는 상향식(Bottom-up)” – 왕샹(Wang Xiang) 샤오미 부회장 -


그동안의 언론과 고객의 관계는 하향식 애플과 비슷했다. 언론의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독자나 시청자는 참여하기 어려웠다. 파트너와 관계도 외주 제작 업체와의 수직적 구조다. 이제 샤오미의 상향식 방식도 고민해볼 때가 됐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하는 언론 전문 월간지 <신문과 방송> 10월호에 실은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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